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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WTO 개도국 특권 포기
    김 두 식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 변호사)                                                                                          2025년 10월 29일 지난 10월 초 중국은 WTO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 혜택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동안 인도, 남아공 등 거대 신흥경제국들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며 WTO다자가 협정과 복수간 협정의 협상을 블로킹함으로써 WTO기능 약화에 기여해 왔다. 이번 중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이 이러한 거대 ‘개도국’들의 태도 변화를 초래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은 무역 다자주의를 표방해온 중국의 지도력을 강화하고, 악화된 WTO 협상 기능의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개도국 특권 포기 배경과 의미[1] WTO는 현재 166개 회원국이 자국 스스로 선진국인지 개발도상국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WTO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분류하는 기준을 정한 바 없기 때문이다. 다만 WTO 회원국의 세번째 범주인 ‘최빈개도국’(LDC)은 유엔의 분류에 따라 지정된다. 지금까지 WTO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이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이라고 분류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명목 GDP 기준 세계 2위와 4위인 중국과 인도가 포함된다. (구매력 평가 기준 GDP 기준으로는 중국이 세계 1위, 인도가 세계 3위다.) WTO 가입을 위해 대기 중인 22개국들도 스스로를 모두 개발도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WTO 규정에 따르면, 국가의 발전 수준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수준이 다르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특별 및 차등 대우"(S&DT)라는 무역 특권이 부여된다. 예컨대, 개발도상국은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 인하 또는 보조금 감축을 시행할 의무가 없다. 농업 보조금의 경우, 개발도상국은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농업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는 반면, 선진국은 5%까지 농업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개도국에 대한 특별 및 차등 대우가 개발도상국들의 기득권으로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특히 2001년 WTO 가입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계속 주장하는 데 대해 반발이 컸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세계적 영향력과 경쟁력을 가진 국가들이 이러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중국의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은 선진국들의 오랜 불만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왜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을까?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1인당 소득은 여전히 13,300달러에 불과하여 86,000달러인 미국 등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상황에서, 중국의 개도국 특권 포기는 어느 정도의 희생을 수반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이 개도국 특권을 포기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비교적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WTO의 농업 및 어업을 비롯한 다자간 무역 협상은 빠르게 진전되지 않고 있고, 최근 몇몇 협상에서 중국은 이미 개도국 특권을 포기한 바 있다.  또한 세계 무역체제의 불확실성 증가와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흔들리는 세계에서 다자간 무역질서를 주도하려는 중국으로서는 이번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선진국 의무 이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중국의 지도력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WTO 협상 기능 약화의 원인 지금 WTO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빈사 상태에 빠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미국이 주도한 WTO 분쟁해결절차 기능 정지, 그리고 새로운 통상 이슈에 대한 WTO 차원의 협상 기능 약화가 그것이다. WTO의 협상기능이 약화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신흥 경제대국들로 부상한 개도국들의 무역협상 거부이다.  WTO 협정에서 개도국에 대한 특별 및 차등 대우 조항은 모든 개발도상국 회원국들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특혜 조항은 농산물 수입 쿼터를 포함한 모든 WTO 협정에 명시되어 있다. 개도국들에게는 부여된 특권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있다.•  협정 및 약속 이행 기간 연장•  이들 국가의 무역 기회 확대 조치•  모든 WTO 회원국이 개발도상국의 무역 이익을 보호하도록 요구하는 조항•  개발도상국의 WTO 업무 수행, 분쟁 처리 및 기술표준 이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 그 동안 인도, 남아공, 인도네시아 등 거대 신흥경제국들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며 WTO 다자간 협정과 복수간 협정의 협상을 블로킹함으로써 WTO의 협상기능 약화에 기여해 왔다. 이들 핵심 개발도상국 그룹은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개도국 특별 대우를 잃을까 두려워 새로운 무역 분야에 대한 다자간 및 복수간 협정의 협상을 좌절시키거나 지연시켜 왔다.  특히 인도는 그 동안 자국의 빈곤 문제, 역량 부족, 인프라 격차, 디지털 격차, 불균형 성장과 같은 지속적인 개발 과제를 언급하며 개도국 대우를 적극적으로 옹호해 왔다. 인도는 더 나아가 166개 WTO 회원국 전체를 포괄하는 무역 장벽 완화 규범 제안에 반대해 왔을 뿐 아니라, 인도가 가입할 의사가 없는 일부 회원국들 간의 복수간 협정에도 반대해 왔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복수간 협정이 WTO내에서 본질상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신흥 경제대국들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며 이에 따르는 수많은 특혜를 누리려 하는 한, 개도국 특권의 남용을 둘러싼 WTO 회원국들 간의 분열적 양상이 해소되기 어렵고 WTO의 협상기능이 회복되기 어렵다. 그 세계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운영하는 WTO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의 영향 이번 중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이 당장 거대 ‘개도국’들의 태도 변화를 초래할지는 불확실하다. 인도는 2047년까지 선진국이 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질은 2019년에 선진국 지위를 선언하겠다고 했지만, 2024년에는 선진국 지위를 선언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그 동안 WTO 협상을 지연시키기 위해 협력해 온 인도, 남아공,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 경제국들의 전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비록 자국 경제가 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개발 필요성이 있고 따라서 WTO 규칙에서의 예외 내지 정책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 국가들은 지금까지는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을 언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월 이후 이들은 더 이상 중국에 기대기 어렵게 되었다. 중국의 개도국 특권 포기 결정은 아직 다자 무역협상에서 실질적인 양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다자간 무역 체제 질서를 주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다른 주요 신흥국들이 중국의 선례를 따른다면 WTO 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WTO 회원국들 간의 신뢰가 회복되고 악화된 WTO 협상 기능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요 신흥 경제국들이 중국처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결정을 할 조짐은 아직 없다.   Endnotes  [1] Hinrich foundation의 2025. 10. 21.자 Editorial “China relinquishes WTO privileges. Time or others to do the same?” 참조 
CPTPP, 다자 무역질서를 유지할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김두식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변호사                                                                                2025년 9월 23일       2025년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와 일방주의의 심화로 ‘미국을 제외한 국제질서’(world minus one)를 추구해야 한다는 담론이 힘을 얻고 있다.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 무역질서가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를 유지할 하나의 대안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CPTPP 가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과연 CPTPP가 다자 무역질서를 살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CPTPP는 고도의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려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산물시장을 과감히 개방할 각오를 해야 한다. CPTPP 절차도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지금 가입을 희망하는 많은 국가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러나 기존 CPTPP 회원국들은 가입 희망국을 개별 심사하여 만장일치로 가입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대기 중인 국가들의 가입이 언제 성사될지 알 수 없다. 유일하게 CPTPP에 신규 가입한 영국은 2021년 2월 가입신청을 한 후 3년 10개월만인 작년 12월 가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문제 인식하에, 여기서는 CPTPP 가입절차를 중심으로 CPTPP 가입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서론 리셴룽(Lee Hsien Loong) 전 싱가폴 총리는 2025년 7월에 열린 싱가폴 경제학회 연례 만찬 모임에서 “미국 없는 세계” (World minus One)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바 있다. 미국이 미국우선주의 정책으로 다자주의 무역질서에서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국가들이 미국 없이 다자질서를 유지하자는 담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지는 일방적 상호관세 부과 등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거의 존재감을 상실했고,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가 무역질서는 무대 뒤로 사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미국의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말 중국 톈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는 20여개국 정상과 10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SCO 행사로, 미국의 적대국들 및 글로벌 사우스 간의 연대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특히 미국이 지난 25년간 자신의 우방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해온 인도의 모디 총리가 미국의 관세 폭탄에 저항하면서 SCO에 참석, 앙숙 중국과 화해한 것은 미국이 촉발한 세계질서의 재편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통상외교 정책은 거래적(transactional)이다. 그가 부과한 상호관세와 이를 낮추기 위한 협상조건은 중국 등 적대국보다 동맹과 우방에 더 가혹하다. 이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 간에도 상호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안주해오던 유럽은 방위비 증액과 자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호주, 영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 동맹국들 간 연대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역사적 앙금이 가시지 않은 한일 간에도 협력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 현재 12개국에 불과한 CPTPP회원국을 확대하여 미국 없는 다자 무역질서를 유지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CPTPP를 확대하는 데에는 CPTPP에 내재된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CPTPP에 신규로 가입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또한 신규 가입국에게 높은 수준의 가입요건을 요구하고 있고, 개별 신청국별로 맞춤형 가입 협상을 진행하고 만장일치로 가입을 승인하는 방식을 취하여 가입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중국이 가입의사를 밝히는 등 가입을 희망한 국가도 다양하여 신규 회원국 영입 승인에 정치적, 지정학적 고려가 개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CPTPP 회원국 확대에 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비록 영국이 가입 신청 후 3년 10개월만인 2024년 12월 CPTPP에 가입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현재 추가로 7개국이 가입 신청을 진행 중이며, 가입 의사를 표명한 국가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CPTPP 회원국들이 이러한 다수 가입 희망국들의 가입절차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가입 승인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CPTPP의 회원국 확대에 따르는 문제를 중심으로 CPTPP가 과연 다자 무역질서를 유지할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를 살펴보기로 한다.[1]CPTPP의 성립과정 및 가입조항 일반적으로 지역무역협정(FTA)는 신규 회원국의 가입을 예정하지 않는다. FTA는 처음부터 서로를 잘 아는 협정당사국들 간에서만 관세인하나 시장접근 등의 혜택을 부여할 것을 전제로 협상하고 체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PTPP는 ‘포괄적 · 진보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이라는 명칭에 내포되어 있듯이 처음부터 회원국들의 점진적 확대를 예정하고 있다.  CPTPP 원회원국은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11개국이다. 작년 12월에, 영국이 2018년 말 CPTPP 발효 이후 최초로 신규 가입한 회원국이 됐다. 현재 추가로 CPTPP 가입을 신청한 국가는 중국(2021년 9월), 대만(2021년 9월), 에콰도르(2021년 12월), 코스타리카(2022년 8월), 우루과이(2022년 12월), 우크라이나(2023년 5월), 인도네시아(2024년 9월)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한국, 태국, 필리핀 등은 공식 가입 의향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가입 의사를 표명하였거나 검토 중인 국가들이다. 그러나 CPTPP에 신규 가입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CPTPP는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고, 회원국 간 서비스 및 투자에 대해 거의 완전한 시장 개방을 규정하는 등, 협정 가입에 따르는 이해관계나 위험 부담이 높은 협정이다. 그런 만큼, 기존 CPTPP 회원국들은 신규 가입신청국에게 높은 수준의 가입기준을 충족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가입신청국의 자격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여 만장일치로 가입을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 신규 가입국이 협정을 효과적으로 이행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입 심사의 핵심 요소이다. 여기에 더하여 가입 승인에 지정학적 문제가 개입되고, 협정 사무국이 부재하는 등의 이유로 신규 가입국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원래 CPTPP 협정의 기원은 2006년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가 참여하는 환태평양 전략경제동반자협정(TPSEP), 즉 태평양 4개국(P4) 간 협정이었다. 당초 P4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비공식적인 무역협정 논의를 시작했다. P4는 비록 처음에는 소규모 개방 경제를 가진 국가들 간의 작은 협정으로 출발하지만, 점차 21개 APEC 회원국을 아우르는 자유무역협정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협정에 신규 회원국 가입 조항(accession clause)을 포함시켰다.  P4 협상은 2008년 금융 서비스와 투자에 관한 두 장(Chapter)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 때 미국이 논의가 진행 중인 챕터 차원의 협상에 참여할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의 협상 참여를 계기로 P4협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협정의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초기 논의는 P4협정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집중되었지만, 회원국들은 신속하게 새로운 FTA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다만 협정의 내용적 범위는 P4협정과 유사했고, 규칙 및 부록들도 중복되는 부분이 많았다. TPP 협상국도 확대되었다.  TPP의 첫번째 협상은 2010년 호주,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미국, 베트남 등 8개국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말레이시아, 캐나다, 멕시코, 일본이 추가되어 협상 참여국이 12개국으로 확대되었다. TPP 법률안은 2016년 1월에 완성되어 발표되었다. 그 후 각 참여국이 TPP협정에 대한 비준 절차를 거치는 동안 2017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에 의해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했다. 이에 나머지 11개 회원국들이 협정을 약간 수정하고 이름을 변경하여 2018년 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을 발효시켰다.[2] CPTPP는 제30.4항의 TPP 가입 조항(30.4항)을 승계했지만 당초 TPP에 참여했던 APEC 회원국들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부분(30.4.1.a)은 삭제되었다. CPTPP 제30.4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3]  제30.4항(가입)1. 이 협정은 다음 국가들에 열려 있다:(a) APEC 회원인 국가 또는 별도의 관세영역(b) 당사국들이 합의하는 기타 국가 또는 별도의 관세영역. 