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중국의 법적 만리장성
관리자 │ 2023-04-18 HIT 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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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가안보사업은... 정치안보를 근본으로 삼으며, 경제안보를 기초로 하고, 군사·문화·사회안보를 보장하며, 국제안보의 촉진에 의거해 중국 특색의 국가안보의 길을 걸어나가야 한다.」 중국 국가안보법 제3조의 규정이다. 중국에서 모든 안보의 최상위 계위인 정치안보, 즉 당의 영도력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중국식 법치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정보공간을 통제하기 위한 각종 법 제도는 일종의 ‘법적 만리장성’을 구축하여 기술 권위주의의 버팀목으로 기능한다. 오랫동안 지속된 중국의 코로나 봉쇄, 그리고 백지시위에 대한 대응은 모두 중국식 법치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법적 만리장성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출 통제, 투자제한 등 대중(對中) 제재를 하듯이 모든 국가가 안보의 개념과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국가안보의 개념은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영도력과 통합되어 국가보다는 당의 보호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 서구 세계와의 근본적 차이점이다. 그리고 국가안보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너무 포괄적이고 국가기관의 권한, 소관, 자원도 막강하다. 무엇보다도, 중국에는 법‧제도적으로 안보 관련 기관의 행위에 대한 감시나 통제가 없고 이들 기관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유의미한 법적 수단이나 절차도 없다. 중국의 국가안보법은 모든 개인 및 사회조직에 적극적 모니터링과 안보위협을 알리는 책임을 부여하는 대중 동원 체제의 근간이다. 국가안보법 11조에 따르면 모든 공민, 국가 기관, 군, 정당, 공공조직, 기업 및 기관은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법을 필두로 반(反)테러법, 반(反)스파이법, 사이버 보안법, 외국 NGO 관리법, 국가정보법, 데이터 안전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모두 정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총체적 국가안보의 프레임워크에 따른다. 그리고 이러한 법체제는 미국의 대(對)중국견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해서 상응한 제재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반(反)외국 제재법, 그리고 국가 분열이나 외세결탁 범죄를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홍콩 안보법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홍콩 안보법은 홍콩이 명백히 공산당의 영도하(下)에 들어가게 되었음을 상징한다. 디지털 공간의 거버넌스인 중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데이터 안전법은 서구와는 달리 중국 정부가 규정한 국가 안보 개념과 연계되어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중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중국 내외(內外)의 모든 중국인의 개인 정보에 접근‧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다. 해외의 개인, 기관에 의한 반체제 활동 제약이 가능한 것이다. 공안기관이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해당 조직과 개인에 협조 의무를 부여한 데이터 안전법도 중국 경내나 해외 데이터 처리를 막론하고 모두 적용된다. 이러한 법 체제는 감시‧통제 기능으로 남용될 소지가 높다, 당-정부는 시민사회에 대하여 우위에 서게 되고, 내부안정이나 대외적 프로파간다 영향력 확대는 국내외 정보 흐름 통제의 근거를 제공하는 ‘법적 만리장성’을 통하여 강화되는 것이다. ‘법치’ 위에 ‘정치’가 군림한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5대 통치원칙에서 확인된다. 공산당 공식 이론 창구 구시(求是)에 제시된 5대 통치원칙은 정치(政治). 법치(法治), 덕치(德治), 자치(自治), 지치(智治)인데 무엇보다도 ’당의 영도는 중국적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자 우월성이며 효과적인 국가통치의 근본보장‘이라는 언급(2020. 3)에서 법치가 정치에 종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적 만리장성과 개인중국의 법적 만리장성을 구성하는 모든 법안은 중국의 모든 개인 및 조직에 의무로 부여되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공간을 관장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데이터 안전법도 동일한 의무에 종속됨은 물론이다. 그 결과로, 공안당국뿐만 아니라 수많은 풀뿌리 조직이나 개인도 감시에 동원되고 스스로도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격자망화 관리(網格化管理)는 조직원이 격자 단위로 나뉜 주거 단위의 동향을 감시‧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중국의 일부 대도시에서 시험적으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격자망화 관리가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는 환경을 상상해 보자. 