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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양회에서 엿보는 중국의 기술패권 전략과 딜레마

관리자 │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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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리더로 하는 서방국가가 중국을 전방위로 봉쇄‧포위‧압박해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는 엄중한 도전을 불러왔다."   

시진핑 3기 공식 개막을 상징하는 2023년 양회(兩會) 기간 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시 주석 연설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이 문구만큼이나 중국 지도부의 정세 인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올해 양회는 정부 기능이 대폭 당으로 이전됨을 대내외에 공표하는데, 당의 통제력 강화는 서방의 봉쇄에 대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

중국 공산당이 외부 세계의 도전에 맞서 직접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조직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등 과학기술사업에 대한 당의 영도를 위한 중앙과학기술위원회, 외부 세계의 금융 규제 등 리스크 관리 및 예방을 위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데이터 통제 및 관리를 최상위에서 관장하는 국가데이터국 신설이 주목된다. 이들 신설 조직으로 당은 미국과의 갈등 고조나 경제 제재를 견딜 수 있는 자립 능력과 내부적 정보 통제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 전략 : 첨단기술분야 선별적 디커플링(targeted decoupling)

사실 미국의 대중 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경해지고 있으며, 중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전략은 외교, 안보, 경제 등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바이오, 우주와 같이 민간과 군사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이 승부처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각종 대중 제재 및 우방국과의 공조를 통하여 첨단기술 분야에 한정된 ‘선별적 디커플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자국 산업 육성과 우방국과의 배타적 기술협력, 경쟁자에 대한 경제적 제재의 결합이다. 선별적 디커플링 전략이 성공할 경우 첨단분야 제품, 서비스, 자본, 인력, 기술, 데이터의 흐름에서 중국이 배제된 기술 생태계를 형성하고 서방의 지정학적 우위가 유지될 수 있다. 미국 국가안보전략(2022. 10. 12)은 이러한 전략을 공공연히 표방한다. 미국의 대중 봉쇄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수출‧투자 규제는 물론이고 미국-EU 교역 및 기술 협의체(TTC)와 미국-일본 CoRe 파트너십을 통하여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일까? 최근 ASML이나 ARM과 같은 우방국 기업의 대중 반도체 제재 참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전략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우방국과의 이해관계 충돌을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많은 우방국들이 중국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우방국들의 자발적 협조가 미흡할 경우 미국은 ‘망치를 내려치는’(hammer down) 것도 불사할 것이라고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재단 부의장 에반 파이겐바움은 경고한다. 하지만 강압적인 수단이 동원될수록 봉쇄전략이 큰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은 미국의 딜레마이다.

중국의 전략: 쌍순환(dual-circulation)전략과 비대칭적(asymmetric) 디커플링

첨단분야 봉쇄라는 미국의 전략을 중국이 트럼프 시대부터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미 14차 경제규획(2021~2025)에서 중국은 적대적 환경에 대응하는 중국의 경제성장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그 핵심은 쌍순환 전략이다. 쌍순환 전략은 기술기반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순환뿐만 아니라 독자적 공급망 구축으로 외부 의존을 줄이고 민간 소비가 성장을 지원하는 국내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내 순환의 강조는 ‘외부 세계가 적대적이라도 자립과 내수시장을 통해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시진핑 주석의 주장(南華早報, 2021. 1. 12)에서 확인된다. 일대일로와 디지털 실크로드는 중국의 대외 영향력 확대는 물론 개도국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이는 효과를 통해 국제순환을 강화시킬 수 있다.

한편, 2025년까지 총 10조 위안을 투자할 계획인 신형 인프라 정책은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빅테크들도 참여하는 기술자립 정책이다. 신형 인프라는 IT 인프라, 기존 인프라에 IT기술을 접목한 융합 인프라,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인프라를 포괄하며, 중국 경제의 기술 굴기를 지원하게 된다. 쌍순환 전략, 신형 인프라의 목표가 달성된다면 외부 세계의 대중 의존도는 높아지고 중국의 해외 의존도는 낮아지는, 중국에 유리한 ‘비대칭적 디커플링’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양회에서 신설이 예고된 중앙과학기술위원회는 반도체와 같은 전략분야에서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해 당이 직접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국가데이터국도 내부적 단속은 물론이고 혁신에의 중요한 자원인 데이터의 활용성을 제고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양회가 추진하는 이들 당 기구의 신설은 결국 쌍순환 전략, 중국에 유리한 비대칭적 디커플링을 실현하려는 시도의 일환인 것이다. 시 주석이 이번 양회에서 독자적 혁신을 통한 자립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新華, 2023. 3. 9)

중국 기술굴기의 전략적 딜레마

하지만 중국의 기술 굴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의 참여를 통하여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해외 기업 M&A나 투자 유치와 같은 기술 유입 수단들이 봉쇄될수록 자체 혁신 역량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자강은 고립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야말로 중국이 처한 전략적 딜레마인 것이다. 어떤 국가도, 심지어 첨단분야 기술 급소(choke point)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조차도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자유로운 경제 교류 환경에서 형성되고 진화하는 기술 생태계에서, 왕따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딜레마는 인구 절벽, 생산성 정체, 국영기업이나 방만한 보조금 정책의 비효율성과 같이 중국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을 시진핑 3기가 추진하기에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외부 위협을 심각하게 여길수록 당은 필연적으로 내부적 통제의 심화, 특히 경제 영역에서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강화하게 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정치적 이유로 장기간 고집한 것이 한 예이다. 비록 이번 양회에서 공동부유론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민영기업 지원을 립서비스로나마 강조하였지만, 시장보다는 당의 통제력 강화에 방점을 둔 위기 해법 자체가 혁신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고립되어서는 기술굴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중국이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다면 미국과 우방국간의 연대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만 문제나 신장 인권침해 논란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 존재하는 한, 중국이 외부에 적대적인 전랑외교를 폐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기술 독과점 클럽에 참여해야

미국의 봉쇄전략은 우방국간에 첨단기술의 흐름을 독과점하고, 상대 진영의 기술 굴기를 제약함으로써 기술패권,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반면 첨단 기술에서 아직 열세에 있는 중국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수동적,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에 무임승차하기 어려워진 유럽은 적어도 첨단분야에서는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을 외면하기 어렵다. 일본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추세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혁신 추세에서 뒤쳐지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시장도 중국 기업에게 내어주게 될 것이다. 박쥐는 박쥐 취급을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결국, 중국과 상대적으로 거리를 둠으로써 초래될 수도 있는 단기적 비용을 장기적 게임을 위해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인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전략적 딜레마는 오히려 기술 독과점 클럽내(內) 이해관계의 조율이다. 기술 선진국들은 모두 보조금 전쟁을 벌이면서 자국 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기에, 우리도 적극적인 산업지원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방국간 진정한 다자주의도 확립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우리의 딜레마 극복은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 서구에 전략적 보완재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남에게 줄 것이 없는 약자에게는 좋은 친구가 없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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