가입 후보자는 당사국들과 합의한 조건에 의거하여 이 협정상의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각 당사국 및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 또는 별도의 관세영역의 적용 가능한 법적 절차에 따른 승인을 거쳐야 한다.   2. 국가 또는 별도의 관세영역은 수탁자에게 서면으로 요청을 제출하여 이 협정 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  영국은 CPTPP에 포함된 이러한 가입 조항을 통해 2021년에 회원국 가입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것이다. TPP 및 CPTPP 가입기준과 절차 CPTPP 이전의 TPP 협상 과정에서 신규 회원국 가입에 관한 비공식 규범이 채택되었다. 여기에는 가입신청국은 공식 수탁국인 뉴질랜드에 가입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CPTPP 제30.4항에 반영되었다.  TPP 가입요청서를 제출한 가입신청국은 기존 TPP회원국들과 "양자 간 현안"(bilateral irritant)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하여야 했다. 다만 이러한 양자간 문제가 더 큰 협상그룹에서의 협상 이전에 해결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큰 그룹 협상과 병행하여 협상을 계속해도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일부 회원국은 양자 간 문제가 최종 가입 승인까지 충분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최종 가입 승인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반면, 어떤 TPP 가입신청국들은 협상 전에 양자 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여야 한다면 단기적으로 합의가 완료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이 국내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추가로, TPP가입에 관한 비공식 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1)  기존 TPP 회원국들 전원이 협상 개시를 승인해야 가입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2)  신규 가입신청국은 이미 완결된 협정의 법률 문서에 대해 협상을 요청할 수는 없지만, 협상이 중인 모든 규칙에 대한 협상에는 참여할 수 있다.3)  신규 가입신청국은 약속표(Schedules of commitments)를 작성하여야 하며, 관세 철폐의 속도와 범위 등에 대해 협상을 하여야 하고(모든 가입국들이 가입 발효 시 높은 수준의 관세 철폐 또는 인하를 약속하고, 합리적인 기간 내에 거의 모든 관세를 비교적 신속하게 철폐할 것을 약속하여야 함), 또한 서비스 및 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제한 사항을 네거티브 리스트로 명시하고, 정부 조달에서 제외되는 특정 기관을 명시해야 한다.4)  기존 회원국들도 가입신청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약속 이행 일정을 재고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 하에 캐나다와 멕시코는 2년 이상 협상이 진행된 후 2012년 10월에 TPP에 가입했고, 일본은 협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2013년 7월에 가입했다. 원래 TPP 협정문에 있던 가입 조항은 CPTPP의 최종 조항(Final Provisions) 장에서 간략한 조항(제30.4항)으로 정리되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CPTPP 제30.4항에 열거된 회원국 자격 기준은 당해 국가가 APEC 회원이거나 "당사자가 동의하는 다른 국가 또는 별도 관세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과, 협정상 의무를 준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CPTPP 회원국들은 이러한 조항들이 가입자격에 대한 최종 기준이 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회원국들은 CPTPP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인 CPTPP 위원회(CPTPP Commission)의 첫번째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였고, 2019년 위원회 결정을 통해 CPTPP 가입기준을 공식 규칙으로 채택하였다. 위원회 결정의 부속서 제5조(Benchmarks: 기준)에서는 신규 회원국에 대한 가입 기준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5.1: 가입 희망국은 (a) CPTPP에 포함된 모든 기존 규칙을 준수할 방법을 제시해야 하며, (b) 상품, 서비스, 투자, 금융 서비스, 정부 조달, 국유기업 및 기업인의 임시 입국에 대해 최고 수준의 시장 접근을 제공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각 당사국에게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시장 접근성을 제공해야 하며, 이는 무역, 투자,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효율성, 경쟁, 개발을 촉진하는 동시에, 유치국과 당사국 간의 상호 이익이 되는 연계를 강화하는 균형 잡힌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5.2: CPTPP 원가입국들이 상품 및 서비스 무역과 투자에 대한 관세 및 기타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합의한 포괄적 시장 접근성 약속의 목표는 가입 희망국들이 제시하는 약속의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4] 한편 CPTPP 가입절차는 영국과의 가입협상을 하면서 일부 변경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변경 사항은 가입 희망국의 가입 요청서 제출 이후 비공식 가입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설문 단계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즉, 가입 희망국에게 기존 CPTPP 조항과 관련된 국내법, 규칙, 정책 및 절차에 대한 질문이 담긴 비공개 설문지를 보내고 해당국이 이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가입 희망국이 작성한 설문에 답변은 모든 기존 회원국들에게 배포되며, 기존 회원국들은 설문지 답변에 대한 서면 질문이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가입 희망국은 질문에 서면으로 답변해야 한다. 이 절차와 관련하여, 서면 질문과 답변의 분량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질문과 답변을 얼마나 반복할 수 있는지는 명확치 않다. 다만, 가입 희망국은 가입협상이 완료되고 협정이행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협정상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입 희망국은 가입 후 CPTPP 의무를 이행하는 일정을 회원국들에게 설명하고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재차 제출해야 한다. CPTPP 가입협상의 실제  CPTPP 가입은 흔히 당사국들과의 "협상"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협정문에 대한 협상이 행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가입 희망국은 이미 완결된 협정에 가입하는 것인 만큼, CPTPP 가입협상는 주로 신규 회원국이 CPTPP 상의 규칙과 요건을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데 집중된다.  예를 든다면, CPTPP 가입 희망국은 국경 간 서비스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자국의 시장개방 양허표를 제출하면서 개방 예외 조항(exceptions) 혹은 비준수 조치(non-conforming measures) 목록을 제출하여 가입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가입 희망국은 이러한 예외 조항들을 CPTPP 협정 부속서 II에 포함시키고자 할 것이고, 반면 기존 회원국들은 가입 희망국이 제시한 예외 조항 수를 줄이고, 예외 조항을 부속서 II가 아닌 부속서 I에 포함하도록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부속서 I에 포함된 예외 조항들은 향후 CPTPP 회원국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점진적 개방장치(ratchet mechanism)"가 적용되는 반면, 부속서 II는 향후 변경을 예정하지 않는 확정적 예외 조항들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CPTPP 가입협상의 핵심 대상은 가입 희망국의 협정 양허표에 포함될 내용과 그 구체적인 이행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CPTPP 가입협상은 협정 조건을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절차처럼 가입 희망국의 양허 조건을 협상하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가입협상 당시 CPTPP 회원국들이 법률문서의 개정 협상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입 희망국도 그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입 희망국과 기존 회원국 간에 소위 ‘부속 합의서’ (side letters) 방식으로 특약 사항을 논의하는 경우에는 해당국들 간에 실제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부속 합의서는 특정 회원국들 간에 CPTPP 법률조항에서 벗어난 예외 사항을 합의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부속 합의서는 대부분 양자간 성격을 띤다. 예컨대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체결한 와인 및 주류에 관한 부속 합의서와 같이, 두 회원국 간에 존재하는 FTA 규정이나 약속이 CPTPP 발효 이후에도 계속 적용된다는 점을 부속 합의서로 합의할 수 있다. 또한 특정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CPTPP의 특정 규정(예컨대 ISDS 규정)을 상호 적용하지 않기로 약속할 때 부속 합의서가 이용되기도 한다.  이 밖에 특정 가입국에 대해 문화적 예외, 전자결제, 전자상거래 예외를 적용하고자 할 때 해당국과 모든 회원들 또는 대부분의 회원국들과 부속 합의서를 교환하기도 한다. 부속 합의서는 협정 적용에 약간의 유연성을 허용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일부 회원국들이 국내에서 협정 비준 절차를 수월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2023/2024년에 강화된 CPTPP 가입기준 – “오클랜드 원칙” 영국과의 CPTPP 가입협상은 2021년 6월 시작했으며, 거의 2년의 협상 끝에 영국은 2023년 7월 가입 의정서에 서명했다. CPTPP 회원국들은 영국과의 가입협상 기간 동안 다른 가입 희망국들의 지원자들의 가입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CPTPP 회원국들은 영국과의 가입협상을 CPTPP 가입기준과 절차를 추가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시험 사례로 취급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019년 CPTPP 위원회는 결정 부속서로 신규 가입 희망국을 심사하기 위한 기준을 정한 바 있다. CPTPP 회원국들은 영국과의 가입협상이 마무리된 2023년과 2024년에 이 CPTPP 가입기준을 강화하여 갱신된 기준을 발표했다. 갱신된 가입기준은 '오클랜드 원칙'(Auckland Principles)이라 불린다. 오클랜드 윈칙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즉, 첫째, 협정의 높은 기준을 충족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 둘째, 무역 약속을 지속적으로 이행한 실적이 있을 것, 셋째, 가입 개시 결정은 CPTPP 회원국 전원의 합의를 요함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CPTPP 가입 기준의 강화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많은 가입 희망국들을 고려하여, 수준 높은 CPTPP 규범을 이행할 수 있는 국가를 가려내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현재 CPTPP 가입을 신청한 국가들 중에는 FTA 협상 또는 체결 경험이 부족하고 CPTPP와 같은 고도의 시장개방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국가들이 있다. 더욱이 CPTPP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 대우 조항이 없으며, 모든 회원국이 동일한 수준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다만 일부 규칙의 적용에 약간의 시간적 여유(최대 5년)를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오클랜드 원칙은 이처럼 다양한 가입 희망국들 중에서 어떤 국가를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어떤 지원자를 선발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위 세가지 원칙에 의거하여 실제로 잠재적 회원국들을 걸러 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입 희망국이 CPTPP의 높은 기준을 충족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요건과 관련하여, 협상이 실제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어떤 국가도 협정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겠다고 공표하지는 않을 것이며 실제 제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들의 의도를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인 무역 약속을 준수한 이력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가입 희망국들이 이 원칙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 지가 분명치 않다. 가입 희망국들이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모든 협정을 전부 준수했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준수해야 준수했다고 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기준은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사실상 주관적인 평가를 요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 CPTPP 회원국들은 과연 입증가능한 무역협정 준수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CPTPP 내에서도 회원국들에 대한 기존 조항의 적용이 일관되지 않거나 아예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2018년에 발효된 CPTPP는 2024년 "3년차" 이행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하나, 현재 CPTPP 회원국들은 예정된 장(chapter) 단위 검토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있고, 관련 온라인 정보도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 조달 기준은 2년마다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어떤 CPTPP 회원국도 이를 업데이트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현재 가입협상 개시에 회원국 전원의 합의를 요한다는 원칙은 부적합한 국가의 가입을 막는 중요한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WTO가 만장일치 원칙을 채택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고려할 때, CPTPP의 합의 원칙은 CPTPP 확대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다.   요컨대, 현재의 CPTPP 가입기준을 정하고 있는 오클랜드 원칙은 실제 적용에 있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러 가입 희망국들의 가입 절차를 효과적으로 관리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PTPP 확대를 위한 가입절차의 혁신 필요성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기존의 다자 무역 체제가 붕괴 위기에 처해 있고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확실성 증가로 글로벌 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PTPP와 같은 고품질의 무역 협정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확대될 수 있다면, 제한적이나마 다자 무역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CPTPP는 현재 회원국이 12개에 불과한 작은 협정으로 남아 있고, 신규 회원국을 영입하는데 난관이 많다. 신규 회원극의 가입조건은 까다롭고 가입절차는 복잡하다. 수년에 하나의 회원국을 가입시키는 느린 속도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다자 무역질서를 유지하는 플랫폼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CPTPP 회원국들은 최대한 많은 신규 참여국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입절차를 혁신하여야 하고, 가능하다면 늘어나는 회원국 수만큼 협정의 이행과 협상을 관리할 사무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자유 무역과 시장 개방을 지지해 온 주요국들이 CPTPP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과감한 조치가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하여, 가입 희망국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동시에 CPTPP 확대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5] 이는 일종의 집단 가입방식으로, 가입 희망국들은 특정 날짜에 CPTPP 회원국들로부터 향후 가입절차, 일정, 요구 사항에 대한 공통 브리핑을 받고, 그 후 주요 분야(상품, 서비스/투자, 정부 조달, 기업 진출, 경쟁/국영기업)별 CPTPP 협상팀과 개별적으로 만나 추가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협상을 계속 진행할 준비가 된 가입 희망국은 후속 협상에 초대될 수 있고, 아직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되지 않은 국가는 협상 속도를 늦추거나, 협상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집단 가입 방식에서는 가입 희망국 그룹은 상품, 서비스/투자, 국영기업, 정부 조달 등 부문별 협상 진행 상황을 CPTPP 위원회에 제출하고, 위원회는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당사국과의 협상을 중단 또는 연기하도록 권고할 수 있으며, 협상 결과가 만족스런 국가들에 대해서는 최종 가입 절차를 시작하는 실무그룹에 포함, 후속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CPTPP 회원국들이 종전의 개별 국가별 맞춤형 가입절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CPTPP 회원국의 신속한 확대를 수용할 의지가 있다면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CPTPP가 요구하는 개방 수준에 맞추어 농산물 시장 등을 개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가입 희망국들의 다양한 경제 발전도나 정치 경제 체제,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이 안보상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지, 경제적 실익이 얼마나 큰지 등도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 CPTPP 가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가입절차상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신속하게 가입을 실현할 수 있는 효율적인 가입방안을 CPTPP 회원국들에게 적극 제시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Endnotes [1] Deborah Elms, “Joining the CPTPP: A better way to streamline the process”, Hinrich Foundation (2024. 11) 참조.[2]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TPP 조항들 중에서 단22개 조항만 수정되었다. [3] 제30.4항 원문은 다음과 같다,Accession1.  The Agreement is open to accession by: (a)  Any State or separate customs territory that is a member of APEC; and(b)  Any other State or separate customs territory as the Parties may agree. The candidate must be prepared to comply with the obligations in the Agreement, subject to such terms and conditions as may be agreed between the candidate and the Parties, and following approval by the applicable legal procedures of each Party and the acceding State or customs territory.        2.  A State or separate customs territory may seek to accede by submitting a request in writing to the Depositary.[4] 영문 원문은 다음과 같다.5.1: Aspirant economies must: (a) demonstrate the means by which they will comply with all the existing rules contained in the CPTPP; and (b) undertake to deliver the highest standard of market access offers on goods, services, investment, financial services, government procurement, State-owned enterprises and temporary entry for business persons. These must deliver commercially meaningful market access for each Party in a well-balanced outcome that strengthens the mutually-beneficial linkages among the aspirant economy and the Parties, while boosting trade, investment and economic growth, and promoting efficiency, competition and development.5.2: The objective of comprehensive market access commitments agreed by CPTPP original Signatories through the elimination of tariffs and other barriers to goods and services trade and investment should guide the level of commitments offered by aspirant economies.[5] Deborah Elms, “Joining the CPTPP: A better way to streamline the process”, Hinrich Foundation (2024. 11) 참조. Deborah Elms는 가입 희망국들을 하나의 대화그룹(Dialogue Group)으로 묶어 정해진 일정에 따라 가입 협상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2025년 UNCTAD 세계투자보고서(WIR)로 본 글로벌 투자(FDI) 동향
