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부의 발표(2023.8)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 대만의 아세안 투자금액은 그 이전 5년(2013~2017)과 비교해 40.9% 커졌고, 미국·인도 투자는 각각 3배 내외 규모로 커졌다. 아세안이 해외투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7%에서 20.3%로 증가했다. 반면 중국 투자금액은 아세안 투자가 증가한 폭과 비슷한 수준인 40.3% 감소하면서 전체 대비 비중이 51.1%에서 34.7%로 내려앉았다. 연도별 중국 투자 비중은 2010년 83.8%를 정점으로 꺾이더니 2023년 상반기(17.6%)에 아세안 투자 비중(18.1%)보다 작아졌고 2023년 연간 기준으로는 11.4%로 뚝 떨어졌다. 차이잉원(蔡英文) 1기 정부(2016.5~2020.5) 이후 감소세가 본격화됐고, 차이 정부 2기(2020.5~2024.5)의 사실상 마지막 해이자 대선을 앞둔 2023년에는 가파른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불안정에 직면한 대만기업이 적극적인 글로벌 재배치를 통해 공급망 재편과 생산위험 분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경제부 관계자가 풀이했다. 중국 투자에서 건수보다 금액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반도체 등 대기업들의 투자가 중국 외 세계 각 지역으로 분산, 확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2010년과 2023년 비교 시 건수는 78.7%→36.6%로, 금액은 83.8%→11.4%로 각각 하락 반도체 대기업들은 해외 각 지역에 생산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 인수에 나서고 있다. TSMC는 종래 해외 생산지역을 중국에 집중적으로 배치했으나 지금은 대만 외에도 미국-일본-독일의 3대륙-3개국에서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제1공장과 제2공장에 이어 3나노 공장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 2023.11) 대만 3위 파운드리 업체 PSMC는 지난해 7월 일본 SBI홀딩스와 합자기업을 설립했다. 일본에 12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팹을 세우기로 했고 첨단 반도체 연구소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VIS(파운드리)는 싱가포르에 12인치 팹 설립 계획을 세웠다. 싱가포르는 앞서 TSMC와 UMC가 각각 12인치 팹을 운영하고 있어 싱가포르가 대만 반도체 생산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을 대표하는 재벌 기업인 포모사플라스틱 그룹*은 일본 기업과의 제휴 협력에 적극적이다. 도쿠야마(반도체용 세정제 생산)의 대만 생산법인을 인수했고, 다이킨공업(반도체용 에칭제)과는 합작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4위 반도체 유통 전문 업체인 WT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9월 캐나다 반도체 유통업체(퓨처 일렉트로닉스)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1954년 설립. 플라스틱 기업으로 출발해 석유화학, 섬유, 전자, 에너지, 바이오, 의료, 교육 분야로 사업 영역 확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해외투자는 건당 금액이 커서 대만기업의 중국 투자 비중이 앞으로 더 낮아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갔던 대만기업 3분의 1이 나왔다” 대만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상업총회의 쉬수보(許舒博) 이사장은 지난해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대만기업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국제사회의 대중 제재가 강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으로 유턴하거나 동남아시아 등 제3국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중국 본토에 대한 신규 투자도 감소세”라고 하면서도 “다만 대만과 중국이 예전과 같은 윈-윈 관계는 아니라고 해도 완전한 디커플링도 실질적으로 어렵다”라고도 강조했다. 대만기업들의 해외투자 재배치는 한국 기업의 전략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중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분야와 종합적인 입지 여건에서 더 유리한 곳이 있다면 이전(혹은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이외의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경우*나 중국 내수시장이 유망한 분야**라면 협력을 강화하거나 중국에 포진해야 할 것이다. ‘탈중국’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흑연은 전 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와 합성 흑연의 69%를 중국이 정제·생산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당장 대체 공급지를 찾기 어려움 **총매출액의 30%를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일본 파나소닉은 중국 주택 설비와 가전제품, 신에너지 차 부품, 공장자동화(FA) 분야에 투자 확대 계획 발표(2023.11.6. 구스미 유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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