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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Trade Update

트럼프 2기 미국의 AI 정책
(사)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김두식 이사장 변호사                                                               2024년 12월 12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AI 혁신과 탈(脫)규제를 자신의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제시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AI 행정명령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 연방 AI법이 없는 상태에서 주(州) 차원의 AI규제법이 확산되고 있어 트럼프의 AI정책과 충돌이 예상된다.  본 연구원 김두식 이사장이 트럼프의 AI정책과 일부 주들의 AI규제 움직임 등을 살펴본다.  바이든 대통령의 AI행정명령 폐기 차기 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의 AI 정책은 작년 10월 발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AI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폐기하는 것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AI 행정명령 폐기 방침은 공화당 정강(Platform)에 명시되어 있다. 바이든의 AI 행정명령이 AI 혁신을 방해한다는 것이 폐기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의 AI 행정명령은 AI가 제기하는 각종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유럽의 인공지능법이 AI에 의한 인간의 기본권 침해 위험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미국의 AI 행정명령은 AI가 초래할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AI 행정명령은 방위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적용하여 AI 시스템 개발자들에게 안전성 시험을 요구하고 그 시험 결과를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미 연방 정부기관들에 대해서는 일정 시한 내에 AI 안전기준을 개발하도록 명령했다.  바이든의 AI 행정명령은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아니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지만, 미 연방 차원에서 도입된 최초의 포괄적인 AI 규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행정명령은 트럼프의 등장으로 불과 1년여 만에 사라질 운명을 맞게 됐다. 트럼프 2기 AI 정책의 핵심: 규제에서 혁신으로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전임 대통령의 AI 행정명령을 폐기하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AI 정책을 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의 AI 정책이 큰 방향에서 AI에 대한 ‘규제’보다는 ‘혁신’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기본 경제정책 방향이 자유와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철폐에 있을 뿐 아니라, 첨단산업의 혁신을 통해 위대한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산업 중 하나가 바로 AI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AI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AI 차르(Czar)’ 임명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AI 차르가 임명되면 그는 연방정부의 AI정책을 총괄하면서 트럼프의 AI 개발 및 혁신 지원을 강력히 시행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AI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준과 절차는 필요하지만 트럼프가 AI 혁신을 강조한다고 하여 그가 AI에 대한 일체의 규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AI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통제는 트럼프도 반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때 발표했던 “미국의 AI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명령”(2019. 2. 14.)에서 트럼프는 AI 분야에서의 미국의 주도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의 AI 전략(American AI Initiative)의 실행을 강조하면서도, AI 기술표준 개발과 AI 안전성 시험 등 AI 개발에 수반되어야 할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다만 그런 절차가 AI 개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미 국가표준기술원(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NIST)가 개발한 AI 위험관리 체계(Risk Management Framework)와 같이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는 AI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기업들이 준수해야 할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AI 안전성 확보 절차와 기준이 트럼프 2기의 AI 정책과 배치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 AI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는 법률에 의한 규제보다는 기업의 자율규제 형태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트럼프는 NIST내에 설립된 AI 안전연구소(AISI)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하였으나, 과연 트럼프가 이를 실제로 폐지할지는 의문이다. AISI는 법률적 규제기관이 아니고, 광범위한 산학연 AI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AI관련 지침과 표준을 개발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자율규제와 모순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공화당 정강은 “표현의 자유(Free Speech)와 인류의 번영(Human Flourishing)에 뿌리를 둔 AI 개발을 지원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폭력적 언사로 트위터 계정 폐쇄조치를 당한 트럼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에서 AI를 통한 정보 검열을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등에 폭력적 혹은 차별적 내용의 글을 올리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용납되기 어렵고, 소셜 미디어 운영자가 이를 제한하는 것은 적법한 자율규제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시각이 실제 규제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탈규제 정책과 주(州) 차원의 AI 규제법 간의 충돌트럼프나 미 공화당이 AI 혁신을 위한 ‘탈(脫)규제’ 정책을 편다 하더라도 미국내에서 AI 규제가 사라지긴 어렵다. 몇몇 주(州)들이 주법으로 AI 규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는 2023년 7월 5일부터 미국 최초의 AI 고용법인 ‘자동화된 고용결정 도구법’[1]을 적용하고 있다. 이 법은 “직원의 채용, 계속 고용, 승진을 위한 평가에서 사용되는 AI (AEDT)”가 인종 및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자동화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직원의 채용 및 인사 결정에 AI를 사용하는 고용주들에게 매년 외부 감사기관을 통해 AI 시스템의 편향성(bias) 감사를 받도록 했고 그 감사결과를 온라인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편향성 검사를 받지 않은 AI시스템의 사용은 금지된다. 이 법이 편향성 감사결과를 공시하도록 한 것에 대해 기업들은 차별행위에 대한 소송을 당할 위험에 노출되게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뉴욕주를 비롯한 여러 주들이 이와 유사한 법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년 5월에는 콜로라도 주 의회가 ‘AI 소비자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26년 2월부터 고위험 AI시스템의 개발자나 사용자에게 차별적 알고리즘에 의한 위험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시켰다. 