사단법인 테크앤트레이드 연구원                                                                                                                                              2025년 7월 15일  이 글은 본 연구원이 UNCTAD 2025 세계투자보고서 상의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unctad.org/system/files/official-document/wir2025_en.pdf로 가시기 바랍니다.q 2024년 글로벌 FDI 동향 요약 2024년 글로벌 FDI 11% 감소2024년 글로벌 FDI는 4% 증가한 1조 5,000억 달러로 집계됐으나, 중간 경유국(conduit economies)를 통한 투자를 제외하면 전세계 FDI는 2년 연속 11% 감소했다. 통상환경 악화와 불확실성 증가로 2025년 FDI 전망도 부정적이다.국가별, 지역별로 큰 FDI 편차2024년 FDI는 지역별 또는 국가별로 매우 큰 편차를 보였다. 우선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FDI는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던 데 비해, 선진국들에 대한 FDI는 22% 감소했다. 그 중 유럽에 대한 FDI유입이 무려 58%나 감소한 반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대한 FDI는 23% 증가했다.  개발도상국들 내에서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대한 FDI가 상당히 증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에 대한 FDI는 크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중국 FDI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 전체의 FDI는 3% 감소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전세계 FDI의 40%,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총 FDI의 70%를 끌어들이는 전세계 최대 FDI유치 지역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한국·일본에 대한 FDI는 감소, 대만은 증가 중국에 대한 FDI는 2023년 14% 감소한 데 이어 2024년에는 29%나 감소했다. 한국과 일본의 FDI는 2024년 각각 20%, 35% 감소하여 중국과 마찬가지로 2년 연속 감소 추세였다. 이에 반해 대만은 2023년 FDI 감소를 보였으나, 2024년 무려 72%나 급반등했다. UNCTAD는 대만의 FDI증가 원인으로 대만 발달한 제조업과 반도체에 대한 외국인의 전략적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 일본, 대만은 모두 2024년 해외 FDI투자가 늘었다. 디지털 경제 분야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FDI 증가 부문별 FDI동향을 보면, 디지털 경제 부문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증가했다. 한편, 전자, 자동차 등 글로벌 공급망(GVC) 산업에서도 FDI가 다소 증가했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는 감소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투자의 위기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관련 투자는 인프라, 재생에너지, 물과 위생, 농식품 시스템 등 주요 분야에서 25%에서 33%가량 감소했다. 2024년에 유일하게 증가를 보인 분야는 보건 부문이었으며, 그 마저도 규모가 크지 않았다. 여기에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IPF)의 규모는 40% 이상 감소했다. 이런 감소는 국제적 재원에 더 많이 의존하는 최빈국(LDC)에 특히 큰 타격을 주고 있다. 1.      2024년 전세계 FDI 동향 2024년 전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4% 증가하며 1조 4,500억 달러에서 1조 5,100억 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여러 유럽 국가를 경유(conduit)하는 투자를 제외하면, 글로벌 FDI는 오히려 11%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조 6,700억 달러에서 1조 4,900억 달러로 줄었다. 이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국제 FDI 흐름의 지속적인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FDI 감소는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내총생산(GDP)이나 무역 등 다른 거시경제 지표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FDI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IPF) 거래는 2024년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IPF투자액이 26% 줄었다. 이러한 IPF 하락세는 환율과 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 등, 자금 조달상의 제약이 주요 원인이다. IPF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빈국에서는 IPF가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서 그 영향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한편 그린필드 프로젝트는 엇갈린 신호를 보였다. 그린필드 프로젝트 수는 소폭(3%) 증가했지만, 전체 금액은 5%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그린필드 투자 발표 금액은 총 1조 3,000억 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공급망(GVC) 중심의 제조업에서 투자 활동이 가장 활발했으며, 지역적으로는 동남아시아, 동유럽, 중앙아메리카와 같은 지역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이러한 경향은 다국적 기업들이 변화하는 세계 무역 환경 속에서 생산 거점을 재조정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주로 선진국의 FDI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국경 간 인수합병(M&A)은, 2024년에 14% 증가하여 총 4,43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런 회복세는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2024년 M&A 활동 수준은 여전히 지난 10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전체 M&A 활동에서 국경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 규제 장벽, 산업 정책 변화에 대한 민감성이 커진 결과, 국내 M&A나 인근 국가에서의M&A에 좀더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는 그린필드 프로젝트 발표 건수(미래 투자자 심리 반영)는 2024년에 3% 증가해 19,000건을 넘었다. 이는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프로젝트 금액은 5% 감소해, 투자 규모가 작아지거나 자본 투입에 신중함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프로젝트 수 증가는 반도체, 전기차 부품 등 전략 제조업 투자가 견인했으며, 이러한 투자는 산업 정책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디지털 경제 분야(플랫폼 및 서비스 등) 역시 강한 성장을 보였다. 선진국은 그린필드 프로젝트 수가 2% 증가했고, 미국과 캐나다 순으로 투자가 활발했다. 개발도상 지역은 지역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지역별, 국가별 FDI 편차 경제권별로 2024년 FDI 성과에 큰 편차를 보였다(아래 그림 I.2 참조). 선진국에 대한 FDI는 22% 감소한 반면, 개발도상국으로의 FDI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선진국 FDI 감소의 대부분은 유럽의 FDI유입이 58% 급감한 데 기인한다. 지정학적 긴장과 금융시장 불안정이 유럽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유럽연합(EU)으로의 FDI 유입은 44% 감소했다. 27개 EU회원국 중 15개국에서 유입이 감소했으며, 독일은 89%, 스페인은 35%, 이탈리아는 24%, 프랑스는 20%로 주요 경제국에서 큰 폭의 감소가 나타났다. 반대로, 북미 등 몇몇 지역에서는 FDI가 성장했다. 특히 북미는 23%의 FDI 증가를 기록했는데, 미국은 20%, 캐나다는 38%가 늘었다. 이는 M&A 매각 금액이 두 배로 증가했고, 나아가 첨단 기술 및 청정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영향이 크다. 미국에서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국경 간 M&A 거래 건수는 2023년 38건에서 2024년 46건으로 증가했다. 주요 거래로는 아일랜드의 Aon이 미국의 NFP를 140억 달러에 인수한 것과, 덴마크의 Novo Nordisk가 미국의 Catalent를 120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거래와 더불어 신규 투자(그린필드) 프로젝트도 사상 최대 규모로 발표되었다. 이는 견고한 소비자 수요, 정부 인센티브, 반도체(미국 CHIPS법 지원), 재생에너지, 항공우주, 산업장비 등 전략적 분야에 대한 투자자 관심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IPF 활동은 세계적 침체와 함께, 거래 건수는 35% 감소하고 거래 금액도 4% 줄었다. 캐나다의 FDI 유입은 640억 달러로, M&A와 제조업 및 채굴 산업의 견실한 실적이 주를 이뤘다. 총 유입액의 약 60%는 미국 투자자들이 차지했다. 대표적인 거래로는 Elk Valley Resources의 90억 달러 인수와 Nuvei에 대한 50억 달러 투자가 있다. 매각 사례도 있었는데, RBC(Royal Bank of Canada)가 HSBC 캐나다를 10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그 예다. 신규 투자 프로젝트 발표 건수는 3분의 2가 늘어 사상 최대인 602건을 기록했고, 캐나다는 전 세계 투자 유치국 중 7위를 차지했다. 기계 및 장비 제조업에서 가장 큰 성장세가 나타났고, ICT가 그 뒤를 이었다. 북미 외에도, 여러 선진국에서 FDI 유입이 증가했다. 호주는 530억 달러로 75%가 늘었으며, M&A와 신규 투자 모두 활발했다. 최대 규모 M&A는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이뤄졌는데, 블랙스톤(미국)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가 호주의 Airtrunk(데이터 처리 및 호스팅 서비스 제공업체)를 16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2024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거래였다. 선진국 내 국경 간 M&A 활동은 전체적으로 36% 증가해 4,180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M&A 매각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이다. 미국 이외의 주요 거래로는 이탈리아 텔레콤의 고정망 부문 240억 달러 인수, 독일 Viessmann Climate Solutions 130억 달러 인수, 노르웨이 Adevinta 120억 달러 인수 등이 있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FDI는 전체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FDI는 3% 소폭 감소에 그쳤는 바, 이는 중국의 FDI 감소분 29%를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대한 FDI유입이 보완하였음을 의미한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는 12% 감소했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총FDI금액은 8670억 달러로, 전세계 FDI의 57%를 차지한다. 개발도상국들 중에서는 아세안이 10%, 중앙아메리카가 4%, 아프리카가 75%의 FDI 유입 증가를 기록했다. 아프리카의 급증은 이집트에 대한 UAE의 350억 달러 규모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주된 원인이지만, 이 프로젝트를 제외하더라도 아프리카에 대한 FDI는 12% 증가했다.  이처럼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FDI가 상대적으로 견고한 이유는 시장 진출 및 자원 기반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개발도상국들 간(South-South) 자본 흐름의 확대를 반영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FDI 유입은 여전히 특정국들에 집중되어 있다. 즉, 10대 주요 신흥 시장이 개발도상국의 총 FDI 유입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인도와 같은 주요 경제국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규모가 작고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이 상당한 규모의 국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래 그림I.3은 FDI유치 금액 기준으로 상위 20개국의 FDI 유치 추이를 보여준다. 국가별로도 2024년 FDI 유치실적에 큰 편차를 보임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FDI를 유치한 국가는 미국으로, 그린필드 프로젝트와 IPF 거래 모두에서 선두를 유지했다(그림 I.3 참고). 브라질, 이집트, UAE, 멕시코,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린필드 프로젝트는 특히 인도와 아랍에미리트에서 두드러졌고, IPF 거래는 소수의 성숙 시장과 대형 신흥 경제권에 더 집중됐다.  이러한 지역별, 국가별 FDI 양상은 글로벌 투자 흐름의 분절화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는 점점 더 지정학적 고려, 산업 정책, 공급망 재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일부 지역과 분야는 여전히 상당한 FDI를 유치하고 있지만, 다른 곳은 FDI유치에 점점 더 제약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FDI 유출(FDI Outflow) 한편, 2024년 선진국의 해외로의 FDI 유출은 8% 증가해 1조 1천억 달러에 달했으나, 투자 중개국(conduit economies)을 통한 투자를 제외하면 선진국의 FDI 유출은 24% 감소했다. 선진국의 해외 FDI의 핵심 동인인 국경 간 인수합병(M&A) 거래액이 26% 증가했음에도 전체적으로 FDI유출액은 감소한 것이다. 미국은 FDI유출액이 26% 감소했으나 여전히 최대FDI 유출국(해외투자국) 지위를 유지했다. 미국 투자자들의 국경 간 M&A는 1,180억 달러로, 5년 평균보다 약 30%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 자산 매입은 정보통신 부문에 집중되어 있었는 바, 이는 2024년 전체 국경 간 M&A 및 신규 그린필드 프로젝트의 절반을 차지했다. 미국 기업들은 그린필드 프로젝트 총액의 60% 이상을 국내 투자에 할당했다. 이러한 국내 집중 경향은 비교적 견고한 경제 상황, 국내 투자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 해외 투자에 대한 엄격한 통제로 인한 결과였다. 일본 기업의 FDI 유출은 4%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미국에 대한 투자가 27% 늘어난 데 힘입은 것이다. 유럽(중개국 제외) 투자자들의 해외 FDI는 거의 30% 감소했으며,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투자에서 국경 간 M&A 활동이 크게 줄었다(그림 I.4 참고). 한편, 해외 투자액 기준 상위 20개국 중 7개국이 아시아에 위치해 있음이 주목된다. 특히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년 대비 해외 투자 순위가 상승했다. 인도 투자자들이 발표한 그린필드 프로젝트 수는 20% 증가해 인도를 세계 10대 투자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아랍에미리트 투자자들의 해외 FDI도 5% 증가했으며, 이는 국경 간 인수합병 거래액이 46% 급증한 덕분이었다.  한국의 2024년 해외투자액은 490억불로 크게 늘어나 세계 10위를 차지했다. 2023년 한국의 해외 투자액은 320억불로 13위였다.    중국의 FDI 유출액은 2024년에 8% 줄어 1,6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MNE들이 발표한 신규 그린필드 프로젝트 금액은 860억 달러로, 2023년 급증한 이후 절반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 MNE의 그린필드 프로젝트 수는 6% 증가해 전 세계 6위를 차지했다. 이 중 70%는 제조업 분야에 집중됐으며, 주요 대상지는 유럽연합과 동남아시아였다. 하지만 2025년 초 중국 기업의 그린필드 프로젝트 발표 건수는 2023년과 2024년의 분기별 평균보다 낮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관세 정책에 관한 보다 명확한 방향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      산업별 FDI 동향 산업별 FDI 동향을 살펴보면, 인프라, 재생에너지, 핵심 광물 분야의 투자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예외적으로 프로젝트 수가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부문, 즉 플랫폼과 서비스를 포함한 분야는 프로젝트 금액이 두 배로 늘어났다. 한편, 전자, 자동차, 기계, 섬유 등 공급망 기반 산업의 신규 투자 프로젝트 발표는 안정세를 보였으며, 반도체 산업에서는 여러 초대형 프로젝트가 다시 발표되었다. 인프라(기반시설) 2024년에는 유틸리티, 운송, 통신 등 인프라 부문에 대한 전세계 FDI가 약세를 보였다. 이는 인프라 투자가 프로젝트 금융(IPF)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인데, IPF 거래 건수와 전체 금액이 5분의 1가량 감소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금융 여건이 악화되면서 이러한 하락세가 뚜렷하다. 투자자의 위험 회피 성향과 차입 비용 상승은 자본 집약적 인프라 프로젝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재생에너지는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약 4분의 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프로젝트 발표가 이어졌고,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계속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그린 수소 및 관련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되어, 재생에너지 투자에서 이 분야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이 인프라 FDI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운송 인프라 투자는 이에 비해 더욱 둔화되고 있다. 이는 주요 투자처에서의 무역 성장 둔화와 재정 제약을 반영한다. 일부 대규모 물류 프로젝트는 민관 협력(PPP)으로 계속 추진되고 있지만, 운송 인프라 전반의 흐름은 여전히 약세를 보인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기반 산업 글로벌 가치사슬(GVC) 집약형 제조업 분야의 FDI는 2023년 크게 증가한 이후 2024년에는 안정세를 보였다. 