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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Trade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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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정책 방향 선회 …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보내는 신호

2024-12-23 12:17

한국외국어대학교 박한진 초빙교수                                                                                                   2024년 12월 23일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리스크’와 대내적 경기 침체에 직면한 중국은 지난 12월 11-12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내수확대를 앞세운 2025년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처한 대내외적 도전을 헤쳐 나가는데 이러한 경제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경제 전문가인 박한진 교수가 중국의 2025년 경제정책 방향과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2025년은 중국이 제14차 5개년 규획(2021~2025, 14·5 규획)에서 제15차 5개년 규획으로 전환하는 해로, 중국 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1]

 

이 시점에 중국이 경제정책 방향을 크게 전환하고 있다. 지난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2024년 ‘중앙경제공작회의’(CEWC)[2]는 2025년 경제 정책의 9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당정이 9월 이후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이 회의에서 내놓을 정책이 무엇일지 국내외에서 초미의 관심을 보였지만, 막상 제시된 중국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해외 뿐 아니라 중국내에서도 시장과 기업, 학계가 여전히 그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적인 도전 상황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중국은 대외 환경의 변화로 국가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심화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정책 운용 자체에 현실적인 어려움과 도전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 위축 장기화, 기업 경영난, 고용·소득 하락 압력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트럼프 2.0 차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 즉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대내외적 위기가 동시에 닥친 '내우외환' 상황이다.[3] 

 

복합 위기 상황에서 중국은 통제하기 어려운 트럼프 리스크를 불가피한 요소로 인식하고, 대신 내수 확대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과학기술 혁신’이 가장 중요한 전략 과제로 제시됐으나 올해는 9대 중점 과제 가운데 ‘내수 확대’가 1번 과제로 떠올라 중국의 내수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임을 짐작하게 한다.

 

<2025년 중국 경제정책 기조가 될 9대 중점 과제[4]>

 

1.   내수 확대: 소비 촉진(투자 효율 및 수익성 제고로 내수 확대)

2.   과학기술 혁신: 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 견인(현대적 산업 시스템 구축)

3.   경제체제 개혁: 개혁확대 조치 시범 실시(성과 위주 지향)

4.   대외개방 확대: 대외개방 수준 확대(무역 및 외자유치 안정화)

5.   리스크 관리: 중점분야 리스크 예방 및 해소(시스템 리스크 방지)

6.   도농 융합 발전: 신형 도시화와 농촌의 전면적 진흥 통합적 추진(도시-농촌의 융합 발전 촉진)

7.   지역발전 전략: 지역전략 실시 가속화(지방경제 활력 제고)

8.   친환경 발전: 저탄소, 저공해, 친환경 강화

9.   민생 개선: 민생 보장 주력(국민 행복감 및 안전감 증진)

 

9대 중점 과제마다 앞으로 다수의 세부 프로젝트들이 연결될 것이다. 두 가지 맥락에서 파악해볼 수 있다. 첫째, 내수 확대 및 위험 관리 분야에서 국내 수요를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정책 조치를 우선 추진하고 대외 의존도를 줄여 나갈 것이다. 부동산 및 주식 시장 안정화, 일본식 부동산 초장기 침체 방지를 위해서는 시스템적 위험 방지에 주력할 것이다.

 

둘째,  재정 및 통화 정책 방향이 대해서는 "강화된" 적극적 재정 정책과 "적절히 완화된" 통화 정책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쉽게 풀어보면 중앙의 재정 지출 확대와 재정 적자 비율 상향 조정,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 정부 특별채권 발행 규모 확대 등을 통해 돈을 넉넉하게 풀고 부채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기술 혁신, 녹색 전환 등 시진핑 체제가 중요시하는 특정 분야와 교육, 의료, 주거 등 민간 비용 부담 경감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5] 

 

올해 중앙경제공작회의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일정 수준의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유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일치한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내수 확대와 경기 부양책을 주목하면서도 대외 개방과 기술 혁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기술 제재와 관세 정책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중국이 기대하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본에선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특히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을 지적하며, 경기 부양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의 정책이 단기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6]

 

