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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플랫폼 무한경쟁중…크다고 더 규제하는 게 맞나

    오피니언: 김두식의 이코노믹스 온라인 플랫폼 무한경쟁중…크다고 더 규제하는 게 맞나중앙일보   입력 2024.07.29 00:30   업데이트 2024.07.29 11:39양날의 검 될 수 있는 플랫폼법  온라인 플랫폼이 금융과 제조, 방송, 콘텐트, 운송, 유통, 여가 등 전 산업에 걸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벤처기업, 중소상공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배달과 운전 같은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생겨났다. 현재 한국에는 전체 취업자의 8.5%에 달하는 약 220만명의 ‘플랫폼 노동자’가 있다. 유튜브 등에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며 자신이 만든 콘텐트로 수익을 올리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도 플랫폼과 함께 생겨난 신종 직업이다. 플랫폼은 기존 산업에 대한 창조적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은행이 배달 서비스업에 뛰어들고 게임업체가 금융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등, 산업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 좋든 싫든 플랫폼을 통한 혁신을 활용하는 기업은 앞서가고,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뒤처지기 쉽다. MIT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등의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의 영업이익률과 성장률, 시가총액이 비(非) 플랫폼 기업보다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아날로그 규제 혁파해야 플랫폼 큰다    김영옥 기자 하지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산업 내지 집단과의 갈등 또는 마찰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의 혁신적 서비스로 인해 기득권을 위협받게 된 기존 사업자·노동자와의 갈등이 늘고 있다. 수년 전 ‘타다’가 플랫폼 방식으로 콜택시 영업을 개시했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서비스를 접은 것이 그런 예다. 이 밖에도 공유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와 기존 숙박업자의 갈등,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반발, 법률서비스 중개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협회 간의 마찰 등이 이어졌다. 혁신 플랫폼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를 혁파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플랫폼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 포인트는 대형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의 마찰이다. 최근 배달의민족(배민)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음식 배달 시장의 63%를 점유하고 있는 배민이 배달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가맹점주들이 대형 플랫폼의 전형적인 횡포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소상공인은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 폭리행위 등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법’(플랫폼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2020년경부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의 공정화에 초점을 맞춘 3건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7월에는 정부 안과 비슷한 2건의 포괄적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제출했다. 이번 배민 사태를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해외 플랫폼 규제, ‘갑질 방지법’ 아냐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하지만 과연 플랫폼법으로 대형 플랫폼을 규제할 것인지, 규제를 하더라도 규제의 목적과 대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양날을 가진 칼이 될 수 있다. ‘공룡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은 대형 플랫폼을 옥죌수록 투자와 혁신이 위축될 거라고 우려한다.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전 세계 몇몇 국가가 도입했거나 도입하려고 하는 플랫폼법은 단순히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로부터 소비자와 입점 사업자를 보호하겠다는 ‘갑질 방지법’이 아니다. 컴퓨터나 휴대폰 운영체제(OS), 앱 마켓, 검색, 메신저 등 주요 디지털 서비스 부문에서 플랫폼 이용 사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관문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을 겨냥하는 법이다. 디지털 서비스 시장의 특성상 이들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기존의 경쟁법으로 조사 내지 규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인 대형 플랫폼을 미리 지정하고 금지되는 경쟁 제한 행위 유형을 특정해 이를 사전에 규제할 수 있게 하는 특별법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이런 플랫폼법은 규제 대상도 매우 좁다. 예컨대 EU의 ‘디지털시장법’은 최근 1년간 평균 시가총액 110조원(750억 유로) 이상, 3년간 유럽 내 연평균 매출 11조원(75억 유로) 이상 등의 양적 기준을 적용해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서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만을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한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2023년 9월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개 거대 플랫폼을 서비스 분야별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애플을 아이패드 운영체제(OS)의 게이트키퍼로, 5월에는 부킹(Booking.com)을 온라인 중개 서비스의 게이트키퍼로 추가 지정했다. 