전자, 자동차, 기계, 섬유 등 주요 산업에서 그린필드 프로젝트 발표 건수와 전체 금액은 소폭 증가했고,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전략적 재구성을 반영하듯 지역별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다국적 기업들은 공급망 다각화를 지속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동유럽, 중미 지역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EV) 전환에 힘입어 대규모 그린필드 프로젝트 유치를 이어갔다. 비록 전체 프로젝트 수와 투자 금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미국, 인도, 유럽 여러 국가에서 신규 배터리 및 전기차 조립 시설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산업정책과 연계된 정부 인센티브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기계 및 섬유 산업도 투자에서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두 산업 모두 재산업화 노력과 지역 생산 통합 추진에서 비롯된 수요에 힘입고 있다. 그러나 비용 상승과 무역 긴장 고조로 인해 투자자들의 심리는 신중해지고 있다. 반도체 및 디지털 산업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는 2022년과 2023년에 이미 전자 산업 글로벌 투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으며, 칩 부족 사태에 대응하여 2024년에 더욱 성장했다. 발표 건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2024년 상위 10개 그린필드 프로젝트 중 4개(이 중 3개는 미국에서 진행)가 칩 산업에서 이루어지면서, 정책 주도의 공급망 재편과 AI 혁신에 따른 고급 칩 수요 증가로 전체 투자 금액이 140% 증가하여 1,200억 달러에 달했다. 디지털 경제 부문은 2024년에도 가장 역동적인 FDI 부문 중 하나로 남았다.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 전자상거래 분야의 프로젝트 수는 17% 증가했고, 전체 투자 금액은 두 배로 늘었다. 많은 프로젝트가 서비스 등 무형 자산에 집중되어 있지만,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에 대한 자본집약적 투자가 평균 투자 금액을 끌어올렸다. 이는 통신 산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추세로, 데이터 처리, 클라우드 컴퓨팅, AI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로 인해 그린필드 프로젝트 발표가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투자는 데이터센터, 핀테크 플랫폼, 전자상거래 물류, 특화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집중되었다. 주요 기술 기업들은 선진국과 신흥 시장 모두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디지털 소비 증가와 자동화에 대한 기업 수요를 겨냥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솔루션 분야에서 미국의 오라클은 말레이시아 내 AI 및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6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여러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미국)는 인도 내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강화를 위해 30억 달러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 분야의 투자는 규제 및 운영상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 거버넌스, 디지털 과세 제도, 콘텐츠 제한 등이 진입 전략을 보다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인프라가 국가 발전과 산업 전략의 핵심 축을 형성함에 따라 전망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2025년 초 중국의 바이트댄스는 앞으로 5년간 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88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채굴산업과 핵심 광물 부문  2022년과 2023년에 강한 성장세를 보였던 채굴산업에서는 2024년에 그린필드 프로젝트 활동이 둔화되었다. 신규 프로젝트 발표 총액은 약 400억 달러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장기 평균에 가까워졌다(표 I.7 참고). 에너지 가격 하락과 핵심 광물의 가격 변동성 증가는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전환 관련 광물에 대한 수요는 기본적인 투자 수준을 유지하게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 나미비아, 잠비아 등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이 신규 탐사 및 광산 개발 프로젝트의 주요 대상지로 남아 있다. 양 지역 정부들은 광물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개발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투자 위험이 여전히 높다. 중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수년간 최빈 개도국에서 광산 및 핵심 광물 분야에 주요 투자자로 자리매김하며 중요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다른 주요 자본 수출국들도 자국 정부의 명시적 지원 하에 점차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콩고민주공화국의 핵심 광물 매장지 접근권과 인프라 투자·기타 지원을 맞교환하는 협정을 협상 중이다. 인도 역시 잠비아의 구리 매장지 접근권을 확보하고 있다.   2024년 채굴산업 분야의 IPF 동향은 그린필드 투자 감소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신규 대규모 프로젝트가 크게 줄었다. 자금 조달의 제약과 환경적 심사가 강화되면서 투자자와 대출 기관은 더욱 선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광산 및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는 환경 인허가 문제와 투자자 위험 재평가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투자 의향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과 맞물려 핵심 광물에 대한 장기적 수요는 이 부문에 대한 전략적 관심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공 정책 지원과 변화하는 무역 체계가 앞으로 추출 산업 분야의 해외직접투자 흐름을 좌우하는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3.      2025년 FDI 전망 2025년 글로벌 FDI 전망은 부정적이다. 연초에는 소폭의 성장세가 기대됐으나, 경제 및 정책 불확실성의 증가로 이러한 기대가 사라졌다. 새로운 관세 갈등의 격화와 투자 심리 악화로 인해 글로벌 GDP 성장, 자본 형성, 무역 및 환율 안정성 등 주요 FDI 결정 요인이 모두 하향 조정됐다(표 I.1 참조). 금융시장 변동성 역시 커졌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2025년 초에는 투자 활동이 급격히 감소했으며, 1분기에는 거래 건수와 프로젝트 발표 모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시경제 지표는 성장세 둔화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 이후 글로벌 GDP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었다. 가치 사슬 중심의 투자에 중요한 자본 형성과 무역 전망 역시 약화되었다. 여러 국가에서 높은 부채 수준이 지속되고 정치적 불안과 환율 변동이 겹치면서, 많은 지역에서 FDI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 주요 자본 수출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투자자 신뢰 지표도 약세를 보인다. M&A 시장은 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 1월에는 거래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었으나, 2025년 1분기에는 활동이 급격히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2025년 후반기에 글로벌 M&A가 반등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국경 간 거래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정책 주도의 시장 분절, 외국인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 강화, 지정학적 요인 등이 기업의 인수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다만, 완화 요인도 존재한다. 주요 경제권에서 예상되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차입 여건을 완화해 IPF와 자본집약적 FDI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대형 다국적기업의 이익 수준은 여전히 견조하여(그림 I.5 참조), 재투자 여력도 유지되고 있다. 재투자이익은 FDI 흐름에서 불확실성 시기에 특히 중요한 안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부문별로 보면, 디지털 경제와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성장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보안과 같은 분야가 상당한 투자를 끌어들였다. 2024년에 발표된 상위 10대 그린필드 프로젝트 중 4건이 반도체 제조 분야에 해당하며, 그중 3건은 미국에서 이뤄졌다. 데이터센터 건설 역시 디지털 수요 증가와 전략적 산업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 한편, 무역 및 투자 정책의 변화는 글로벌 FDI 패턴을 재편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상호 관세 조치, 변화하는 무역 협상,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 증가는 국제 투자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2025년 5월 기준 미국은 4월 9일부터 59개국에 10%의 기본 상호 관세를 적용했고, 5월 14일부터는 중국에도 추가 조치를 시행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광범위한 협상의 일환으로, 세계 경제 및 무역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무역 긴장 고조와 이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 증가는 세계 경제와 무역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직접투자(FDI)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점점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투자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경제 및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다국적기업(MNE)의 해외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신규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고, 그린필드 프로젝트 착수를 지연시키며, 인수합병(M&A)에 대해 신중하게 만들게 한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생산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지역적 노출을 분산하며, 제조 기지를 이전하거나 현지화를 강화하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과 투자 환경의 변화  지난 2년간 글로벌 공급망 집약 제조업 분야의 FDI는 여러 중첩된 교란에 대응해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작년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제조업 분야의 그린필드 프로젝트 발표 건수는 22% 증가했는데, 이는 10여 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같은 상승은 다국적기업들이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 수에즈 운하 일시 봉쇄, 기타 글로벌 해운 병목현상, 전략 산업 내 생산의 현지화를 촉진하려는 정치적 압력 등 일련의 요인에 대응해 공급망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2024년에는 제조업 분야의 그린필드 프로젝트 발표 건수가 5% 더 증가했다. 2025년 들어 세계 경제는 지속적인 관세 협상과 변화하는 정책의 영향을 받으면서,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FDI의 산업별 및 지역별 재배치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전자, 화학, 재생에너지 등과 같은 산업에서는 시장 접근성, 생산 비용, 규제 리스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급망 재편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투자 정책’,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CHIPS 및 과학법’과 같은 정책적 조치들도 글로벌 무역 긴장이 FDI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 및 지역의 산업 정책에도 반영되어 있으며, 국내 제조업과 첨단기술 생산, 핵심 공급망의 리쇼어링을 촉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투자 결정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무역 긴장과 각국의 산업 정책, 그리고 변화하는 공급망 전략이 맞물리면서 FDI 흐름에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다. 생산 네트워크의 다변화로 일부 개발도상국과 신흥 경제국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글로벌 FDI의 전체적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전망되며, 무역 긴장이 지속될 경우 국제 투자 패턴이 장기적으로 분절될 위험도 있다. 현재 공급망 재편을 위한 투자는 2025년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위험 분산, 공급 안정성 확보, 지정학적 정렬과 같은 요인들은 본질적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여기에 최근에는 관세 조치의 확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 네트워크의 재구성이 더욱 시급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무역 정책 변화에 민감하고 적기 생산 체계를 활용하는 산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또한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 국내 생산 역량을 구축하려는 산업 정책은 새로운 투자의 목적지와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무역의 분절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지정학적으로 연계된 국가에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며, 지역화 추세를 가속화하고 국경을 넘는 노출을 줄이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규제 환경의 변화도 투자 흐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미국 행정부는 규제 간소화와 투자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동시에, 특히 국방 및 기술 관련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다른 선진국들도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욱 복잡한 FDI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 전략, 실용주의로 다시 짜야 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박한진 초빙교수                                                                                                                          2025년 6월 27일 신정부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대중국 경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확대, 공급망 재편 대응 및 관리, 중국발 자본 유입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정교한 전략을 설계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 중국의 대 한국 투자 확대와 수출통제 등 공급망 교란 가능성은 정치적 민감성을 내포하는 사안으로서 냉정한 정책적 대응을 요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중국 변수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분석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략산업별 협력의 한계와 협력 확장 조건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RCEP의 구도 내에서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속도와 내용을 점검하는 등, 통상전략의 구조적 재정렬이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대중국 경제전략에 있어서 실용주의적 방향성과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대중국 경제 협력의 방향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통제 및 경제·외교적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적국투자심사 제도나 각종 기술 및 산업 보호 조치 등을 통해 중국으로의 기술·자본의 흐름을 제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국 경제 전략은 국제적 수용성과 국익 우선에 입각한 정책적 정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대 중국 경제 교류와 협력을 추구함에 있어 ‘투명성 확보’, ‘공급망 다변화’, ‘규범 기반 협력’이라는 3대 원칙을 유지하되, 국제적 수용성 측면에서 RCEP 등 다자협정의 틀에 연계하여 중국과 경제협력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글로벌 차원의 수용성 없이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한중 FTA 2단계 협상에서 데이터 현지화, 투자 심사제도 등 민감 사안에 대한 중국의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바, 이런 요구에 대해 우리 측 방어 논리를 체계화하고 대응 범위와 강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신뢰성 확보와 직결된 핵심 이슈다.[1]  이러한 의미에서 한중 FTA 2단계 서비스·투자 협상은 전략적으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1단계 상품 협상 때처럼 상호 개방의 범위와 깊이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선에서 매듭짓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단계 협상 결과에 당장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기 보다는 우리 기업의 중국시장 진입(공격)과 국내시장의 보호(방어)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의 성급한 상호 개방은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의 의료, 교육, 문화 분야는 제도적 진입 장벽이 높아, 당장 우리 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이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 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런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는 대신 전자상거래·디지털 무역 분야부터 선별적으로 개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용주의 전략은 선택이 아닌 시대적 요구다 중국은 2026년부터 시행될 제15차 5개년 계획(15·5 규획)을 통해 산업 고도화와 기술 자립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2][3][4] 질적 성장과 공급망 내재화가 중심이 되는 이 15·5 규획은 기존 한·중 협력 방식의 구조적 재조정을 요구한다. 