콜로라도 AI법은 EU의 AI법을 참고하여 AI 시스템을 여러가지 위험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유형별로 다른 의무를 부담시키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금년 2월 스콧 위너(Scott Wiener) 상원의원이 ‘안전한 인공지능 프런티어 모델 혁신법안’(Safe and Secure Innovation for Frontier Artificial Intelligence Models Act) (SB-1047)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AI시스템에 대한 안전성 기준을 설정하고 기업들에게 안전성 시험을 요구하였으며, 프런티어 모델국(Frontier Model Division)을 설치하여 기업들을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 AI 개발기업들이 소재한 캘리포니아의 위상에 비추어 이 법이 통과되면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주(州) AI 규제법들은 기본적으로 해당 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법이다. 하지만 콜로라도, 뉴욕, 캘리포니아 등 3개 핵심주만 AI 규제법을 통과시키더라도 미국내에서 활동하는 대기업의 90%가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소수의 핵심 주 AI법 만으로 사실상 연방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I를 개발 또는 사용하는 기업들은 각 주들의 AI 관련법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준수할 수밖에 없어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크게 늘게 될 것이다. 미 연방 AI규제법의 채택 가능성 여부이러한 AI 규제법 확산에 대해 AI에 대한 탈규제를 부르짖는 트럼프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미국 일각에서는 조속히 연방 AI법을 제정하여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AI 규제의 통일적 기준을 제시하는 연방 AI법이 제정된다면 이에 상충되는 주법은 이에 대체되거나 연방법에 맞추어 주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로써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은 줄게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AI법안도 이러한 연방법 우선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2기에 이러한 연방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평소 AI의 위험을 강조하면서 캘리포니아 AI법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2] 머스크는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입성하여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머스크는 트럼프의 AI 정책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트럼프로 하여금 캘리포니아의 AI 규제법과 유사한 연방 AI규제법을 도입하도록 제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탈규제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 차원의 AI규제법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AI 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 때문에 미국 의회가 AI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5월 민주-공화 양당이 참여한 상원 AI 작업반’(Senate AI Working Group)에서 수개월 간의 의견 수렴 작업을 거친 끝에 ‘AI 정책 로드맵’(AI policy roadmap)[3]을 발표한바 있다. 이 로드맵은 AI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과 데이터 프라이버시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로드맵에 대해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만든 친(親)빅테크 계획이라는 강한 비판이 있었고, 결국 어떠한 입법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만큼 연방 AI법 제정은 쉽지 않다. 그러나 대중 AI 압박정책은 강화될 듯결론적으로 트럼프 2기의 AI정책은 AI 혁신 지원을 통해 미국의 AI 주도권을 강화하고 연방 차원의 AI 규제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나, 주 차원의 AI 규제법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중국에 대한 AI 기술이전 금지, 클라우드에 대한 중국 기업의 접근 제한, AI 반도체 수출금지 등 대중 압박정책은 트럼프 2기에서도 계속 유지 또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ndnotes[1]  뉴욕시의 Local Law 144으로 Automated Employment Decision Tools (AEDT) 규제법이다.[ 2 ]  머스크는 지난 8월 27일 X(옛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이건 어려운 결정이고 일부 사람들을 분노케 할 수 있지만, 모든 걸 고려할 때 캘리포니아는 SB 1047 AI 안전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 나는 대중에 잠재 위험이 있는 제품이나 기술을 규제하는 것처럼 AI 규제를 지지해왔다.”[ 3 ] 척 슈머(Chuck Schumer) 상원의원이 발표한 AI 로드맵의 주된 내용은, AI혁신에 32억불의 지금을 지원하고, AI가 제기하는 편견 등 문제들에 대해서는 기존 법률들을 통해 대응하며, 노동자들에 대한 AI의 영향을 살펴보고, 선거 관련 딥페이크에 대한 우려를 다루고, 연방법으로 ‘데이터 프라이버시법’을 제정한다는 것 등이다.
트럼프 2.0 시대의 미·중 관계, 한국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준영 교수                                                                                       2024년 11월 22일 이번 Tech & Trade Update에는 중국 전문가인 한국외국어대 강준영 교수의 글을 실었습니다. 강교수는 중국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트럼프의 당선에 대비해 면밀한 준비를 했고, 어쩌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당선을 더 기대했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정상회담을 통한 탑-다운(top-down)식 논의가 문제 해결에 유리할 수 있고, 게다가 트럼프 2.0이 과도한 미국 중심주의로 흐를 경우, 미국과 갈등하는 국가들에 접근해 미국의 동맹을 와해시키는 접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중국은 트럼프의 대중 경제압박이 계획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고, 대중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보복관세 부과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Ⅰ. 문제의 제기 –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돌아온 트럼프의 ‘2.0 시대’ 개막을 앞두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앞세워 의회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는 ‘슈퍼 트럼프’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제 트럼프 2.0은 의회의 법적 지원까지 받으면서 강력한 대내외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트럼프 1기 시대에 강력한 압박을 경험한 중국은 내년 1월 20일 이후 펼쳐질 미국의 대중 공세가 가져올 파장에 고민이 크다. 이는 트럼프 1기의 압박에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유효한 대중 견제 요소를 종합한 트럼프 2.0의 본격적인 공세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60%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하며, 재임 실패로 중단됐던 대중국 탈동조화(decoupling) 기조의 부활도 천명했다.[1] 결국 트럼프 2.0의 대중 압박은 1기의 대중 압박 방식과 바이든식 대중 견제의 효율성을 참작하는 새로운 형태의 강력한 견제로 출현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는 당선 일주일 만에 대중 강경파들로 외교·안보 라인을 구축했다. 트럼프 2.0은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주의보다는 민족적 보수주의 성향을 보인다. 외교적으로 다자주의를 반대하지만 1기 때 같은 고립주의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상황이 러·우 전쟁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치가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조짐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안보 전략의 기본 방향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마이클 왈츠(Michael Waltz) 등 동맹을 중시하는 전통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상존하기 때문에 선택적 관여(selective engagement)나 선별적 고립주의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2] 이 점에서 중국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고 있다. 