또한 일본이 최근 제정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도 일본 내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플랫폼 규제, 공정거래법으로 가능   김영옥 기자 그런데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일부 플랫폼 법안에서는 시가총액 30조원 혹은 15조원 이상, 매출액 3조원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제안하고 있어 유럽 디지털시장법의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토종 플랫폼은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고, 다른 플랫폼에는 이 정도의 규모가 기업이 마음 놓고 성장할 수 있는 묵시적인 상한선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 여부를 정함에 있어서는 국내 플랫폼의 규모와 발전 상황, 플랫폼을 통한 혁신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보호 육성해야 할 토종 플랫폼을 가진 한국은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을 본뜬 플랫폼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 미국이 빅테크 플랫폼의 기술 혁신을 중시해 빅테크 규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법원은전 세계 컴퓨터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는 MS의 웹 브라우저 끼워팔기가 오히려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아 당연 위법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또 미국 의회는 빅테크를 겨냥한 유럽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한 반독점 법안들을 모두 폐기했다. 미국의 빅테크가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미국의 기술 친화적인 법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약자 보호 필요하지만 혁신 위축될 수도한편,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콕 집어 특별히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서 규정하는 중개 플랫폼 규제는 대부분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온라인 중개 플랫폼 규제법이 자칫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소지가 있다.근본적으로 대형 중개 플랫폼의 ‘횡포’로 거론되는 행위는 과다 수수료·요금 징수다. 그런데 수수료나 요금 책정은 시장에서 가격 경쟁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정부의 간섭은 자제해야 한다. 일례로 세계적인 승차 공유 플랫폼 ‘우버’의 뉴욕 택시 요금 인상을 들 수 있다. 우버는 일반 택시보다 싼 요금으로 뉴욕 택시 시장을 장악한 뒤 요금을 인상했다. 2018~2021년 우버 요금은 92%나 상승했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운전사 구인란으로 맨해튼에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까지 우버 요금이 항공 요금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우버 요금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원칙에 의해 결정됐고, 정부가 우버 요금을 강제로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2022년 12월 뉴욕 택시 리무진 위원회가 운전사 생계 보장을 위해 택시요금을 인상하자, 우버가 나서서 임금 인상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최근 이슈가 된 배민의 중개 수수료 인상에도 결국은 시장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배민은 그동안 다른 배달 중개 플랫폼 업체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부과해 오다가 이번에 타사 수준으로 중개 수수료를 인상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배민이 인상한 중개 수수료 9.8%는 경쟁사인 쿠팡이츠의 수수료와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 23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 앱의 7월 둘째 주 활성사용자 수가 전주 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올해 최저치로, 수수료 인상에 따른 이용자 이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또한 국내 온라인 상거래 시장 전체가 사실상 자유경쟁 시장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플랫폼은 상호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플랫폼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로 창업한 지 불과 10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시가총액이 한때 100조원을 넘기도 했던 쿠팡의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5% 전후다. 이런 상황에서 중개 플랫폼의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특별한 규제를 받는 것이 타당할지 의문이다.이번 온라인 배달 플랫폼과 가맹점 간의 수수료 분쟁이 플랫폼에 대한 과잉 규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규제를 혁파하지 않고 도리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경우, 플랫폼 생태계의 발전과 이를 통한 혁신을 죽이는 값비싼 대가가 따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6758

    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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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두식의 이코노믹스

    트럼프 붙잡으며 FTA·CPTPP 등 무역 협력 굳게 해야

    오피니언 김두식의 이코노믹스트럼프 붙잡으며 FTA·CPTPP 등 무역 협력 굳게 해야중앙일보입력 2024.04.29 00:26지면보기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올 통상 파고 대비 전략은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국의 속임수 때문에 미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바이든은 최근 지지율에서 앞서가던 트럼프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지만, 외교와 경제 문제에 대한 지지도는 트럼프에 한참 밀리고 있다. 바이든이 11월 대선까지 판세를 뒤집으려면 중국 관계 등 대외문제에서 트럼프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중국 겨냥한 전방위 공세 강화모든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1기보다 과격할 트럼프 2.0은세계 안보와 경제 질서에 충격대미 무역흑자 관리하는 한편미국 편중 외교에서 벗어나야그만큼 트럼프의 과격한 외교 및 경제 정책이 미국 유권자에게 먹히고 있다. 2016년 극단적인 언행과 폐쇄 고립적 정책을 쏟아내면서 백인 보수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던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는 ‘트럼프 2.0’은 세계 안보와 경제 질서에 더 큰 충격적 변화를 예고한다.동맹을 부담으로 여기는 트럼프트럼프의 재집권은 우방국의 안보 체제를 뒤흔들 수 있다. 트럼프는 동맹을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여기고, 인권 같은 가치보다 경제적 실리를 중요시한다. 그는 특히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에 무임승차해 온 유럽에 냉담하다. 