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선거 결과가 기본적으로 시장 기대치와 선거 전 여론조사 데이터와 일치한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이 정부 간 접촉을 유지하고 있고, 양국 대학 탁구 대표팀의 교환 방문 등 갈등 관리 모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관망’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대만 선거가 양안 관계에 미치는 영향력 과거보다 축소 둘째, 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양안 관계가 점점 더 미·중 관계의 연장선에 놓이게 됐다는 측면이다.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다. 중국과 서방세계의 외교 환경 변화는 본질적으로 미·중 관계의 풍향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대만 선거’가 양안 관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미·중 관계가 독립변수(independent variable)라면 양안 관계는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인 셈이다. 대만 선거 직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연말 미국 대선 시점까지는 양안의 현상 유지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불안 요인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2000년 이후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 주기로 집권하는 이른바 ‘8년 징크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이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중국은 이를 양안 교류를 선호하는 국민당의 점진적 쇠퇴로 판단하며, 양안 세력 균형의 추를 미국 쪽으로 더 기울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은 연말 미국 대선 결과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00년·2004년 선거 : 민진당, 2008년·2012년 : 국민당, 2016년·2020년·2024년 : 민진당 대만도 중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유세 당시 “양안 관계 의제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상호 존중하는 수준의 대화와 협력을 제안했다. 대외 정책의 기본 틀은 차이 총통의 정책을 계승하며 평화 4원칙*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총통이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고 전제할 때 향후 중국이 강하게 대만을 압박할 명분이 약해진다. *국방억지력 강화, 경제 안보 공고화, 세계 민주국가와의 파트너십 강화, 양안 현상 유지 ‘양안’보다 에너지 등 경제 문제가 더 시급한 대만 사실 대만의 새 정부는 양안 관계보다 경제 문제가 더 시급하다. 당장 해법을 내놓아야 할 과제 중에는 에너지 문제가 있다. 차이잉원 총통이 8년 전에 ‘탈원전’과 천연가스 공급 확대 등을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했지만, 탄소 감축 청사진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정책 조정이 불가피하다. 대만은 천연가스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차이잉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전기요금과 에너지 안보에 주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양안 관계의 당사자인 대만과 중국, 그리고 핵심 이해관계자인 미국 등 3자 가운데 어느 쪽에서도 단기적으로 현상 타파에 나서야 할 요인이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설전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거시경제와 자본시장에 주기적으로 교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 정서와 양안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관망과 대비 모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