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대중국 경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확대, 공급망 재편 대응 및 관리, 중국발 자본 유입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정교한 전략을 설계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 중국의 대 한국 투자 확대와 수출통제 등 공급망 교란 가능성은 정치적 민감성을 내포하는 사안으로서 냉정한 정책적 대응을 요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중국 변수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분석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략산업별 협력의 한계와 협력 확장 조건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RCEP의 구도 내에서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속도와 내용을 점검하는 등, 통상전략의 구조적 재정렬이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대중국 경제전략에 있어서 실용주의적 방향성과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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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중국 경제 협력의 방향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통제 및 경제·외교적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적국투자심사 제도나 각종 기술 및 산업 보호 조치 등을 통해 중국으로의 기술·자본의 흐름을 제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국 경제 전략은 국제적 수용성과 국익 우선에 입각한 정책적 정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대 중국 경제 교류와 협력을 추구함에 있어 ‘투명성 확보’, ‘공급망 다변화’, ‘규범 기반 협력’이라는 3대 원칙을 유지하되, 국제적 수용성 측면에서 RCEP 등 다자협정의 틀에 연계하여 중국과 경제협력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글로벌 차원의 수용성 없이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한중 FTA 2단계 협상에서 데이터 현지화, 투자 심사제도 등 민감 사안에 대한 중국의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바, 이런 요구에 대해 우리 측 방어 논리를 체계화하고 대응 범위와 강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신뢰성 확보와 직결된 핵심 이슈다.[1] 이러한 의미에서 한중 FTA 2단계 서비스·투자 협상은 전략적으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1단계 상품 협상 때처럼 상호 개방의 범위와 깊이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선에서 매듭짓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단계 협상 결과에 당장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기 보다는 우리 기업의 중국시장 진입(공격)과 국내시장의 보호(방어)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의 성급한 상호 개방은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의 의료, 교육, 문화 분야는 제도적 진입 장벽이 높아, 당장 우리 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이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 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런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는 대신 전자상거래·디지털 무역 분야부터 선별적으로 개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용주의 전략은 선택이 아닌 시대적 요구다 중국은 2026년부터 시행될 제15차 5개년 계획(15·5 규획)을 통해 산업 고도화와 기술 자립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2][3][4] 질적 성장과 공급망 내재화가 중심이 되는 이 15·5 규획은 기존 한·중 협력 방식의 구조적 재조정을 요구한다. 중국이 이 계획을 설계하고 작성하기 시작했던 2~3년 전부터 우리가 선제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15·5 규획을 실행하게 될 각 지방 정부 중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과 활용에 전략적으로 유리한 곳을 선별하여 이들과의 협력을 한중 경제협력의 활성화 무대로 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비추어 한 중 FTA 발효 10주년이 되는 올해는 한·중 경제 협력 구조가 리셋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서비스·투자 협력을 강화하고, 지방정부와의 분권형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투자·기술 공동검증 체계를 설계, 구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정치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한·중간 실질협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신정부의 대 중국 경제전략은 전략적 유연성과 실질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실용적 전략이어야 한다. 실용주의는 한중 관계 설정에 있어서 정치와 경제, 기술과 제도, 지역과 글로벌을 연계하고 통합하는 핵심 원리라 할 수 있다. 관련하여, 산업정책과 외교정책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한 중 협력의 지속가능성과 전략적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전문가 집단 간의 협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신정부의 실용주의적 대 중국 전략은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비(非)민감 분야 기업 협력을 중심으로 한 실용적 한·중 산업협력 모델 구축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중국에 대한 경제·외교적 견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한·중 경제관계도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5] 따라서 한 중 경제협력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공급망 안정화와 실용적 산업 연계를 염두에 두고 실용적인 전략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중 경제협력은 시장 접근의 확대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소재의 공급 안정화, 공동 표준화, 탄력적 공급체계 구축에 초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소재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단기적 협력보다는 중장기적 공급망 리스크를 완충하는 메커니즘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한 중 전략산업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KOTRA 등 유관기관이 실무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한편 시장확대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비(非)민감 산업분야에서의 한·중 기업간 협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국 북부 랴오닝성의 기계산업 벨트, 중부 장쑤성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등 산업단지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 지방정부와 연계해 중국형 제품을 개발하고 중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한 중 간 산업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이 밖에도 그린에너지, 디지털 상거래, 비(非)전략 소재 분야는 기술 민감도와 제도적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실용주의 모델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협력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산업·디지털의 통합을 통한 신시장 개척 전략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과 디지털을 결합한 상품 또는 서비스 개발을 통해 중국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도 디지털을 활용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내지 상용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한·중 기업들 간에 실질적인 협력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6] 특히 중국 각 지역의 자유무역시험구(FTZ)는 한국 기술기업의 현지 실증 및 중국 기업들과의 공동개발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 제품 또는 서비스 시장 진출 전략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K-뷰티, K-푸드, K-헬스 등은 중국 Z세대의 수요에 힘입어 여전히 유망한 분야다. 이런 시장에 진출함에 있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광고, 브랜드 현지화 등이 결합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민간 플랫폼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7] Endnotes [1] South China Morning Post, "New South Korea leader faces tightrope act between US alliance, stronger China ties", 2025.6. [2] 西部证券, 『“十五五”系列之一:“十五五”期间或将维持5%左右的增长』, 2025.6. [3] 银河证券, 『2025下半年宏观经济展望:“新供给侧改革”的序曲』, 2025.6. [4] 国家发展改革委员会, 『新型基础设施建设三年行动计划(2023-2025年)』, 2023.12 [5] WTO, “Anti-dumping Measures by Country of Origin”, Annual Report, 2025. [6] 财通证券, 『关税冲击下,各行业的“喜”与“悲”』, 2025.4. 东方证券, 『2025陆家嘴论坛点评』, 2025.6. [7] 西部证券, 『周期“新秩序”系列(一):新消费崛起,“K型割裂”与韩国经验』, 2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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