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 대선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강경한 대중 정책을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응해 무역 다변화, 내수시장 강화, 기술 자립 등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11월 1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국이 양당 후보 중에 누구를 선호하는지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후에는 전 세계 주요 매체가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중국은 미국 대선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1]. 팀 월즈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서는 ‘미국의 내정’이라며 별도의 논평을 거부했다.[2]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중국은 미국 대선에 공식적인 개입을 피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 국내 실물경제 불안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미국 상공에서 중국 정찰용 무인 풍선이 발견된 후 내부적으로 대외 불간섭 원칙을 강화해 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소셜 미디어의 여론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공화당 후보 지명 이전부터 트럼프를 선호하는 글이 많아 보였으나 이후 해리스 지지도가 상승하면서 해리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3]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새로운 대안 미디어로 떠오르는 뉴스레터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에 따르면 현재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미국 대선 관련 네 가지 유형의 의견그룹이 있다. 첫 번째 그룹은 트럼프에 개인적 끌림을 느끼는 그룹이다. 이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중국에 미칠 영향과 무관하게 그의 직설적인 스타일에 공감하곤 한다.[4] 두 번째 그룹은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비간섭주의가 중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트럼프를 선호하는 경우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중국을 괴롭혀온 개입주의와 도덕적 고압주의가 줄어들고 미국 주도로 동맹국을 규합하는 다국간 협력체제가 와해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건다. 세 번째 그룹은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에 재앙”이라며,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에 이득이 된다는 생각이다.[5] 네 번째 그룹은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국제정치 학자와 분석가 그룹이다. 해리스가 중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의 견해가 실제로 최고 지도층에 전달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논리적 관점이 주목받는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 비교 중국이 누구를 선호하는 지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중국 통상정책 기조와 조치에 대한 중국의 인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두 후보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모두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내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 두 후보 모두 중국에 대해 “약하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에 경제적인 압박을 가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목표에서도 유사하다. 차이점은 중국을 압박하는 접근법에 있다. 해리스는 다자주의에 기반해 동맹국들 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제어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보다 급진적이고 과격한 통상정책을 선호한다. 고립주의 접근을 통해 미국 경제를 보호한다는 것인데, 그는 당선되면 당장 전 세계에 대해 수입 관세를 일률적으로 10-20% 인상하고, 특히 대중국 수입 관세는 60% 이상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관계 분석가인 천딩딩[6]과 주신롱[7]은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일방주의가 중국에 단기적으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미·중 대화 기조 유지, 충돌을 방지하는 ‘가드레일’ 구축으로 단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무난하나 장기적으로 중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8] 한쪽은 당장 불리해지고 다른 한쪽은 시차를 두고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예측 가능성을 비교해 중국에 유불리를 가늠하는 분석도 있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CISS) 센터장 다 웨이(达巍) 교수는 트럼프 재임 때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관계를 안정시켰기 때문에 바이든과 공통분모를 가진 해리스가 중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시각이다.[9]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대중국 전략적 경쟁 정책을 공유하고 있어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예측 가능성은 비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대응 전략 전문가 그룹에서 제한된 범위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압박은 강화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인데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을 취하면서 대외정책의 뼈대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당선돼 그가 공언한대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은 단기간 내 수출 감소, 고용 감소, 경제성장률(GDP)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호석 리-마키야마(Hosuk Lee-Makiyama) ECIPE(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 국장은 트럼프 고관세가 시행되면 중국의 GDP 성장률이 1-2%포인트 감소하고 대미 직접 수출이 20-30% 감소하며 이는 중국 전체 수출을 10% 감소시키는 규모라고 예측했다. 제조업 관련 산업의 타격이 특히 커서 100만 명 이상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세우고 있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무역 다변화다. 이미 본격화됐지만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외교적 대응도 병행할 수 있다. 둘째 내수시장 강화다. 소비 촉진 정책과 재정정책 등 다양한 경제 활성화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최근 발표한 경제 활성화 패키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셋째 가장 핵심적인 대응 카드로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 개발을 통해 대외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거시경제 정책과 내수확대도 이와 연계해 강화할 것이다. 과학기술부 조직 개편, 대규모 자본 투입, 해외 기술 인수, 국내 혁신 클러스터 구축 확대 등 구체적인 조치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교육 및 연구 부문을 실용적인 응용 분야와 통합하고 있으며, 국가가 보유한 기술을 기업 부문에 이전하는 시스템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올해 상반기에 투자한 금액은 총 250억 달러(약 33조4900억원)인데 이는 한국·대만·미국의 반도체 업계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다.[10] 스팀슨 센터(the Stimson Center)의 윈쑨 애널리스트는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미국은 무역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 매파적인 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이므로, 중국으로서는 악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없고 나쁜 시나리오와 더 나쁜 시나리오만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11] 한국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를 더 잘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시각으로 중국을 분석하고, 중국의 시각으로 미국을 분석한다면 판세를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ndnotes [ 1 ]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 2024.8.14. [ 2 ]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 2024.8.23. [ 3 ] 블룸버그 통신이 방영한 ‘The China Show’ 프로그램(2024.7.30)에 출연한 패널들은 바이든이 대만을 지지했고 해리스도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해리스가 불편하고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 4 ] 이들은 이유를 달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선호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 5 ] 이와 관련해 중국에 떠도는 트럼프의 별명 중 하나로 ‘촨졘궈’(川建国, Chuán Jianguó)라는 이름이 있다. "국가를 건설하는 트럼프" 정도로 해석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 6 ] . Dingding Chen(陈定定) is the president of Intellisia Institute. 중국의 국제관계 싱크탱크. 海国图智研究院 (Intellisia Institute) 원장. Xinrong Zhu is a research fellow at Intellisia Institute. [ 7 ] Dingding Chen and Xinrong Zhu, “Biden vs Trump: Who Would Have a Bigger Impact on China-US Relations?”, the Diplomat, December 12, 2023. https://thediplomat.com/2023/12/biden-vs-trump-who-would-have-a-bigger-impact-on-china-us-relations/ [ 8 ] 해리스에 대해서는 두 분석가가 검토하지 않았지만 해리스의 정책이 큰 맥락에서 바이든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 9 ] Kaiser Y Kuo, “The View from China: Leading IR scholar Da Wei of Tsinghua's CISS”, SINICA, Substack, Aug 28, 2024. https://www.sinicapodcast.com/p/the-view-from-china-leading-ir-scholar [ 10 ] NIKKEI ASIA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자료를 인용, 보도, 2024.9.2. [ 11 ] Stephanie Yang, “Trump and Biden both say they’re tough on China. But whom would Beijing prefer to deal with?”, Los Angeles Times, April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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