위협요인이 더 많기는 하지만 트럼프가 선호하는 정상회담을 통한 탑-다운(top-down)식 논의가 문제 해결에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갈등과 전략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는 이들 사이에서 ‘선택적 공황’으로 몰려 타자의 함정(他者陷穽)에 빠진 여러 국가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Ⅱ. 미·중 전략 갈등의 본질  신 냉전(new cold war) 시대의 도래로 까지 일컬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기본적으로 국제무대의 중심국가로 성장한 중국이 당초 미국이 구상한 ‘미국 주도 질서 내의 중국’ 범위를 초월해 새로운 경쟁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훔친 기술과 비정상적으로 습득한 기술로 물건을 제조할 뿐 아니라 막대한 음성적 보조금까지 지원해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를 붕괴시켰고 국제 무역 질서도 해쳤다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그 이익으로 미국의 달러와 군사력에 도전하고 있어 반드시 제압해야 할 대상이라는 논리를 편다. 이 점에서 트럼프식 대중 압박은 더욱 강력하게 전개될 것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가 ‘독재 중국과 민주 국제사회’ 프레임으로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로 중국을 압박한 것도 향후 트럼프 2.0의 대중 정책에 참고가 될 것이다.[3]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은 과거 70여 년간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유일 국가로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인식했다.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동맹 간 대결로 미·중 관계를 설정한 미국은 외교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견제하고, 군사적으로는 중국의 ‘반접근 지역 거부 전략’(A2AD)에 대항해 강대국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합동 전투 수행 개념(Joint War fighting Concept)’을 채택했다. 경제적으로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와 칩4(CHIP4) 반도체 동맹을 통해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4] 중국을 ‘경제, 외교, 군사, 기술력을 결합해 안정적이고 열린 국제 체계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잠재력을 보유한 유일 경쟁자’로 지목하며 '중국 견제'를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인식과 정책이 약속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22년 G20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언행을 바꿔야 한다면서 각종 대 중국 제재법안의 철폐와 상호 합의한 8개 영역 협력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또 공급망 재편 시도는 기술공포주의(技術恐怖主義)의 전형이며, 기후변화나 북한의 비핵화 등 글로벌 이슈 협력은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은 자기중심적 논리라고 일축한다. 중국이 국제 평화와 안보, 개인과 주권 국가의 권리를 보호해온 국제법과 협약, 원칙과 제도의 방어와 강화에 나서야 공존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5] 중국은 미국의 대중 압박을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이해한다. 우선, 미래 패권과 국제 질서 주도권에 대해 ‘원칙적 현실주의’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강경파들이 중국이 이미 직접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종국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철저히 파괴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국력과 실익을 둘러싸고 중국의 국력이 이미 미국에 버금가거나 일부는 초월해 미국의 선제적 이익에 도전하거나 미국의 이익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강공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쟁 우세와 대중 관계에서의 주도적 지위 상실을 우려한 일부가 중국의 체제와 국가 목표에 대한 적의(敵意)를 증폭시켜 양국관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어 억울하다는 입장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제도와 문화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둘러싸고 중국을 서방 민주제도와 문화를 위협하는 최대의 도전자로 간주하면서 중국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중국은 미·중 갈등 장기전 태세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 대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중국의 ‘중국몽’ 추구는 ‘역사적으로 정당한 지위(historically rightful position)’가 있으며, 서구 및 자유주의와는 다른 세계관과 국제관계론을 통해 중국의 독자성과 가치·규범에 근거한 인류 운명공동체(人類命運共同體)를 설파 중이다. 경제에 있어서는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을 통해 국내 수요 확대와 국제 무역 활성화를 병행하는 쌍순환(雙循環·dual circulation) 발전과 ‘과학기술 강국 건설’ 목표를 제시했다. 불확실한 국제 경기나 미국의 공급망 와해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내수시장 구축,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내부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과학기술 자립을 강조한다. ‘과학기술로 무장된 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Digital Leninism)’를 통해 세계 최강 국가 건설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이다.[6] 결국 미·중 간의 경쟁은 도전자의 반열에서 중국을 완전하게 저지하려는 미국과, 이를 뚫고 새로운 질서의 제정자가 되겠다는 중국의 전략 경쟁이다. 특히 과거 트럼프 4년과 바이든 4년을 견딘 중국의 저항은 이미 지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는 이미 양자 관계가 전략적 경쟁 시대를 넘어 전략적 대항 시대에 진입했음을 나타낸다.[7]  Ⅲ. 트럼프 2.0 시대의 미·중 관계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나치게 중국에 대한 유화정책을 펼쳤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대중 압박정책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돌아온 트럼프의 기본 대중 인식은 ‘중국이 변하지 않으면 미국의 지위가 위협받고 궁극적으로는 세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 자신들이 미국을 일대일로 상대하기 벅차다는 사실을 잘 안다. 중국의 현실도 녹록치 않음은 ‘백 년간 보지 못했던 대 혼란’이 중국을 엄습하고 있다는 시진핑 주석의 말에서 중국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다. 지속되는 중국의 경제 위기와 장기화되는 미·중 전략경쟁, 이에 따른 갈등 확대와 일대일로(一帶一路) 확산 전략의 차질, 티벹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및 홍콩과 대만 문제에서도 서방 세계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 국력이 국제적으로 미국을 극복하는 단초를 제공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므로 이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중국은 자신들의 힘이 미국과 대등하게 될 때까지는 안정적인 대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양국 관계가 악성 경쟁에 빠지거나 양자 관계의 후퇴나 조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므로 미국의 공세에도 그 공세를 넘어서는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충돌과 대립보다는 평화공존을 강조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진핑과 바이든은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양자 관계 설정을 두 차례에 걸쳐 확인했다.