유럽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발을 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한반도의 상황은 유럽과 다르다. 하지만 트럼프는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려 했다가 측근의 만류로 이를 보류하고 이 문제를 2기 행정부에서 다룰 우선 과제로 남겨 놓았다는 증언이 있다.박경민 기자동맹국은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거래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불리한 조건으로 조기 종전시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인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트럼프가 대만을 방어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다만 2주 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는 미국보다 유럽에 더 중요하지만 미국에도 중요하다”며 미 하원의 61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언행만으로 동맹국의 우려를 씻기는 어렵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기 어려운 시대, 트럼프가 몰고 올 수 있는 안보 구도의 변화는 세계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트럼프는 자신을 ‘관세 사나이(Tariff man)’라고 부를 정도로 관세를 대외 경제 문제를 푸는 주요 수단으로 생각하고,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 해소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경제 철학을 갖고 있다.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을 약속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트럼프는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고, 곧이어 한국과 캐나다·멕시코 등과의 FTA 재협상을 밀어붙였다.트럼프 2기, 중국과 디커플링 추구트럼프가 약속한 2기 대외 경제 정책은 1기에 비해 한층 더 과격하다. 특히 트럼프의 대중 정책은 양국 관계에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중국의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5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10% 내지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과감한 대 중국 압박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트럼프의 4년 임기 동안 중국은 변하지 않았고, 미국의 무역 적자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박경민 기자사실상 1기 대중 정책의 실패를 맛본 트럼프는 2기에서 사실상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추구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중국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중 교역량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연간 5750억 달러에 달하는 양국 간 교역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중국 내 투자와 중국 기업의 미국 자산 취득까지 금지하겠다고 했다. 이런 극단적 공약이 실제로 실행된다면, 전 세계 공급망과 무역 구조가 뿌리부터 재편되는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올 것이다.트럼프의 또 다른 중요 공약은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매년 1조 달러를 넘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는 극약 처방이다. 트럼프는 2018년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유럽 등 우방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수입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10% 관세는 품목과 수출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수입품에 부과되는 보편 관세다.이런 식의 무차별적 관세는 1930년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이 스무트-홀리(Smoot-Hawley) 관세법에 따라 모든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을 20% 가까이 인상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이는 당시 무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불러와 세계 무역거래를 급격히 감소시켰고 대공황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번 트럼프의 10% 보편 관세도 무역 상대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1930년대와 같은 글로벌 무역 전쟁을 촉발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현재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20여 개국과 FTA를 체결해 그 수입품에 대해 무관세 혹은 낮은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만약 FTA 국가에도 10%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미국과 FTA 상대국 간에 심각한 통상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진영 내 협력 체제 약화 전망박경민 기자보다 근본적으로,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때 구축된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동맹과의 연대를 강조한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일본 중심의 경제 블록’ 으로 ‘중국-러시아 중심의 경제 블록’ 에 맞서는 전략을 펼쳐왔다. 주요 7개국(G7) 회의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미국-EU 간 무역기술회의(TTC),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층적 협력 관계의 배경에는 모두 중국 견제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 그러나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외치는 트럼프는 동맹과의 협력체에 맡기기 보다 미국 단독의 대 중국 대응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그 결과 다자간 경제 체제의 퇴조 속에서 그나마 작동해 온 진영 내 협력 체제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처럼 트럼프의 재집권은 세계 안보 및 무역 질서에 혼란을 초래하고 한국 경제에도 전반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이 실현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무엇보다 트럼프 혹은 그 캠프 내 인사와의 소통 채널 구축이 급선무다. 트럼프 2기에는 1기 때 트럼프의 충동적 행동과 일탈을 억제했던 견제 세력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트럼프 혹은 캠프 내 인사들과의 직접 소통이 중요해졌다. 