만일 특정 개인이 데이터에 기반한 프로파일링 때문에 예비범죄자로 낙인찍히면 이동에 제한이 가해질 것이다. 그리고 격자망 경계를 넘으려 해도 안면 인식과 같은 검문소 시스템의 벽을 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격자망화 관리 체제의 도움이 없었다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 통제나 코로나 방역 조치들도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런 시스템이 ‘디지털 인클로저’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중국 전역에 걸친 거대한 CCTV망 스카이넷(天网工程)이나 매의 눈(雪亮工程)은 전통적인 집단적 주민 조직의 감시 기능을 향상할 수 있다. 이미 신장 지역에 구축된 디지털 인클로저는 안면 스캔 검문소와 스마트폰 스캐너에서 스마트 수용소와 공장으로 옮겨져 있다. 기업이나 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민간‧국영기업에는 130만개 이상의 당 위원회가 존재해 국가 안보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당 소속 피고용인은 위원회 소조 활동을 통하여 내부 동향을 보고한다. 정치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대학 사회에는 학생정보담당관(이들도 학생이다)이 동료 학생을 감시해 캠퍼스 전산시스템에 정보를 축적하는 체제가 작동 중이다. 이처럼 시진핑 시대는 직접적인 감시‧통제를 첨단기술, 디지털 공간의 장악과 병행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기술권위주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마오 시대와 차별화된다. 백지시위 참여자는 길거리는 물론이고 온라인 추적을 통해서도 구금되는 것이다. 법적 만리장성과 기업중국의 민간 기업들도 서구와는 달리 정부-당 주도의 법적 만리장성, 특히 디지털 공간 거버넌스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2022. 3)을 통하여 텐센트, 알리바바,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알고리즘을 확보하였다. 이는 공산당이 콘텐트의 선별적 노출, 차단 기능을 강화해 국내외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였음을 의미한다. 수단을 통제하면 메시지의 통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뿐일까? 글로벌 차원에서 활동하는 중국 민간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와 글로벌 데이터 공유는 다른 나라에 대한 잠재적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 그 위협에 대한 생생한 예로 호주 전략정책연구소는 중국 중앙선전부가 통제하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업 GTCOM(Global Tone Communication Technology)을 소개한다. 연구소에 따르면 GTCOM은 화웨이, 알리바바 등 기술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많은 양의 글로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당의 선전활동을 지원한다. GTCOM은 해외 기업에 자사의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여 얻는 데이터는 물론이고 웹페이지, 트위터, 페이스북, 위챗 등에서 연간 2~3페타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즉, 중국은 자국은 물론이고 세계를 감시하는 있는 것이다. 자신감과 두려움의 공존, 그리고 백지시위이 모든 조치는 개혁‧개방 이후 느슨해진 당의 통제력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이 부흥하고 있다고 자신한다면 왜 통제가 필요할까? 강대해진 중국은 자신감을 가지고 해외에 영향력을 투사하려 하지만, 중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는 외부세계의 영향도 두려운 것이다. 외부 세계는 서구적 가치관의 침투뿐만 아니라 경제적 디커플링으로 중국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간주된다. 당-정부의 성과, 특히 경제적 성과가 부진하면 이러한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산당 내부의 자신감과 두려움의 묘한 공존은 법적 만리장성을 기반으로 하는 내부 통제를 요구하게 된다. 백지시위는 대중의 신뢰 상실뿐만 아니라 대중이 통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신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당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함과 동시에 감히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에 대한 탄압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굴복하되, 굴복했다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불안을 이기고 자신감과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열쇠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기술 권위주의를 지탱해 주는 첨단기술 기업들이다. 다음 이야기는 당과 기술기업의 공생(共生)이 그 주제이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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