[8] 그럼에도 양국은 핵심 이익(core interests) 혹은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s)을 둘러싼 전략 경쟁(strategic competition)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표면적인 화해 무드 조성에도 불구하고 양국 갈등의 장기화는 불가피한 상황임이 다시 확인됐다. 이는 트럼프 시대에 더욱 대결적 구조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의 압박이 전면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더 면밀한 준비를 했다. 어쩌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당선을 더 기대했을 수도 있다. 강 대 강으로 부딪힐 수도 있지만, 트럼프가 선호하는 정상회담을 통한 탑-다운(top-down)식 논의가 문제 해결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2.0이 과도한 미국주의로 흐를 경우, 미국과 갈등하는 국가들에 접근해 강력한 제조업 능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의 동맹을 와해시키는 접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공언한 러-우 전쟁에 대한 24시간 종식이 만일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양보를 겨냥한 것이라면, EU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중국에게 보다 넓은 외교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 간의 다양한 현안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기는 어렵다.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처럼 다자주의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나토를 이용한 미국의 대중 견제나 남중국해에서의 해양 패권 경쟁, 그리고 중국을 자극하는 대만 문제 등에서 여전히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과 중동지역에서는 가능한 한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피하려 하겠지만, 인·태 지 역에서의 중국의 부상은 미국 국익에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향후 인·태 지역에서는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며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일단 기본적으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아직 트럼프 2.0이 출범하지 않은 가운데 대응 정책을 논의하거나 제시하면 미국에게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대선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왔기 때문에 트럼프 2.0이 시작되면 여하히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지난 4월 26일 통화시킨 후 12월 1일 발효를 앞두고 있는 중국 관세법을 동원해 맞불 관세를 부과할 것임도 밝힌 바 있다.[9]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미국에 대해 직접 맞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글로벌 차원에서 우군을 확장하는 한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외교력을 집중하여 우호 세력을 확장하고, 디지털, 그린, 보건 등 신흥 경제 영역에서의 국제협력 활성화를 통해 체제의 업적 정당성 기반 확충을 시도하는 우회적 전술을 일단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자국에 유리한 거래를 제안할 수 있고, 새로운 딜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어 트럼프의 당선이 중국에 유리하다는 입장도 있지만, 트럼프의 강공책이 중국 내부의 보수화를 응집시켜 시진핑 체제가 결사 항전의 길로 나설 경우 중국에도 부정적이라는 인식도 혼재한다.  일단 중국은 트럼프의 대중 경제압박이 계획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인식한다. 서로 얽혀 있는 미중 간의 부품 공급 체인이 어느 일방의 패배로 끝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정책이 적대적·경쟁적 측면 뿐 아니라 협력적 측면도 갖고 있지만, 지역 구도를 둘러싼 힘겨루기와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탈동조화’(decoupling) 시도가 바이든의 위험 관리(derisking)로 이어졌지만 이제 트럼프의 귀환으로 더 강화된 트럼프의 탈 동조화가 시도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Ⅳ. 트럼프 2.0 시대 미·중 관계 속의 한국은? -결론에 대신하여 주지하다시피 미·중 갈등은 이념과 군사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분리된 경제 블록에 기반한 미·소 냉전 시대와 구분된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중국은 글로벌 시장을 공유하면서 부품 공급망을 보유한 막강한 경제 실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고민이 많다. 한미 동맹은 한국 안보의 버팀목이지만, 중국과의 경제 교류 역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최근 중국의 대(對)한국 유화적 공세와 조치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배치 이후 후유증에 시달려 왔던 한국은, 현 정부 들어 점증하는 북핵 위기에 대처하는 유일 수단으로 한·미 관계의 복원과 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한·미·일 3각 공조도 강화해 나가자,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중국은 이를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판 나토(NATO) 결성으로 인식하였고, 한국 정부도 국익 원칙 기반 외교를 설파하며 호혜 평등의 한-중 양자 관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중 양국 지도자의 입장은 최근 일련의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11월 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의 북핵 위협에 대한 중국 역할 요구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하는데 그쳤지만, 북한을 두둔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한국에 있어 미·중 양국은 둘 중 하나는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혀 최근의 양국 간 유화적 분위기를 지원하는 모양새를 보였다.[10] 최근 중국은 내년 12월 말까지 한국인에 대한 15일간의 비자 면제 조치 시행 발표했고,[11] 또 신임 주한 중국대사에 과거보다 급이 높은 다이빙(戴兵) 현 유엔 부대표를 내정했다. 중국은 일단 트럼프 2.0에 대비해 한국의 대미 경사를 선제 관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러 밀착으로 중국의 대러시아·대북한 영향력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담보하려는 의도와 대북한 압박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을 향한 기본적인 외교 스탠스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미국에 대항하는 연대 의식이 있는 북·중·러 관계를 고려하면 북·러 밀착으로 중국이 곧바로 북한에서 멀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최근 조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당연히 안보는 유일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기본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미-중 양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면 미·중과 선별적 거래 요소를 찾아 우리 의사를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다가올 트럼프 2.0 시대와 중국의 접근에 대비한 주도면밀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  Endnotes [ 1 ]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7년 말 발간한 ‘국가안보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하고 전면적인 ‘미·중 전략 경쟁’을 선언했다, 이는 교류 협력의 확대로 중국의 시장경제화와 민주화를 추구했던 대중 연계와 변화정책을 폐기한 것이다. 또 2020년 5월의 ‘대 중국 전략보고서’는 ‘미중은 전략적 경쟁 관계이며 중국은 경제적·가치적·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에 도전’한다면서 중국의 도전에 맞서 미국인과 국토, 미국식 삶을 보호하고, 미국의 번영을 증진하며, 힘을 통한 평화의 보존 및 미국의 영향력 증대를 목표로 삼는다는 점을 천명하고 사실상의 ‘신냉전 시대’를 공표한 바 있다. “National Security Strategy Reports Overview,” National Security Strategy Archive. http://nssarchive.us/national-security-strategy-reports-overview 참조.