게다가 트럼프가 공약으로 제시한 관세 및 통상 정책은 아직 디테일이 확고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측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지키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일본이 트럼프 집권에 대비해, 트럼프 측과 친분이 있는 관료를 주미 대사로 임명하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방미해 트럼프와의 면담을 추진하는 등 트럼프 측과의 관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한국, CPTPP 가입 서둘러야한편 우리의 대미 무역 흑자를 관리하고 축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에 8대 무역 적자국(한국 입장에선 흑자)이다. 지난 5년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꾸준히 증가해 2023년 기준 44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만약 트럼프가 중국에 60%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과 대미 무역 흑자 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대미 무역 흑자는 트럼프가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할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고, 우리가 트럼프 정부와 다른 현안을 논의하는 데 있어 우리의 협상력을 제한하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궁극적으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고립주의가 심화할수록 우리는 다른 국가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바이든 시대에 통했던 미국 편중 외교와 경제 협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하는 국가들과 FTA를 맺고 있지만 이를 더욱 확대·심화해 나가야 한다. 정치적 어려움은 있겠지만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심화하고, 중국과의 교역 및 경제 협력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여타 국가와 협력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트럼프 집권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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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혁신과 합리적 규제 함께 가야 AI산업 큰다

    오피니언 김두식의 이코노믹스기술 혁신과 합리적 규제 함께 가야 AI산업 큰다중앙일보입력 2024.01.22 00:20지면보기AI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 조건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챗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새로운 차원의 AI다. 단백질 3D 구조를 정확히 예측하는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나 220만개의 신소재 구조를 탐색해냈다는 ‘구글놈’ 같은 딥러닝 AI 시스템이 테크를 위한 테크라고 한다면, 생성형 AI는 인간을 위한 테크에 가깝다.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생성형 AI는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매킨지는 생성형 AI가 전문지식을 사용하는 직역이나 관리직의 생산성을 34% 향상시킬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미 콜센터나 마케팅·광고업체, 정보통신( IT)업체 등에서는 AI가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AI는 복잡한 대외 환경에서 기업의 준법위험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수출 통제나 경제 제재 조치에 저촉되는지를 판단하거나 공급망 규제에서 요구되는 탄소발자국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AI 개발과 활용 늘어날수록사회·안보적 위험 더 커져EU, 개인 권리 보호에 방점중국, 사회주의 보호 우선시법률 문제 이해, 대응 필수AI 위험 방지 규제도 도입IT 강국 한국, AI 경쟁력은 뒤처져AI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의료·헬스케어, 클라우드 등 데이터 사업, 핀테크 등 광범위한 분야에 AI 투자가 행해지고 있다. 2029년까지 AI 솔루션 시장의 규모만 최소 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에 AI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만 2조6000억 달러에서 4조400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기술 전시회 ‘CES 2024’에서는 AI 전문기업이 아닌 헬스케어와 화장품, 소비재 유통기업, 전통 제조업체까지도 AI를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내놨다. AI가 모든 산업과 일상에 스며드는 ‘AI 유비퀴터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김주원 기자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AI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영국·프랑스·캐나다·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도 AI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IT 강국인 한국은 AI에서 만큼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영국 토토스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한국의 글로벌 AI 경쟁력 순위는 세계 6위지만, 민간 투자와 인재 경쟁력 부문의 순위는 각각 18위, 12위에 불과하다. AI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와 기술 혁신을 이끌 인재 양성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그러나 AI 산업 발전을 투자와 기술혁신만으로 이룰 수 없다. AI 사용이 확산할수록 AI 개발과 사용에 따른 사회적·안보적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고, 이에 상응한 규제와 책임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AI를 둘러싼 규제와 책임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는 AI 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무엇보다 AI와 관련해 발생하는 수많은 법률문제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AI 혁신에 중요하다. 대량의 텍스트와 오디오, 비디오, 심지어 코딩자료를 학습하는 생성형 AI는 타인의 창작물을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생성형 AI가 출시되자마자 개발사를 상대로 수십 건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됐다.