중국이 이 계획을 설계하고 작성하기 시작했던 2~3년 전부터 우리가 선제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15·5 규획을 실행하게 될 각 지방 정부 중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과 활용에 전략적으로 유리한 곳을 선별하여 이들과의 협력을 한중 경제협력의 활성화 무대로 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비추어 한 중 FTA 발효 10주년이 되는 올해는 한·중 경제 협력 구조가 리셋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서비스·투자 협력을 강화하고, 지방정부와의 분권형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투자·기술 공동검증 체계를 설계, 구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정치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한·중간 실질협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신정부의 대 중국 경제전략은 전략적 유연성과 실질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실용적 전략이어야 한다. 실용주의는 한중 관계 설정에 있어서 정치와 경제, 기술과 제도, 지역과 글로벌을 연계하고 통합하는 핵심 원리라 할 수 있다. 관련하여, 산업정책과 외교정책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한 중 협력의 지속가능성과 전략적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전문가 집단 간의 협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신정부의 실용주의적 대 중국 전략은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비(非)민감 분야 기업 협력을 중심으로 한 실용적 한·중 산업협력 모델 구축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중국에 대한 경제·외교적 견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한·중 경제관계도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5] 따라서 한 중 경제협력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공급망 안정화와 실용적 산업 연계를 염두에 두고 실용적인 전략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중 경제협력은 시장 접근의 확대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소재의 공급 안정화, 공동 표준화, 탄력적 공급체계 구축에 초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소재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단기적 협력보다는 중장기적 공급망 리스크를 완충하는 메커니즘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한 중 전략산업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KOTRA 등 유관기관이 실무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한편 시장확대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비(非)민감 산업분야에서의 한·중 기업간 협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국 북부 랴오닝성의 기계산업 벨트, 중부 장쑤성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등 산업단지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 지방정부와 연계해 중국형 제품을 개발하고 중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한 중 간 산업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이 밖에도 그린에너지, 디지털 상거래, 비(非)전략 소재 분야는 기술 민감도와 제도적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실용주의 모델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협력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산업·디지털의 통합을 통한 신시장 개척 전략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과 디지털을 결합한 상품 또는 서비스 개발을 통해 중국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도 디지털을 활용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내지 상용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한·중 기업들 간에 실질적인 협력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6] 특히 중국 각 지역의 자유무역시험구(FTZ)는 한국 기술기업의 현지 실증 및 중국 기업들과의 공동개발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 제품 또는 서비스 시장 진출 전략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K-뷰티, K-푸드, K-헬스 등은 중국 Z세대의 수요에 힘입어 여전히 유망한 분야다. 이런 시장에 진출함에 있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광고, 브랜드 현지화 등이 결합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민간 플랫폼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7]    Endnotes [1] South China Morning Post, "New South Korea leader faces tightrope act between US alliance, stronger China ties", 2025.6.[2] 西部证券, 『“十五五”系列之一:“十五五”期间或将维持5%左右的增长』, 2025.6.[3] 银河证券, 『2025下半年宏观经济展望:“新供给侧改革”的序曲』, 2025.6.[4] 国家发展改革委员会, 『新型基础设施建设三年行动计划(2023-2025年)』, 2023.12[5] WTO, “Anti-dumping Measures by Country of Origin”, Annual Report, 2025.[6] 财通证券, 『关税冲击下,各行业的“喜”与“悲”』, 2025.4. 东方证券, 『2025陆家嘴论坛点评』, 2025.6.[7] 西部证券, 『周期“新秩序”系列(一):新消费崛起,“K型割裂”与韩国经验』, 2025.6. 
‘제조 중흥’ 국가 프로젝트로 외국인 투자 유치해야
김두식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변호사                                                                                2025년 6월 2일 외국인 투자는 어떤 투자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업종과 대상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지금은 남보다 앞선 산업과 기술 혁신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운 각자도생 시대다. 따라서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전략 산업 육성이 국가의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고, 이런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외국인 투자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제조 중흥 2035’ 같은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역량을 총체적으로 결집하는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 내에 산업 정책과 과학기술 정책, 외국인 투자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를 두고, 전략 산업에 대한 종합적 지원과 이공계 인재 육성 및 영입, 과감한 규제 개혁, 전략적 외국인 투자 유치 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 산업의 활로 걸린 외국인 투자  지정학적 갈등과 불안정한 통상 환경이 지속하는 가운데 글로벌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외국인투자는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고 2024년에 다시 8% 감소했다. 선진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15%나 줄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아래 있는 유럽은 무려 45%가 줄었다. 그동안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외국인 투자를 빨아들이던 중국도 최근 2년간 2022년 대비 40%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29% 줄었다.    글로벌 외국인투자 위축됐지만작년 북미 지역 투자 13% 늘어 한국의 제조업 기반과 제조기술 외국인 투자자에 매력적인 요소 전략산업 종합 지원, 규제개혁 등산업경쟁력 강화 위한 전략 시급   이런 와중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국가도 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은 2024년 전체 외국인 투자가 13% 늘었고, 그 중 그린필드(신규 공장 건설) 투자액은 15%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에 대한 그린필드 투자액은 26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93% 성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미국에 집중된 대규모 투자 덕분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른 인도의 외국인 투자는 13% 증가했고, 동남아 아세안 국가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2% 증가했다.    작년 외국인 한국 투자액 5.6% 증가  이와 같은 글로벌 투자 동향은 미·중 간 통상 분쟁과 공급망 재편 등 국제 경제 환경의 변화가 미국·인도 등 일부 국가에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2024년 한국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액은 345억7000만 달러(신고 금액 기준)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역대 최대 투자 유치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투자가 14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6%나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투자는 178억3000만 달러로 0.3%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 특징이다. 투자국의 변화도 눈에 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최대 투자국이었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투자가 주춤하고, 그 대신 일본과 중국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투자 신고액은 61억2000만 달러, 중국 기업은 57억9000만 달러로 각각 375.6%, 266.1% 증가했다. 반면 미국 기업은 52억4000만 달러, EU 기업은 51억 달러로 각각 14.6%, 18.1% 감소했다.        국내에 투자한 외투기업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 외투기업의 2023년 매출은 628조원이었고, 고용 인원은 83만4000명, 수출은 1317억 달러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대비 외국인 투자의 비중은 아직 상당히 낮은 편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외국인 투자 잔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6%였다. 이는 전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GDP 대비 외국인 투자 비율(5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GDP 대비 외국인 투자액 비율은 47%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는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개도국에는 필수적인 경제 개발 수단이다. 그러나 경제가 성숙한 선진국에도 외국인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다. 세계 최대 투자 유치국인 미국 상무부는 외국인 투자의 긍정적 효과로 ▶국내 일자리 창출과 임금 상승 ▶외투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수출 증대 ▶자국 내 제조업 및 서비스업 강화 ▶생산성 향상 ▶새로운 연구·개발(R&D) 및 기술·노하우 이전 등을 들고 있다. 이런 외국인 투자의 긍정적 효과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외국인 투자,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  최근에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안보적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국가 안보적 과제로 규정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외국의 반도체·배터리 기업을 미국에 유치했다. 뒤이어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노골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안보적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 2월 발표한 ‘미국 우선 투자 정책’(America First Investment Policy)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투자 정책이 국가 안보에 중요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는 미국의 황금시대를 이끄는 핵심 부분 중 하나라고 선언했다. 그가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는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 투자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     외국인 투자의 안보적 중요성은 한국에도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은 전통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2차전지 등 미래 첨단산업의 경쟁력에서 중국 등에 밀리고, 반도체마저 1위 자리를 내줄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을 위해 미국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외치게 된 상황과 비슷한 위기 상황이 한국에 닥칠 수 있다. 민관이 위기감을 갖고 기술 혁신과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체적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중국은 10년 전 ‘중국 제조 2025’의 기치 아래 10대 핵심 기술 및 AI 개발에 국기 재원을 쏟아붓고, 과감한 이공계 인재 육성,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 등을 병행해 제조업 굴기를 달성했다. 이러한 제조업 육성 과정에서 비록 외국 기술을 탈취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외국기업의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 FDI 신뢰도 순위 상승  우리도 외국인 투자를 위기에 처한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외국인 투자 환경은 나쁘지 않다. 글로벌 경영 전략 컨설팅 회사인 커니(Kearney)가 외국 기업 경영자를 상대로 각국의 투자 환경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해 작성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신뢰도 인덱스에서 한국은 2025년에 14위에 등재됐다. 2024년 세계 20위에서 크게 도약한 것이다. 아시아의 외국인투자 허브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가 15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에 대한 외국인 평가는 상당히 좋은 셈이다.  커니에 따르면 지난 13년간 FDI 신뢰도 1위를 지켜온 미국은 높은 기술 혁신 수준과 견고한 경제 지표에서 경쟁국을 압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 상당한 수준의 기술 혁신과 고도로 발달한 비즈니스 환경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우리의 외국인 투자 환경이 선진 경쟁국보다 압도적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외국 투자자는 한국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규제 구조가 발달한 비즈니스 환경을 상쇄한다고 느낀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국내 외투기업은 ‘규제 개선’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잘 발달한 제조업 기반과 축적된 제조 기술은 외국 투자자에게 강력한 셀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비록 지금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우리의 촘촘한 제조업 기반은 여전히 미국도 가지지 못한 중요한 자산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나 로봇도 결국은 제조업에 적용되거나 제조업과 결합해 발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제조업 기반은 그 자체로 미래 전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며,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 요소라 할 수 있다.    대만은 발달한 제조업 기반을 토대로 세계적 기술 기업 엔비디아의 투자를 끌어들였다. 지난해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 본사에 버금가는 대규모 R&D 및 설계 거점을 대만에 설치하고 1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트윈’(물리적인 사물과 컴퓨터에 동일하게 표현되는 가상 모델)을 이용한 ‘제조 AI’ 기업에도 투자했다.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로 대만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 통해 산업 육성 나서야 외국인 투자는 어떤 투자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업종과 대상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지금은 남보다 앞선 산업과 기술 혁신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운 각자도생 시대다. 따라서 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전략 산업 육성이 국가의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고, 이런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외국인 투자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제조 중흥 2035’ 같은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역량을 총체적으로 결집하는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 내에 산업 정책과 과학기술 정책, 외국인 투자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를 두고, 전략 산업에 대한 종합적 지원과 이공계 인재 육성 및 영입, 과감한 규제 개혁, 전략적 외국인 투자 유치 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두식 외국인 투자 옴부즈만·변호사 