[ 2 ] 특히 트럼프는 기존의 국제 질서가 미국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를 채택해,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 유지를 책임지는 것을 거부하는 입장이다. 트럼프에게 자유시장경제는 국익을 위한 수단이며, 고율 관세 부과도 협상용이 아닌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3 ] ANTONY J. BLINKEN, SECRETARY OF STATE,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SPEECH, “The Administration’s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https://www.state.gov/the-administrations-approach-to-the-peoples-republic-of-china/[ 4 ]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2022년 10월 12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The Whitehouse, The United States' 2022 National Security, OCTOVER 12, 2022.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2/10/Biden-Harris-Administrations-National-Security-Strategy-10.2022.pdf[ 5 ] 중국 입장은 「习拜会”后中美防长会晤:两军关系走向恢复的信号」, 2022.11.23.일자를 참고할 것. https://export.shobserver.com/baijiahao/html/554008.html[ 6 ] 문제는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거한 제도 개선이나 국제적 공감대 확보 같은 노력보다는 일사분란한 대미 대응을 위해 공산당 정권의 안전과 사회주의 제도의 유지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안전(政治安全)이라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는 데 있다. 과거 문화대혁명이나 천안문사건 같이 누적된 경제·사회 리스크가 간접적 영향을 통해 정치 리스크로 확대 재생산된 역사적 경험이 있는 공산당 지도부가 여전히 경색된 이념적 속박성과 압박적 선전방식을 통해 사회주와 중국적 발전 방식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애국주의 열풍을 주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7 ] 중국은 국제 통상질서 재편에도 적극적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타결시켰고, EU(유럽연합)와의 무역 투자협정에도 합의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타결시켰고, EU(유럽연합)와의 무역 투자협정에도 합의했다.[ 8 ] 시진핑과 바이든은 2023년 발리 G20 회담과 2024년 캘리포니아 정상회담에서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디 않도록 양국 관계를 관리하자는데 합의했다. 미국은 본격적인 ‘갈등 있는 대화기’를, 중국은 ‘갈등 있는 라이벌 구도’를 확인하려는 시도다.[ 9 ] 중국은 2024년 4월 26일 제14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9차회의에서 「관세법」을 제정하고 2024년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공표하였다. 「관세법」은 총 7장 72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제17조는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국가의 상품에는 그와 동등한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특혜무역협정(PTA)을 체결한 상대국 시장에 대한 ‘상호주의 원칙’을 전보다 강화한 것으로 중국 정부가 협정을 위반한 국가의 상품에 대해 동등한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원칙이 중국법에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人大常委会|通过!关税法自2024年12月1日起施行」, https://baijiahao.baidu.com/s?id=1797363046660142670&wfr=spider&for=pc[ 10 ]    이로 인해 혹시 한국 정부의 대중국 외교 기조가 바뀐 게 아닌지에 대한 논의도 있다. 아마 이는 한국 정부가 한·미 동맹을 복원해 강화했고, 안정적인 한·미·일 삼각공조 구축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개선 설정 추구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외교 기조가 변한다기 보다는 능동적 실용 외교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면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康埈荣:中国应该对朝鲜施加实际影响力」 『联合早报』(新加坡),2024.11.21, https://www.zaobao.com.sg/forum/views/story20241121-5375951[ 11 ]    중국의 비자 면제 범위가 비즈니스, 관광, 친척 및 친구방문, 국경 통과의 경우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비자 목적 이외의 활동은 반(反)간첩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은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중 누구를 선호하는가?
한국외국어대학교 박한진 초빙교수                                                                                       2024년 10월 30일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 대선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강경한 대중 정책을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응해 무역 다변화, 내수시장 강화, 기술 자립 등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11월 1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국이 양당 후보 중에 누구를 선호하는지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후에는 전 세계 주요 매체가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중국은 미국 대선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1].   팀 월즈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서는 ‘미국의 내정’이라며 별도의 논평을 거부했다.[2]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중국은 미국 대선에 공식적인 개입을 피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 국내 실물경제 불안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미국 상공에서 중국 정찰용 무인 풍선이 발견된 후 내부적으로 대외 불간섭 원칙을 강화해 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소셜 미디어의 여론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공화당 후보 지명 이전부터 트럼프를 선호하는 글이 많아 보였으나 이후 해리스 지지도가 상승하면서 해리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3]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새로운 대안 미디어로 떠오르는 뉴스레터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에 따르면 현재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미국 대선 관련 네 가지 유형의 의견그룹이 있다. 첫 번째 그룹은 트럼프에 개인적 끌림을 느끼는 그룹이다. 이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중국에 미칠 영향과 무관하게 그의 직설적인 스타일에 공감하곤 한다.[4]  두 번째 그룹은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비간섭주의가 중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트럼프를 선호하는 경우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중국을 괴롭혀온 개입주의와 도덕적 고압주의가 줄어들고 미국 주도로 동맹국을 규합하는 다국간 협력체제가 와해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건다. 세 번째 그룹은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에 재앙”이라며,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에 이득이 된다는 생각이다.[5]   네 번째 그룹은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국제정치 학자와 분석가 그룹이다. 