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AI 창작물에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AI 민사책임법 도입 서두르는 EU기업의 인사 관리나 업무 배정 같은 의사 결정에 사용되는 AI 혹은 자율주행차 등에 투입된 AI로 인해 피해를 본 개인은 누구를 상대로 어떤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문제는 기존 법체계에서 명쾌하게 해결하기 어렵다. 유럽연합(EU)은 AI에 특유한 문제를 고려해 종전의 손해 배상 법리나 입증 책임을 수정한 AI 민사책임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사회와 안보에 대한 AI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규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AI 산업은 합리적 규제의 틀 안에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김주원 기자AI가 초래하는 사회적 위험에는 가짜뉴스와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가짜 영상이나 왜곡된 이미지), 차별, 개인정보 침해, 일자리 소멸 등이 있다. 특히 거짓 정보와 딥페이크는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정 선거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나 4월 총선이 코앞에 닥친 한국에서는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유포 가능성에 법 집행기관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궁극적으로 AI가 터미네이터 영화에 나오는 스카이넷처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 종말을 초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파괴적인 초지능 AI는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지만, 많은 AI 개발자는 거대언어모델 AI가 발현하는 창의적 능력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AI의 내부 작동을 이해하거나 통제할 마땅한 기술도 없음을 고백하고 있다. 결국 인류 종말의 위험도 배제할 수는 없다.AI 신뢰성 검증이 규제 핵심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공표한 ‘인공지능의 무해하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개발 및 사용에 관한 행정명령’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AI 위험을 수용하면서 10여개 관련 정부 부처와 기관에 각자의 소관 분야에서 AI 위험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명하고 있다. 특히 미 상무부 산하 국가표준기술원(NIST) 등에 대해서는 270일 이내에 AI의 위험을 평가하고 AI의 신뢰성을 검증할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장 위험도가 높은 소위 ‘이중용도 파운데이션 모델’(군사 안보나 경제 안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AI 모델) 개발자에게는 엄격한 레드팀 테스트(모의 적군 시험)를 실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김주원 기자이처럼 국가 안보에 대한 AI의 위협을 중시하는 미국의 AI 행정명령은 개인정보 보호 등 개인의 권리 보호에 방점을 두는 EU의 AI법이나, 사회주의 체제 보호를 우선시하는 중국의 AI 법령과 대비된다. 하지만 어느 국가나 AI 개발자 스스로 또는 국가기관을 통해 AI의 위험을 평가하고 검증하는 규제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결국 AI 위험을 분류하고 그에 맞춰 AI 시스템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세부 기준(Standards)과 절차를 수립하는 것이 AI 규제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AI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최근 디지털 규범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디지털 협상에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서버 현지화 요구를 금지하며, 정부가 기업의 소스코드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디지털 협상에서 이와 같은 원칙을 더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종래의 원칙이 거대 AI 기업(빅 테크)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AI 알고리즘을 받아 AI 시스템의 신뢰성을 검증하겠다는 AI 규제 방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로써 미국의 디지털 정책은 데이터 이동을 제한하고 기업의 소스코드 제공을 요구하는 중국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게 됐다.미·중 경쟁, AI 발전 구도 결정할 수도AI를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도 AI 경제의 발전 구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AI는 군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이중용도’ 기술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에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강한 반발에도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첨단 컴퓨팅 반도체(소위 AI 반도체) 등의 대중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미국의 AI 행정명령에서는 생성형 AI의 학습 훈련에 필수 인프라인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중국 업체의 접근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앞으로 미국의 대중 AI 기술 통제는 더 강화되고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반도체 등 AI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미·중 경쟁이 글로벌 AI 비즈니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둬야 한다.AI는 그 내재한 위험으로 인해 국내·외 각종 규제와 법률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AI에 의한 혁신은 일정한 규제 환경과 법률체계 안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AI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나 AI에 투자하고 이를 사용하는 기업은 AI 기술은 물론 관련 규제와 법률을 함께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AI 관련 규제와 법률은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AI 경제를 구축하고 AI 산업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필요조건이다. 건강한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물론 AI 엔지니어, 기업, 법률가가 함께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상임대표·변호사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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