미·중 관세 115% 인하 합의 …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박한진 초빙교수                                                                                                                          2025년 5월 13일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 부과한 고율 관세를 향후 90일간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미·중 통상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이번 결정은 대화 재개와 신뢰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더욱 정교하고 구조화된 전략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유연성을 내보이면서도, 기술 자립과 산업 주권이라는 핵심 전략 목표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이 글에서는 중국의 시각에서 미·중 협상의 단기 성과를 평가하고 합의 이면의 지경학적 맥락을 분석함으로써 미·중 중장기 경쟁 구도의 본질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미 중 대립의 전환점인가, 일시적 휴전인가 5월 10일(현지 시간) 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경제회담은 개최 전에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초 관측과 달리 90일간 관세 인하라는 성과를 도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미·중 양국은 상호 부과된 고율의 상호관세 및 보복관세를 각각 115% 포인트씩 인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최대 145%의 관세를 30%로 조정하며,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125% 관세를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고율 관세 체계를 해체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양측 모두가 단기적으로 일정한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고려한 절충의 산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이 인하된 관세는 일단 90일간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실질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 중국이 비관세장벽을 철폐하여 중국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번 미·중 합의는 일단 2018년 무역전쟁 개시 이후 가장 구체적인 완화 조치이자, 긴장 상태에 놓였던 양국 간 무역 질서를 회복하는데 큰 의미가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1] 미국은 자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과 산업계의 공급망 안정 요구 등에 직면하여, 중국과의 협상에서 서둘러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합의의 이면에는 치열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산업 자립이라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유연한 외교적 자세를 통해 협상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미·중 간 회담은 양국 간 대립을 궁극적으로 완화하는 계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이번 합의는 새로운 경쟁 조건이 설정된 ‘관리된 긴장’ 상태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관세 합의의 의미 이번 미·중 회담에서 주목할 점은 양국이 통상 협의의 제도화와 고위급 협상 채널의 정례화에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지 긴급 상황 대응을 넘어서 향후 통상 충돌을 제도적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구조화된 전략의 일환이며, 지속 가능한 양국 간 대화 구도를 설정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중국은 특히 이번 합의를 ‘실질적 진전(实质性进展)’이라고 평가하며, 협상 메커니즘의 복원을 통한 상호 신뢰 구축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국가 주도 산업전략, 핵심기술 독립, 공급망 내재화 등 중국의 전략적 기조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2] 중국의 입장에서 이번 관세 합의는 '양보'가 아닌 전략적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관세를 일정 부분 낮추더라도, 핵심 목표인 산업 자립과 기술 국산화, 글로벌 시장 내 독립적 공급망 구축은 오히려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심층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실질적 공통 인식이 이루어졌다"는 외교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장기적 경쟁을 전제로 한 전략적 구조 설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과거에 비해 2025년 현재 미국과의 무역 비중을 줄이면서도,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약 12.7%로, 2018년의 19.3%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3] 반면 RCEP 국가 및 중동, 중앙아시아 등 비 서방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은 계속 증가 중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중국의 대 아세안 수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고, 대 중동 수출은 14.1% 증가했다.[4] 또한 중국의 제조업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5년 4월 중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 지수)는 기준선 아래인 49.2로 경기위축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첨단 제조업 PMI는 52.3으로 여전히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 있다.[5] 이는 중국이 전체 경기 흐름에서 일부 부문에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핵심 산업군의 회복력은 유지되고 있음을 뜻한다. 또한 중국은 첨단 기술 분야, 특히 인공지능 산업에서 자립 역량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협력을 통한 발전 수준을 넘어, 자체 생태계 구축을 통한 장기적 기술 독립의 기초를 마련하려는 구조적 접근이다. 최근 중국 인공지능산업발전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주요 기업들은 대형 언어모델(LLM) 기술에서 급속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딥시크(DeepSeek), 지푸(Zhipu), 바이촨(Baichuan) 등은 각각 GPT-4 수준에 근접한 상업용 모델을 출시했고, 이들 모델은 중국 내 고성능 AI의 국산화 흐름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6]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서, 반도체 공급망 자립성과 산업 응용 다변화라는 중국의 전략 목표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같은 산업적 자신감과 공고한 장기 전략의 토대 위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기 성과를 넘어 지속될 미·중 간 장기 경쟁 구도 이번 미·중 간 합의는 단기적으로 양국 관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협상 메커니즘의 복원과 관세 완화 조치는 양국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일정부분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 간 핵심 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중국이 유지하는 국가 주도 산업 전략은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의 시장 개방과 보조금 축소 등과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모델이다. 기술, 데이터, 표준, 투자 규범을 둘러싼 갈등은 단기적 접촉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오히려 전략 경쟁 구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과의 단기 협의에는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경제·기술적 자립과 공급망 내재화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이는 협상을 통해 대립 국면이 완화되더라도 구조적 디커플링에 대비한 ‘전략적 자립 시스템’을 구축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미·중 합의는 ‘전략적 일시 휴전’일 뿐, 양국 간 구조적 경쟁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양국 간 대화가 재개되고 관세가 완화됐지만, 기술 패권과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힘의 구도는 오히려 더 정교하고 복잡하게 얽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90일간 이어질 실무 협의는 일시적 안정 국면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보다 근본적인 충돌의 서막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은 본질적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 역시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감안하여 중국과의 협상을 서두른 감이 있지만, 언제든지 대중국 견제로 돌아설 수 있다.  결국 이번 미·중 간 관세 완화 합의는 대립의 종료가 아니라 국면의 전환일 뿐이라 생각된다. 이제부터는 미·중 패권경쟁의 틀 안에서 수립된 양국의 장기 전략과 그 전략의 실행력이 새로운 대화 국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검증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Endnotes [1] 《人民日报》社评, 《中美高层经贸会谈取得阶段性成果》, 2025年5月12日.[2] 商务部新闻发言人办公室, 《2025年5月中美高级别经贸会谈新闻稿》, 2025年5月11日.[3] 中国商务部, 《2025年3月贸易统计公报》.[4] 海关总署, 《2025年第一季度中国进出口形势通报》, 2025年4月10日.[5] 国家统计局, 《中国制造业PMI月度报告》, 2025年4月发布.[6] 中国人工智能产业发展联盟, 《中国大模型技术生态报告》, 2025年3月.   
정당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트럼프의 상호관세
(사)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이사장 김두식                                                                                                                      2025년 4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전혀 상호적이지 않다. 상호관세라는 이름과 달리 무역상대국의 관세나 비관세 장벽과는 무관하게, 미국의 무역적자만을 기준으로 관세율이 결정되었다. 계산방식도 자의적이다. 근본적으로 법률적, 경제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 피터 나바로의 주장처럼,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가 망가진 WTO 무역체제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난 수십년간 작동해온 규칙기만 무역시스템을 완전히 부인하는 일방적 관세 부과는 정당화될 수는 없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WTO 체제의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공정한 다자 무역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서론 4월 29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지난 100일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전세계 경제가 미증유의 대혼란에 빠진 기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추가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한 목적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나 무역적자를 완화하고 미국내 제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상호관세 부과만으로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미국은 무역상대국과의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패지 내지 완화해 주는 조건으로 무언가 더 큰 대가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고, 무역상대국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관세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국내 인플레이션 압박이 증가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 수익률이 폭등했다. 미국의 안정된 경제정책과 달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무역상대국들과의 협상이 예상대로 흘러갈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예상외로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이 오히려 중국에 대해 협상 테이블로 나와달라고 간청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동시에 트럼프의 미국내 정치적 입지도 약화되고 있다. 워싱톤포스트(WP)가 최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하여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9%, ‘부정’평가는 55%에 달했다. WP는 이런 지지울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선거 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흑인 · 히스패닉 · 아시안 등 소수인종의 반감이 크게 늘고 있다. 트럼프의 무모한 관세 부과로 오히려 서민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근본적으로 법적 정당성과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했다. 게다가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란 말은 무역상대국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상응하는 관세라는 의미지만,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상대국의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됐다. 이와 같이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관세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폭력적 수단으로 인식될 뿐이다. 결국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명분을 찾아 상호관세를 퇴출시키거나 대폭 완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상호관세 부과조치의 개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모든 국가들에게 보편적으로 부과한 10% 기본관세와, 행정명령 부속서 I에 열거된 57개국에 부과한 추가관세로 구성된다. 한국에게는 기본관세 10%와 추가관세 15%를 합한 25%의 관세가 부과됐다. <주요국 대상 부과 상호관세율>베트남중국대만인니인도한국일본EU이스라엘46%34%32%32%26%25%24%20%17%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미 국경 문제(마약)를 이유로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이번 상호관세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일부 품목들은 상호관세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즉,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의거하여 25% 관세를 부과하였거나 부과할 예정인 ▲철강 · 알루미늄과 그 파생제품 (3월 12일 관세 부과), ▲자동차 · 자동차 핵심부품(자동차는 4월 3일부터 관세부과, 자동차 핵심부품에 대해서는 5월 3일 이전에 관세 부과 예정), ▲구리, 목재 등(조사 中)은 상호관세의 부과대상이 아니다. 이런 품목들에 대해서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의한 25% 관세만 부과된다.  또한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 반도체가 포함된 관련 상품, 의약품과 의약품 원료에 대해서도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들 제품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주요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EU및 일본과의 협상이 시작됐고, 한국을 비롯한 호주, 영국, 인도 등 소위 우선협상국들(top targets)과의 협상이 이어질 예정이다.  미국은 엄청난 고율의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은 중국과도 현재 물밑에서 관세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에 펜타닐 유통을 문제삼아 20%의 IEEPA관세를 부과한바 있다. 트럼프는 이에 추가하여 34%의 상호관세를 중국에 부과했다. 그러자 중국은 즉각 보복에 나서 4월 4일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미국이 다시 5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여 중국에 대한 총 관세율을 104%로 끌어올렸고, 중국은 다시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84%로 인상했다.  미국과 중국이 이와 같은 몇 차례의 보복과 재보복을 거치면서 현재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총관세율은 145% (일부품목에 대해서는 200% 이상)에 달하고, 중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도 125%에 이르게 되었다. 중국은 이미 800달러 이하의 소액물품에 대한 미국의 무관세 혜택(de minimis tariff) 폐지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5월 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소액물품에 대해서는 30% 혹은 품목당 $25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6월 1일 이후에는 관세가 품목당 $50로 인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율의 상호관세까지 계속 부과된다면 중국과 미국간의 교역이 사실상 단절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간의 관세협상의 향배가 주목되는 이유다.  전혀 상호적(reciprocal)이지 않은 상호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무역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환율조작, 비관세장벽 등을 고려하여 이를 상쇄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각국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은 미국의 무역적자액에 기초하여 결정됐다. 구체적으로, 무역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액을 미국의 수출액으로 나눈 숫자에 50%를 곱하여 해당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정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상호관세 산출 공식은 다음과 같다.                                         <상호관세율 계산 방법> 상호관세는 ‘미국의 각 무역상대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해소하는데 필요한 관세율’로. 아래 산식에 의해 도출된 비율을 기준으로 결정함 Ti : 미국이 i국에 부과하는 관세율ΔTi : 관세율의 변화mi :  i국에서 미국으로의 전체 수입액Xi :  i국에 대한 미국의 전체 수출액ε :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 (매개변수값: 4)Φ : 관세가 수입가격에 반영되는 비율(매개변수값: 0.25)  부속서 I’에 기재된 국별 상호관세율은 위 산식을 통해 도출된 비율에서 50% 할인된 비율로, 실제 부과된 국별 상호관세율의 단순평균 상호관세율은 20%, 가중평균 상호관세율은 41%로 나타남  위 상호관세 산출공식은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미국의 무역적자 외에, 무역상대국의 관세나 비관세장벽은 고려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무역적자를 기준으로 사용하였지만, 특정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반드시 미국과 해당국 간의 관세율 차이나 해당국의 비관세장벽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므로,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상대국의 대미 관세 혹은 비관세 조치와 무관한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왜 생겼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미국에 대해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개방국가이든, 높은 관세와 무역장벽을 설정하고 있는 보호국가이든 미국에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한 국가는 무조건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받는 구조인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매우 자의적인 요소를 사용하여 결정함으로써 산정된 결과 그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예컨대 미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기록한 호주 등에 대해서도 10% 기본관세를 매긴 것이라든가, 이미 다른 관세를 부과받은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관세 부과대상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이미 20% 관세를 부과받은 중국에 대해서는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상호관세의 자의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상호관세율 결정에 사용된 미국의 무역적자에 상품무역만을 포함시키고 서비스 교역은 제외한 것도 자의적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서비스 수출국이다. 