해리스가 중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의 견해가 실제로 최고 지도층에 전달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논리적 관점이 주목받는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 비교 중국이 누구를 선호하는 지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중국 통상정책 기조와 조치에 대한 중국의 인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두 후보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모두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내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 두 후보 모두 중국에 대해 “약하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에 경제적인 압박을 가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목표에서도 유사하다. 차이점은 중국을 압박하는 접근법에 있다. 해리스는 다자주의에 기반해 동맹국들 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제어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보다 급진적이고 과격한 통상정책을 선호한다. 고립주의 접근을 통해 미국 경제를 보호한다는 것인데, 그는 당선되면 당장 전 세계에 대해 수입 관세를 일률적으로 10-20% 인상하고, 특히 대중국 수입 관세는 60% 이상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관계 분석가인 천딩딩[6]과 주신롱[7]은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일방주의가 중국에 단기적으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미·중 대화 기조 유지, 충돌을 방지하는 ‘가드레일’ 구축으로 단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무난하나 장기적으로 중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8]  한쪽은 당장 불리해지고 다른 한쪽은 시차를 두고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예측 가능성을 비교해 중국에 유불리를 가늠하는 분석도 있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CISS) 센터장 다 웨이(达巍) 교수는 트럼프 재임 때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관계를 안정시켰기 때문에 바이든과 공통분모를 가진 해리스가 중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시각이다.[9]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대중국 전략적 경쟁 정책을 공유하고 있어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예측 가능성은 비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대응 전략 전문가 그룹에서 제한된 범위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압박은 강화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인데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을 취하면서 대외정책의 뼈대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당선돼 그가 공언한대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은 단기간 내 수출 감소, 고용 감소, 경제성장률(GDP)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호석 리-마키야마(Hosuk Lee-Makiyama) ECIPE(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 국장은 트럼프 고관세가 시행되면 중국의 GDP 성장률이 1-2%포인트 감소하고 대미 직접 수출이 20-30% 감소하며 이는 중국 전체 수출을 10% 감소시키는 규모라고 예측했다. 제조업 관련 산업의 타격이 특히 커서 100만 명 이상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세우고 있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무역 다변화다. 이미 본격화됐지만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외교적 대응도 병행할 수 있다. 둘째 내수시장 강화다. 소비 촉진 정책과 재정정책 등 다양한 경제 활성화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최근 발표한 경제 활성화 패키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셋째 가장 핵심적인 대응 카드로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 개발을 통해 대외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거시경제 정책과 내수확대도 이와 연계해 강화할 것이다. 과학기술부 조직 개편, 대규모 자본 투입, 해외 기술 인수, 국내 혁신 클러스터 구축 확대 등 구체적인 조치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교육 및 연구 부문을 실용적인 응용 분야와 통합하고 있으며, 국가가 보유한 기술을 기업 부문에 이전하는 시스템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올해 상반기에 투자한 금액은 총 250억 달러(약 33조4900억원)인데 이는 한국·대만·미국의 반도체 업계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다.[10] 스팀슨 센터(the Stimson Center)의 윈쑨 애널리스트는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미국은 무역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 매파적인 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이므로, 중국으로서는 악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없고 나쁜 시나리오와 더 나쁜 시나리오만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11]  한국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를 더 잘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시각으로 중국을 분석하고, 중국의 시각으로 미국을 분석한다면 판세를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ndnotes[ 1 ]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 2024.8.14.[ 2 ]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 2024.8.23.[ 3 ] 블룸버그 통신이 방영한 ‘The China Show’ 프로그램(2024.7.30)에 출연한 패널들은 바이든이 대만을 지지했고 해리스도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해리스가 불편하고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4 ] 이들은 이유를 달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선호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5 ] 이와 관련해 중국에 떠도는 트럼프의 별명 중 하나로 ‘촨졘궈’(川建国, Chuán Jianguó)라는 이름이 있다. "국가를 건설하는 트럼프" 정도로 해석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6 ] . Dingding Chen(陈定定) is the president of Intellisia Institute. 중국의 국제관계 싱크탱크. 海国图智研究院 (Intellisia Institute) 원장. Xinrong Zhu is a research fellow at Intellisia Institute.[ 7 ] Dingding Chen and Xinrong Zhu, “Biden vs Trump: Who Would Have a Bigger Impact on China-US Relations?”, the Diplomat, December 12, 2023.https://thediplomat.com/2023/12/biden-vs-trump-who-would-have-a-bigger-impact-on-china-us-relations/[ 8 ] 해리스에 대해서는 두 분석가가 검토하지 않았지만 해리스의 정책이 큰 맥락에서 바이든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9 ] Kaiser Y Kuo, “The View from China: Leading IR scholar Da Wei of Tsinghua's CISS”, SINICA, Substack, Aug 28, 2024.https://www.sinicapodcast.com/p/the-view-from-china-leading-ir-scholar[ 10 ] NIKKEI ASIA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자료를 인용, 보도, 2024.9.2.[ 11 ] Stephanie Yang, “Trump and Biden both say they’re tough on China. But whom would Beijing prefer to deal with?”, Los Angeles Times, April 25, 2024