대만 매체들은 이번에 제시된 정책들이 기존 정책의 반복 버전이라는 점을 제기하며, 혁신적인 조치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정책들로는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7] 베트남 및 멕시코 등지에서는 중국의 내수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주시하며, 자국 제조업과 투자 유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변화한다면 자국에는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U와 독일에서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글로벌 경제 안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해 보인다. 최근 경제와 산업이 전방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에선 전기차 및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앞으로 전개될 중국과의 산업 협력 또는 경쟁 양상에 주목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우리가 마주하게 될 중국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82021년 부동산 붕괴와 2022년 코로나 팬데믹 충격으로 성장이 크게 둔화했다. 코로나 해제 후 국내 수요와 가계소비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반등했지만 경제 성장률은 회복되지 않았다. 무역 불균형 심화와 국내 물가 하락세는 현재 침체 국면이 단기간에 그치기 어려운 상황임을 말해준다. 중국은 여전히 투자 주도 경제체제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규모 투자(28%)와 제조업 생산(35%)에 비해 소비는 글로벌 점유율이 12% 수준에 그친다.[9]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2024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이전보다 강해진 경제 부양책을 내놓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수요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던 데서 가계 소비 부족의 심각성을 인정한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을 보면 중국 경제가 얼마나 엄중한 상태인지 짐작하게 한다.

 

2025년 중국은 대외적으로 주요 무역투자 파트너 국가들에게 우선 당근이 될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보인다. 즉, 전기차 등 중국이 앞서는 분야에서 기술 파트너십, 품목별 수입 관세 경감, 중국투자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수출 통제 일부 완화 등이 예상된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중 FTA 2단계 서비스 투자 분야 협상과 연계해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채찍으로 맞설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 우호국의 생산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반도체 제조와 청정 기술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등 중요 투입물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2025년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재편될 미  전략경쟁 등으로 그 어느 해보다 복잡하고 불안정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다. 한국은 현재 불안정한 국내 상황을 조속히 회복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해외발(發)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ndnotes

[1]  14·5 규획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의 줄임말로 ‘5개년 규획’은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같은 의미의 국가 경제발전 계획임. 20개 주요 지표에 102개 중점 프로젝트를 담고 있음. 중국에 있어 2025년은 14·5 규획을 마무리하고 다음 5개년 계획인 15·5 규획(2026~2030)을 최종 확정하는 시기로 경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로 진입함. “中人民共和国国经济和社会发展第十四五年规划2035景目标纲要”百度百科, https://mr.baidu.com/r/1uXC2mKmT0Q?f=cp&rs=1118426787&ruk=mjSTVKWXuVUyktyR9Tjptw&u=20b147e65db8cb58.

[ 2 ]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经济工作会议)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개최하는 가장 격이 높은 연례 경제 회의다. 1994년 이후 매년 한 번씩 열리며, 보통 11월에서 12월 사이에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직전에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올해는 12.9 개최)의 기조를 바탕으로 정책의 세부사항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데 현재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고 다음 해의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한다. 세부 시책은 익년 3월 양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개된다. 영문 표기는 The Central Economic Work Conference(CEWC).

[ 3 ] “:25年はトランプ再登板で大を最重視”, 2024.12.13. 大和総研.

[ 4 ] 2024년 12월 12일 신화사 보도 참고.

[ 5 ] How will Central Economic Work Conference shape 2025 economy?, Wang Tao and Zhang Ning, China Daily. 재정 적자의 GDP 비율은 전통적으로 3% 이내였으나 2020년 코로나19 충격 때 3.6%, 2023년 3.8%에 이어 2025년에는 약 4%에 이를 전망. 주요 프로젝트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행하는 초장기 특별국채는 2024년 1조 위안(GDP 대비 0.8%)에서 2025년에는 1.5조~2조 위안으로 확대 가능성 예상. 

[ 6 ] China’s Central Economic Work Conference (CEWC): Key Takeaways and Priorities for 2025, Giulia Interesse, December 16, 2024, China Briefing.

[ 7 ] 中央經濟工作會議缺乏驚喜 滬深股市半日跌逾1%, 2024.12.13, 工商時報.

中央經濟工作會議貨幣適度寬鬆 增應對能力與空間. 2024.12.13, 工商時報.

[ 8 ] 중국은4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경제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음. 2021년 18% 이상으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 약 16% 수준임. China’s Slowdown Has Changed the Trade War, America Now Has the Upper Hand—but Trump’s Maximalist Tariff s Would Still Carry Risks, Foreign Affairs, December 17, 2024.  

[ 9 ] 중국은 여전히 국내 생산품을 모두 흡수할 만한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 과잉 생산품의 수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