대부분의 무역상대국들은 미국에 대한 상품 수출에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술, 미디어, 은행 및 관광과 같은 서비스 교역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다. 4월 4일자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1], 20%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EU의 경우 미국에 대한 서비스 적자를 포함시키면 상호관세율은 10%로 줄게 된다. 미국에 의약품이나 시계 등을 많이 수출하여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스위스는 서비스 교역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어, 포함시킬 경우 상호관세율은 31%에서 10%로 줄어야 한다.  또한 미국이 무역적자를 계산함에 있어서 2024년 수출입자료만을 사용하였다는 점도 자의적이다. 무역적자는 매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2024년 자료만을 사용하여 상호관세를 계산한다면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 예컨대 2024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출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했다. 반대로 볼리비아의 경우에는 미국은 2024년 무역적자를 냈지만 2023년에는 흑자를 냈다. 이런 나라들에 대해 2024년 무역자료만을 사용하여 상호관세를 매기는 것은 미국의 실제 무역적자 상황을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19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시장 봉쇄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미국시장으로의 수출이 매년 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019년 114억불, 2020년 166억불, 2021년 227억불, 2022년 280억불, 2023년444억불, 2024년 557억불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024년 무역적자만을 기초로 결정한 것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과장한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은 최근 연도의 특이상황에 의한 왜곡을 피하려면 예컨대 지난 5년간의 평균적인 무역적자를 사용하여 상호관세를 계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번처럼 2024년 무역적자액을 사용하여 상호관세를 결정하되, 매년 직전년도의 무역적자액을 작용하여 상호관세율을 수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매년 최근 무역적자액을 반영하여 상호관세를 조정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상대국과의 협상 카드로 거칠게 디자인된 것임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상호관세의 법률적 정당성 여부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의 주된 법적 근거로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인용했다. 이 법에 따라 무역상대국들의 불공정한 무역관행과 경제정책에 기인한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국가안보에 대한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인 위협’(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 to U.S national security)에 해당한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내 여러 단체들은 IEEPA를 근거로 한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위법하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법원에 제소했다. 상호관세 부과로 가장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는 캘리포니아주도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중 신시민자유연맹(NCLA)은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네가지 위법 사유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둘째, 대통령이 선언한 국가 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IEEPA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셋째, 만약 IEEPA가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허용하는 것이라면 헌법상 의회의 입법권을 다른 부문에 위임할 수 없는 '위임금지 원칙(nondelegation principle)'에 위배된다. 넷째, 행정명령으로 관세율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 중,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강력하다. IEEPA의 법문을 보면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IEEPA에 근거하여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러한 관세부과는 이른바 ‘중요문제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에 반할 소지가 큰 것이다. ‘중요문제원칙’은 미국 연방법원이 판례법으로 확립한 법리로서, 행정부가 경제 및 정치에 광범위한 의미를 갖는 결정을 내리려면 연방의회의 명시적인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는 글로벌 경제와 정치 외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문제’에 해당하므로 이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철회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 법원이 대통령의 행위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고 또 소송이 종료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소송들은 미국 국내법상으로도 상호관세가 법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효과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국제법에도 반한다. 특히 외국 수입품에 일방적으로 기본관세와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GATT협정상의 최혜국대우(MFN) 규정(제1조)과 일방적 관세부과 및 수입제한조치를 금지하는 규정(제10조 등)을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한미FTA등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도 반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행위를 WTO 분쟁해결절차에 제소했다. 그러나WTO 상소기구가 마비된 현 상황에서 WTO분쟁절차에 제소하는 것은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미국을 WTO에 제소하거나 한미FTA위반으로 제소하기 보다는 협상을 통한 해결을 선택했다.  상호관세의 경제적 정당성 여부 - 이른바 ‘공공재에 대한 대가’라는 이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은 트럼프 상호관세 정책을 입안한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미란은 지난 4월 7일 허드슨 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미국이 제공하는 기축통화와 군사안보 등과 같은 ‘글로벌 공공재’(global public goods)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라며 상호관세의 정당성을 옹호했다.[2] 미란은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이 수십년간 미국이 제공하는 공공재에 무임승차(free-riding)해 왔다면서, 이와 같이 글로벌 공공재의 혜택을 누려온 국가들은 비용 분담의 차원에서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부담하거나 자기들이 받은 혜택만큼 미국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공공재” 이론은 경제학자인 미란이 경제학 이론에 꿰맞춘 주장이지만 설득력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이 전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구축해온 경제질서와 안보질서를 모든 국가들을 위한 공공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간의 관계는 정치, 경제, 외교, 군사, 문화적 측면 등이 복합적으로 응축되어 있는 것으로서 이를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미국이 구축한 경제 및 안보질서를 공공재로 보더라도 국가 간의 상호교류로 형성되는 국제질서 안에서 각국은 나름의 이익을 누리고 다른 국가들과 유무형의 대가를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사실상 그 공공재에 대한 대가는 상호 정산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국제사회에 막강한 힘을 행사해 왔고, 다른 국가가 누릴 수 없는 막대한 국채발행을 통해 자유로이 재정을 운용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십년간 형성된 국제 경제 및 안보질서를 갑자기 공공재라고 주장하며 상대방 국가에게 대가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기 어렵다.  미란 위원장은 미국을 대체할만한 시장이 없기 때문에 교역 상대국들이 보복 없이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대다수의 국가들이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에 나서는 이유는 거대한 미국 시장을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란의 이런 발언은 본인이 제시한 공공재 논리와 모순되는 발언이기도 하다. 상호관세가 망가진 국제 무역시스템에 대한 대응이라는 논리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및 제조업 선임고문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는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망가진(broken) 국제 무역시스템의 공정성과 균형성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상호관세를 정당화하고 있다.  나바로는 지난 4월 8일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편향된 WTO 규칙 때문에 주요 무역상대국들로부터 체계적으로 더 높은 관세와 징벌적인 비관세 장벽에 직면해 왔으며 그 결과 미국은 경제적 번영과 국가 안보를 위협받는 국가적 비상사태에 처하게 됐다는 논리를 폈다.[3] 나바로에 따르면 연1조달러 이상으로 불어난 상품 무역적자는 미국이 처한 위기의 핵심이다. 그는 1976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의 무역적자로 인해 총 20조 달러 이상의 미국 자산이 해외로 넘어갔다고 주장한다.  나바로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초래한 핵심 원인으로 WEO협정(GATT)상의 “최혜국대우”(MFN) 원칙을 꼽는다.  MFN 원칙은 각 WTO회원국으로 하여금 특정국에 부과하는 자신의 최저관세를 다른 모든 국가들에게 똑같이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은 자신의 고율관세는 유지한 채, 미국이 제공하는 낮은 관세 혜택을 누림으로써, 미국에게 막대한 무역적자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나바로가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을 관세율 차이에 돌리는 것은 문제지만, 나바로의 주장이 전혀 틀린 주장은 아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MFN 관세율은 3.3% 수준인데, 중국은 7.5%, 태국과 베트남은 10% 이상, 인도는 무려 17%에 달하는 MFN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EU는 미국 자동차에 대해 미국 관세의 4배에 달하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중국은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나바로는 각국에 만연한 비관세장벽도 지적한다. 그는 각국이 환율조작, 부가가치세, 덤핑, 수출보조금, 국영기업, 지적재산권 절취, 차별적 상품표준, 수입쿼터나 수입금지, 불투명한 수입허가제도, 부담스러운 세관절차, 데이터(서버) 현지화 규정, EU등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소송 제기, 비도덕적이거나 반환경적인 노동 조건 등과 같은 비관세 무기(non-tariff weapons)를 사용하여 미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거나 미국 제품의 수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나바로는 미국이 이와 같은 불공정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시정하기 위해 WTO분쟁절차를 이용했지만, 미국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 예로서, 미국은 1998년 EU와의 소고기 호르몬 분쟁에서 승소하였으나 EU는 아직까지 호르몬 처리된 미국 소고기의 수입 금지를 풀지 않고 있는 사실을 든다. 결론적으로 나바로는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WTO가 해결하지 못하는 이런 불공정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서, 미국에 대해 높은 관세와 비과세 장벽을 쌓고 있는 국가들에게 상응한 책임을 묻는 것이리고 주장한다. 나바로의 주장처럼, 현재의 WTO무역체제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미국의 일방적인 상호관세 부과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나바로가 지적한 무역상대국들의 높은 관세나 비관세 장벽과 무관하게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 같은 패권국이 일방적인 관세 부과나 경제제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쌓아 올린 규칙 기반(rule-based) 경제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궁극적 해결방안 - WTO개혁을 통한 공정한 국제 무역질서 회복 WTO 무역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나바로의 주장은 분명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인도,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높은MFN관세 인하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고수하며 무역질서를 왜곡하고 있음에도, WTO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기후변화 등 새로운 통상현안을 규율할 규범이 필요하지만 WTO의 협상 기능이 작동되고 있지 않다. 다수 국가들이 합의한 복수간 협정이 일부 국가의 반대로 WTO협정으로 채택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WTO체제의 무기력함은 많은 국가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 관세 부과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일방주의적 방식으로 구축된 새로운 무역질서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WTO 개혁을 통한 공정한 다자무역질서의 회복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 등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WTO 중심의 글로벌 무역체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무역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Endnotes [1] 2025. 4. 4. New York Times, “The Hidden Decisions Behind Trump’s Tariff Formula”[2] 2025. 4. 13. World Trade Online, “CEA’s Miran says tariffs are ‘burden sharing’ for U.S. ‘global public goods’[3] 2025. 4. 8. Financial Times, “Donald Trump’s tariffs will fox a broken system”
조선 패권 장악을 노리는 중국의 산업 정책
(사)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이사장 변호사  김두식                                                                              2025년 4월 1일 중국이 세계 조선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조선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나타내는 3대 지표(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에서 모두 전세계 물량 대비 과반을 넘어섰다. 중국 조선소들은 지난해 전세계 선박 수주량의 70.6%를 휩쓸었고, 건조 점유율은 53.4%, 수주잔량 점유율은 58.1% 였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1980-90년대 정부의 지원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여 한 때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의 올라서기도 했으나 최근 그 위상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로 도산위기에 몰린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여 조선소들을 회생시킨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조선산업에 대한 적극적 산업정책과 공격적인 지원을 자제해왔다. 그 사이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정부의 강력한 조선업 진흥 정책과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5년만에 세게 최강의 조선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제 미·중 패권경쟁 등 국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조선업은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의미를 재발견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제 한국은 전략적 차원에서 조선산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큰 그림을 그리고, 조선산업에 대한 총체적인 발전전략과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 시행할 때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 펼쳐온 조선업 진흥을 위한 공격적인 산업정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세계 조선시장을 석권하는 중국 중국이 세계 조선(造船)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조선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나타내는 3대 지표(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에서 모두 전세계 물량 대비 과반을 넘어섰다. 중국 조선소들은 지난 해 전세계 선박 수주량의 70.6%를 휩쓸었고, 건조 점유율은 53.4%, 수주잔량 점유율은 58.1% 였다. 작년에 수주량 기준으로 상위 10개 조선소 중 7개가 중국 조선소였다. 1위에서 4위가 중국의 뉴타임즈조선, 후둥중화조선, 양쯔강조선, 헝리조선 순이었다. 한국 조선소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HD현대삼호(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등 3사가 5-7위에 올랐다. 중국은 1999년까지 전세계 선박 수주량의 5% 내외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1년에 수주점유율이 10%를 넘어섰고, 그 후 20년이 지난 2021년에 50%를 넘어섰다. 중국의 선박 건조량 점유율도 2023년부터 50%를 넘기 시작했다.  세계 조선시장은 여전히 한·중·일 3국의 각축장이다. 이 3국이 전세계 선박 건조량의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제 중국이 한참 앞서 가고 그 뒤를 한국과 일본이 현격한 차이를 두고 뒤따르는 형국이다.  한국은 2005년 이후 한동안 연평균 30%대의 수주 점유율을 유지했고, 2018년에는 한때 세계 1위 조선국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을 기점으로 중국에 밀려 한국의 수주점유율은 급속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한국의 선박 수주점유율은 16.7%였다. 건조량 기준으로 한국은 최근까지도 평균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 한국의 건조량 점유율은 27.9%로 하락했다. 