AI와 인류의 공존을 위한 AI 윤리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부 김명주 교수                                                                     2024년 10월 30일 혁신 신기술 AI와 인류의 공존이 지속되려면 AI에 대한 신뢰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원칙들이 정립되어야 한다. 그 시작점은 ‘AI윤리’이다. 모든 신기술이 보편적으로 따르는 윤리 원칙인 공공성과 책무성은 AI에서도 중요하다. 또한 AI가 가지는 차별적인 특성인 자율성과 지능성에 대응하여 AI의 통제성과 투명성도 중요한 AI 윤리원칙이다.   딥페이크 사건과 윤리 지체 현상 2024년 여름, 아동 청소년을 중심으로 벌어진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국회는 모처럼 뜻을 모아 관련 법을 개정하여 딥페이크 법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교육청은 본 사안을 학폭위(학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여 해당 학생들에게 정학과 퇴학 조치를 내렸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위 윤리 지체 현상”에 있다.[1]  기성세대에게 AI는 아직도 미래 기술이다.  AI에게 어떤 부작용과 역기능이 있는지 아직 모른다. 반면에 우리 아이들에게 AI는 현재 기술이다. 아이들의 삶 속 깊숙이 AI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2] 아이들에게 있어서 딥페이크는 신기한 장난이었다. 친구의 사진을 순식간에 음란물로 바꾸어 주는 ‘지인능욕’은 새로운 놀잇거리였다. 아이들에게 AI 윤리를 교육해 준 어른도 학교도 없었다. 현재 기술을 미래 기술로만 바라본 어른들의 “윤리 지체 현상”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피해로 전가된 사건이다.  혁신 기술 AI의 양면성과 AI 윤리 우리 사회는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 진행 중이다. 디지털 기술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생활의 편익을 증진한다.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고 새로운 부와 가치를 창출한다.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통을 기반으로 집단 지성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럼에도 디지털 기술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과 역기능을 수반한다.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AI가 있다. AI의 순기능이 크면 클수록, 부작용과 역기능도 비례하여 커진다. 이러한 AI의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비하기 위해 AI 윤리가 필요하다.[3]   여기에 몇 가지 질문이 따른다. 첫 번째 질문. 왜 법이 아니고 윤리냐는 것이다. 독일 법학자 엘리네크의 말처럼 “법은 윤리의 최소한”이며, 미국 대법관 얼 워런은 “법은 윤리라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라고 했다. 훌륭한 법의 전제 조건이 사회적으로 충분하게 성숙한 윤리인 것이다.[4]   AI와 같은 디지털 신기술은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문자화된 법으로 모든 문제를 다 다룰 수 없다. 법은 문자로 기술된 것들로 적용된다. 반면에 윤리는 인간 안에 있는 양심을 기반으로 모든 상황에서 작동한다. 윤리적 성숙 과정 없이 입법이 먼저 이루어질 경우, 부작용이 심각해질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왜 처음부터 AI 윤리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디지털 기술의 비가역성 때문이다.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순기능은 워낙 강력하다. 그래서 부작용과 역기능이 심각해져도 원래 상대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사람들이 중독되고 피폐해지며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스마트폰 없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AI가 도입되는 시작 단계부터 AI윤리룰 논의하고 확산시켜야 하는 이유다.  보편적인 원칙으로서의 AI 윤리 어떤 신기술이 출현하여 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 경우, 이 신기술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 위한 보편적인 윤리 원칙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공공성(publicness)이다. 소수가 아닌 인류 전체의 번영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공공성 안에는 초점을 달리하는 세부 원칙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소수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정성(fairness), 서로 다르게 사고하며 살아가는 인류 모두를 소중히 인정하는 다양성(diversity), 해당 기술에서는 소외될지언정 혜택에서는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포용성(inclusiveness) 등이 그것이다. 이런 원칙들은 공공성의 일부이거나 공공성의 다른 모습이다. 두 번째 보편적 원리는 책무성(accountability)이다. 신기술을 활용하여 기회를 만들고 신사업을 이끄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퍼스트 무버들은 신기술을 도입하여 새로운 가치와 경제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 반면 인간과 사회에 위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해에 대해서는 신기술을 활용한 행위 주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책임성(responsibility) 원칙이라 한다. 이에 비해 ‘책무성’은 책임성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의미이다. 신기술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면 손해배상을 즉각 진행하는 것은 책임성에 부합한 행동이다. 반면에 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을 규명하여 피해자에게 설명하고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행동은 책임성을 넘어선 책무성에 속한다. 이러한 책무성과 동일선상에서 등장하는 원칙이 안전성(safety)과 보안성(security)이다. 안전성은 AI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행동이나 상황으로부터 사람, 재산 또는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반면에 보안성은 외부의 악의적인 공격과 침해로부터 AI가 보호되어야 함을 의미하며 크게는 안전성에 포함되는 원칙이다. 최근에 안전성은 AI에 대한 신뢰성(trustworthiness)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인용된다. 그래서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안전성을 내세운 AI 안전 연구소(AISI, AI Safety Institute)를 개설하여 AI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 대한 국가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제조물책임법에서는 제조물 하자로 인한 사고의 책임을 제조자에게 부과한다. 그러나 AI는 자율적으로 동작하고 판단하므로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AI 제조자(개발자)에게만 묻기 곤란해진다. 그렇다고 AI 이용자에게 전적을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이용자에게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레벨 4와 5에서 운행하는 도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5] 이 경우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보험사가 사고의 책임을 담당하여 보상하도록 할 수도 있지만, 보험료는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부담이라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AI의 책무성과 책임성이라는 관점에서 AI를 독립된 행위 주체로 인정하자는 제안까지 나오기도 한다.  차별화된 특성에 기반한 AI 윤리 원칙 다른 디지털 신기술에 비하여 AI가 가지는 차별화된 특성 때문에 차별화된 AI 윤리 원칙이 요구된다. AI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은 자율성(autonomy)이다. 유럽연합(EU)이 제정하여 2024년 8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AI법에서도 자율성을 AI의 핵심 특성으로 기술하고 있다. AI는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고 결정한다. 이러한 AI의 자율성에 대응하는 윤리 원칙이 통제 가능성(controllability)이다. 어떤 AI도 인간에 의한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궁극적인 자율성을 거진 AI가 SF 영화에 등장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다. [6] 이 초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위험은 공상이 아니라 조만간 실현 가능할지 모른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시점이 바로 레이 커즈웨일이 말한 특이점(singularity)이다.[7] 이런 초지능 AI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AI가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처음부터 AI를 잘 통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두머(doomer) 그룹과. 그렇게 걱정할 바가 아니라는 부머(boomer) 그룹이 그것이다. 아직은 부머그룹이 주류 세력이다. 이 둘은 기업 현장에서 부딪히기도 한다. 예컨대 2023년 11월 챗GPT를 만든 OpenAI의 샘 알트만 대표(부머)를 전격 해고했던 이사회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수제자 일리야 슈츠케바 기술이사(두머)가 주도했다.[8]    AI의 통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로서 킬 스위치(kill switch)가 거론된다. 그러나 지금 수준의 컴퓨터에서는 킬 스위치가 통할지 모르지만, AI가 발전을 거듭해서 범용인공지능(AGI) 단계에 들어서고 스스로 초지능으로 진보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킬 스위치와 관련된 모든 사물 인터넷(IoT)를 AI가 보안 차원에서 스스로 차단하여 킬 스위치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갈수록 늘어나는 자동차 급발진(UWA) 사고는 “바퀴 달린 컴퓨터”가 통제를 벗어났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하물며 앞으로 이보다 더 고도의 자율성을 가진 AI가 출현할 때 과연 인간이 그런 AI를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AI의 또 다른 차별화된 특성은 지능성(intelligence)이다. 최근 AI는 각 분야의 전문가보다 우수함을 증명해 왔다. AI의 70년 발전사를 보면 3번의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이 존재한다. 앞선 두 번의 하이프 사이클에서는 AI의 성능이 기대만큼 미치지 못하여 침체기, 즉 겨울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 여름기를 향하고 있는 3번째 하이프 사이클에서는 AI의 지능성이 훨씬 향상되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을 AI가 이겼고, 세계 바둑 챔피언도 이겼으며, 미국 전체 퀴즈왕도 현격한 차이로 이겼다. 최근에 등장한 생성형 AI는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인간보다 더 우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AI의 지능성을 인간이 그냥 인정하고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다. 특히 개인의 진로와 운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AI가 개입하거나 주도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입사 여부를 결정하는 AI 면접관, 비자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AI 외교관,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AI 재판관이 그런 예다. 이처럼 어지간한 전문가보다 똑똑한 AI의 지능성에 상응하는 윤리 원칙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AI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동작하는지 그 내부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훤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이처럼 똑똑한 AI의 결정으로 운명과 진로가 바뀐 당사자에게 왜 그런 결정을 AI가 내렸는지 설명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다.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 2항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추가되었다. 최근 AI는 대부분 딥러닝 기반으로 데이터를 학습한 후 동작한다. 초창기 챗GPT만 해도 딥러닝의 결과를 1,750억 개의 파라미터 값에 보관하고 있었으며, 최신 거대언어모델(LLM)의 경우 파라미터는 1조 개를 넘긴다. 따라서 AI가 어떻게 해서 특정 출력을 생성하고 판단을 내렸는지 기준을 제시하고 내부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XAI)는 기술적으로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9]      생성형 AI에 특화된 윤리 원칙 2022년 11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 챗GPT가 공개된 이래, 수많은 생성형 AI가 봇물 터지듯이 공개되었다. AI가 사람처럼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제작하는 등 창작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윤리 이슈와 원칙이 부상되었다. 가장 뜨거운 부분은 저작권 보호(copyright protection) 원칙이다. 이는 윤리를 넘어 법 원칙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AI는 우수한 학습력을 자랑하고자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다 학습했다고 공표했었다. 그런데 그런 AI가 생성하는 합성 산출물(synthetic output)의 표현에 기존 저작물과 유사한 표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확인하는 중요한 두 기준인 ‘인과성’과 ‘실질적 유사성’에 AI가 모두 부합하는 셈이다. 생성형 AI가 학습 과정에서 사용한 방대한 데이터가 사회 공익을 위한 공정 사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의 법적 논쟁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울러 AI가 생성한 합성 산출물은 누구에게 저작권을 부여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이처럼 저작권 보호는 생성형 AI의 새로운 윤리 원칙으로 부각되고 있다. 생성형 AI에 특화된 또 하나의 AI 윤리 원칙은 구별 가능성(discriminability)이다. AI가 생성한 글, 그림, 영상이 워낙 정교하고 진짜 같아서 인간의 저작물과 구분이 힘들어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원칙이다. 2024년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도 크게 보면 구별 가능성 윤리 원칙을 따르지 않아서 생긴 사건이다. AI 합성 생성물에 꼬리표(labeling)를 부착하거나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것, AI로 만들었다고 공개 선언을 하는 것(disclosure)은 모두 구별 가능성 원칙을 따르는 조치이다. 구별 가능성 원칙은 앞선 투명성 원칙을 생성형 AI에 특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AI와 공존하는 사회에 접어들었다. AI는 기대 이상의 순기능을 발휘하며 새로운 혁신 동력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AI의 순기능 못지않게 잠재적인 위험에 기반한 부작용과 역기능으로 인해 성장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모처럼 다시 맞이한 AI 여름기가 혹시나 겨울기로 다시 접어든다면, 그것은 AI의 성능이 기대보다 우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AI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성이 무너졌기 때문일 것이다. AI 윤리는 인류와 AI의 공존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적 대안이다. AI 윤리는 공존의 시작 단계부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사회적 공론의 장에 꾸준히 올려져야 한다. Endnotes[ 1 ] 김명주 (2024. 9. 25),  “[세상읽기] 딥페이크 사태가 남겨준 교훈”. 경기일보.[ 2 ] Tortois Media (2024), “The Global AI Index”. https://www.tortoisemedia.com/intelligence/global-ai[ 3 ] 김명주 (2017), “인공지능 윤리의 필요성과 국내외 동향”. ⟪정보와 통신⟫, 34권 10호, 45-54쪽.[ 4 ] 김명주 (2024),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과 국제적 규제 동향”, ⟪문명과 경계⟫, Vol.8, 43-77쪽.[ 5 ] SAE International (2021. 3. 3), “Levels of Driving Automation”, https://www.sae.org/blog/sae-j3016-update[ 6 ] Bostrom, N. (2014). “Superintelligence: Paths, Dangers, Strategies”, Oxford University.[ 7 ] Kurzweil, R.  (2005),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 Viking.[ 8 ] 타타임즈 TV (2023. 11. 6), “일론 머스크도 ‘팽’했던 오픈AI 이사회, 그들은 왜?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o4NNzgL7Yj8&t=53s[ 9 ] Longo, Luca; et al. (2024).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XAI) 2.0: A manifesto of open challenges and interdisciplinary research directions". Information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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