최근 중국의 수주 독점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건조량 점유율은 더욱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일찍부터 세계 조선시장에서 3위로 밀려났다. 2005년경부터 중국과 한국의 성장세에 밀려 일본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024년 일본의 수주량 및 건조량 점유율은 각각 4.9%와 12.0% 수준에 머물렀다. 표1. [2000년 - 2023년 한·중·일 수주량 및 건조량 점유율 추이]* 자료 : 클락슨  표2. [2024년 1~12월 국가별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점유율]  각국의 주력 선종으로 본 경쟁력 차이 각국이 수주하고 건조하는 선박의 종류 즉 선종별 비중을 보면 해당 국가가 어떤 선종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각국이 집중하는 선종에는 해당국 정부가 자국의 조선 산업을 위해 펴고 있는 산업정책의 효과가 반영되어 있는 측면도 있다.   중국은 사실상 선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선박을 수주하고 만들어 내고 있다. 즉, 컨테이너선, 벌크선(벌커), 탱커 등 전통적 선박 뿐 아니라, LNG선이나 크루즈 선과 같이 높은 건조기술의 요하는 고부가가치 선박도 수주하고 있다.  이중연료 선박 등 친환경 선박에도 경쟁력이 있다. 지난 2월 중국 국영조선소 CSSC의 자회사인 장난조선(江南造船)은 프랑스의 글로벌 해운사 CMA CGM으로부터 1만 8,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에 대한 신조발주계약을 체결했다. 척당 선가는 2억 600만불에서 2억 1,750만불이고 12척의 총선가는 최대 26억불로 추측된다. CMA CGM은 지난 1월에 HD현대중공업에 1만 5,5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2척, 총선가 25억 7,000만불 상당을 발주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 조선소들이 모든 선종을 골고루 수주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선박 기자재 비용과 노동비용 등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LNG선이나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 건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이 이런 분야 선박에 대해서도 상당한 건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일찍이 2003년에 초대형 오일탱커나 LNG선, LPG선, 대형 차량운반선(roll-on/roll-off ship)과 같은 고도기술 선박을 집중 개발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국가 차원을 투입하여 조선소들을 지원했다.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중국 조선소들은 경제적 효율이나 경쟁력을 따지지 않고 모든 선종을 수주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을 비롯한 여타 조선국들은 각자 건조비용과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선종의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독보적인 건조 경험과 노우하우를 갖고 있는 크루즈선 건조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들은 범용선에서 중국의 경쟁력에 밀리면서 전통적 선박보다는 고도의 건조기술을 요하고 선가가 높은 LNG선이나 LPG선 등의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일본 조선소들은 정부의 내항선 지원정책과 자국 선사들의 발주에 힘입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크다. 표3. [2024. 12. 현재 주요 조선국의 선종별 수주잔량]중국정부의 “조선강국” 전략과 조선업 육성정책 중국 정부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때를 전후하여 자국 조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강력한 지원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중국은 우선 2001년 발표한 “제10차 경제 사회 개발 5개년 계획”(2001-2005)에서 해양, 물류, 조선산업을 정부 지원 산업으로 지정했다. 당시 중국 국무원 총리 주룽지(朱鎔基)는 중국이 세계 최대 조선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공표하고 정부기관에 대해 조선산업을 지원하도록 명했다.[1]  이 제10차 5개년 계획에서 중국은 ‘해양강국’(Strong Maritime Nation), ‘조선강국’(Strong Shipbuilding Nation), ‘해운강국’(Strong Shipping Nation) 건설을 국가 목표를 설정하고, 해상운송, 물류, 조선의 모든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2] 뒤이어 2003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전국 해양경제 발전규획 강요』(Outline of the National Marine Economy Development Plan)에서 조선과 해운을 ‘주축산업’(pillar industry)으로 지정하고 정부가 이들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자원과 보증을 제공하도록 지시했다.[3]  중국은 이와 같은 ‘조선강국’ 건설의 기치 아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산업 구조 합리화, 과학기술 지원, 국제경쟁력 강화를 통해 조선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발해만과 동중국해, 남중국해에 조선 기지를 건설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초대형 오일탱커나 LNG선, LPG선, 대형 차량운반선(roll-on/roll-off ship)과 같은 고도기술 선박을 집중 개발하도록 헸다.[4] 이 제10차 5개년 계획(2001-2005)이 시행되면서 중국 조선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5개년 계획 1차년도인 2001년 수주량 기준으로 5% 수준에 불과하던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개년 계획 마지막 연도인 2005년에 14.3%로 치솟았다.  조선업 진흥을 위한 중국의 산업정책은 제11차 5개년 개획이 시작된 2006년경 더욱 강화되었다. 중국 정부는 『2006년 국가 과학기술 중장기 계획 요강』에서 ‘대형 해양 엔지니어링 기술 및 장비’를 11대 최우선 육성 산업으로 선정하고, ‘해양 기술’을 8대 첨단기술 개발과제로 선정했다. 그리고 기술 및 산업의 발전방향을 ‘자주혁신’(indigenous innovation)이라 명명하고 이 분야 기술 자립과 혁신을 독려했다.  ‘자주혁신’ 정책은 2020년까지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30%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수반했다.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 후진타오(胡錦濤)는 당과 전체 중국 사회가 기술 자립과 혁신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15년 3월에는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전략이 발표됐다. “중국제조 2025” 에서는 ‘해양 엔지니어링 장비’와 ‘고도기술 선박’을 비롯한 10대 ‘전략 제조업’을 선정하고 이 분야에서의 중국의 자주적 장악을 위해 국가와 민간 자원을 투입할 것을 천명했다. 중국 정부는 조선 분야에서 전통선박(범용선)의 수요는 감소할 것이나 높은 기술을 요하는 선박에 대한 수요는 강하게 유지될 것이는 판단 하에, 다시, 고도기술 선박을 집중 육성 분야로 선정하고 개발을 독려했다.   이처럼 중국의 조선산업 육성 전략은 몇 단계에 걸쳐 진화해 왔지만, 지난 25년간 큰 틀은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2022년 4월 시진핑 주석은 “해양강국의 건설은 중화민족의 대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전략적 책무”라고 선언하며 조선업 육성이 국가적 전략임을 재확인했다.[5] 중국의 조선산업 육성 및 지원 전략은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이 결정한 것으로, 이 전략은 하부 정부 조직에 의해 구체적인 경제계획과 산업정책으로 구체화되어, 조선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으로 시행되었다. 중국의 조선업 육성정책의 특징은 총 생산량 혹은 세계시장 점유율 같은 구체적인 성장 목표치(target)를 설정하고 그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었다는 점이다. 수시로 상향 조정되었다. 예컨대 LNG선 등 고도기술 선박에 대한 중국의 시장점유율 목표는 당초 2011년까지 20%를 달성한다는 것이었으나, 이 목표는 2025년까지 40%를 달성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또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친환경 선박의 시장점유율은 2025년까지 50%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는 세계 최대 생산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에서 정부가 설정한 성장목표는 단순한 희망 수치가 아니라 강제성을 띈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정부는 조선소들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금융, 세금, 자원배분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2023년 이후 중국 조선소는 전세계 선박 생산량의 50%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이러한 목표기반 산업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미 무역대표부(USTR)은 중국 정부의 이러한 목표 설정행위(targeting) 그 자체를 불공정한 행위로 본다. 아래 표는 무역대표부의 무역법 301조 조사보고서에서 발췌한 것으로, 중국의 각 단계별 산업 목표가 중국 조선업의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표4. 중국 정부의 Taregetting과 중국의 시장점유율 변화와의 상관관계한편, 중국 정부는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조선 기자재의 국산화율에 관한 목표도 설정했다. 즉, 중국은 2010년까지 중국내에서 건조되는 모든 선박에 장착되는 기자재의 60%, 2025년까지 85%를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국산화 목표는 이미 2015년 중국산 기자재 비율이 90%를 달성함으로써 조기에 달성됐다. 중국은 이와 같은 선박 기자재와 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조선 관련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전체적인 선박 건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조선 불황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은 중국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동량과 선박 수요가 급락한 때에 오히려 공격적인 조선업 진흥정책을 폈다. 구체적으로 2009년 6월 발표된 『선박공업 조정 및 진흥계획』에서 2011년까지 중국 조선의 생산 점유율을 35%까지 끌어 올리고, 고도기술 및 고부가가치 선박의 점유율을 20%로 높이는 시장 점유율 목표치를 설정했다. 이 진흥계획을 통해 소형 조선소들을 통폐합하고 조선소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이 때 중국 정부는 자국 조선소들로 하여금 해외 유명 해양 기자재 기업이나 R&D연구소, 마켓팅 네트워크를 인수하도록 독려했다. 나아가 조선소들과 기자재 공급업자, 해운사들 간 협력을 유도하고, 대형 조선기업들에 대해서는 전후방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음으로써 조선소들이 원가 미만 원자재 공급처와 안정된 발주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한편, 이와 같은 조선 불황기에 중국 정부는 조선업에 대한 지원조치도 강화했다. 우선 조선소와 선주들에 대한 금융지원, 수출신용을 확대했다. 또 중국내 선박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폐기 선박의 매입, 정부 선박 발주 등을 시행했고, 조선소의 인수합병 지원, 세금 우대, R&D 투자 지원 등을 제공했다. 조선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조선업 투자펀드도 조성했다.    중국의 선박 건조능력 확대 이와 같이 조선 불황기에 오히려 조선업을 적극 지원한 중국 정부의 정책은 중국의 조선 능력과 시장점유율의 급신장을 이끌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조선소들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일시적으로 생산능력이 줄기도 했으나 대형 조선소 등장과 설비확장으로 조선능력이 크게 확대되었다. 지금도 중국 내에서는 시설 확장 및 설지 재가동 등 건조 능력 확장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선박 생산능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2024년 건조 능력은 23.2백만CGT이나, 2030년까지 29백만CG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기준 42% 정도가 늘어난 수치이다. 반면, 한국의 조선능력은 1200만 내지 1300만 CGT 수준이며, 2020년 대비 2030년까지의 건조능력 증가는 6%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표5. 한·중 예상 누적 생산능력 변화(백만CGT)* 자료 : 클락슨   2024년 이후 “질적 생산력 강화” 정책 중국 정부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 조선업의 양적 성장목표 외에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한 바 있다. 이후 2024년 양회를 전후하여 중국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강조하는 것은 그 동안 선진국 기술에 중국 노동력을 결합했던 방식의 경제 발전모델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축적된 첨단기술을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 장부는 2024년 1월 『선박공업 녹색발전 강요(2024-2030)』라는 조선업 친환경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2023년 『선박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발표되면서 세계 해운업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이에 맞춰 중국도 조선업의 친환경 발전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중국의 친환경 조선 계획은 2단계로 추진될 예정이다. 1단계는 2025년까지 조선업의 초기 친환경 발전체계를 수립하는 단계로, 친환경 조선 기자재의 공급능력을 강화하고 메탄올과 같은 청정에너지 추진 선박과 이를 실현할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표준화 하여 친환경 선박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단계는 2030년까지 조선업 친환경 발전체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친환경 조선 기자재 공급망을 완성하고 최첨단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보유해 전세계 친환경 선박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정부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친환경 선박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조선업에 대한 주요 지원수단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정부는 조선강국의 큰 전략 하에 조선소의 구조조정과 설비 증설을 독려하고 수주를 지원하여 중국 조선소들의 세계 조선시장 장악을 유도해 왔다. 이 밖에 중국 정부가 조선업을 지원하는 주요 정책 수단에는 지방정부에 귀속되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보상 등 세제 지원, R&D 지원, 유리한 조건의 선박금융 및 리스금융 제공, 신조 수요 창출 등이 있다. 여기에 건조에 들어가는 낮은 가격의 철강 및 기자재 비용과 낮은 노동비용도 중국 조선소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은 조선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국의 경우, 선박금융과 보증은 주로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이 제공하고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 이에 비해 중국은 국책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들이 선박금융을 활발히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 선박리스 회사들이 리스금융을 제공하여 중국 조선소들의 활발한 수주를 돕고 있다. 현재 전세계 선대의 9% (GT 기준)는 중국의 리스금융에 의해 건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OECD 수출신용양해에 정한 기준에 따라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반면, 중국은 OECD 선박수출신용양해의 적용을 받지 않아 한국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선박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친환경 선박 개발계획과 병행하여, 노후 선박 교체와 친환경 선박 발주를 촉진하여 자국내 신조 수요를 창출해 내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즉, 중국의 교통운수부 등 13개 부처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대규모 설비 갱신 및 소비품 교체 행동방안(大規模設備更新和消費品以舊換新行動方案』의 일부로, 에너지 효율이 낮으며 탄소 배출량이 많은 노후 선박 폐선을 가속화하고 신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추진 선박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령이 10년 이상인 내륙 수로 여객선과 15년 이상 화물선, 15년 이상 연안 여객선, 20년 이상 화물선에 대해 폐선화 및 개조 또는 신조를 지원하고, LNG, 메탄올,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연구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결어 조선업은 제2차 세대전을 전후하여 미국이 패권을 잡고 있다가 1950년대 이후 부상한 일본이 조선패권을 장악했었다. 1980년 이후 한국 조선의 급성장으로 조선패권은 한동안 한국으로 넘어오는 듯했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1980-90년대 정부의 지원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여 한 때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의 올라서기도 했다. 정부는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로 도산위기에 몰린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여 조선소들을 회생시킨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조선산업에 대한 적극적 산업정책과 공격적인 지원을 자제해왔다. 그 사이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정부의 강력한 조선업 진흥 정책과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5년만에 세게 최강의 조선국으로 올라섰다.  Endnotes [1] Three Generations of Leaders, Three Generations of Love: A Record of Three Generations of Leaders of the Republic Caring About the Shipbuilding Industry [Chinese], HUBEI PARTY HISTORY (Sep. 2, 2016), http://www.hbdsw.org.cn/dsyj/201609/t20160902_107933.shtml.[2] Outline of the National Marine Economy Development Plan Art. 2.1.5 (State Council, Guo Fa [2003] No. 13, issued May 9, 2003), https://www.gov.cn/gongbao/content/2003/content_62156.htm.[3] Three Generations of Leaders, Three Generations of Love: A Record of Three Generations of Leaders of the Republic Caring About the Shipbuilding Industry [Chinese], HUBEI PARTY HISTORY (Sep. 2, 2016), http://www.hbdsw.org.cn/dsyj/201609/t20160902_107933.shtml.[4] Id.[5] Xi Jinping: March Towards the Ocean and Accelerate the Construction of a Strong Maritime Nation [Chinese], DANGJIAN (Jun. 8, 2022), http://www.dangjian.com/shouye/dangjianyaowen/202206/t20220608_6398476.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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