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중국 디지털공간 통제모델의 이념적 기반
관리자 │ 2023-04-18 HIT 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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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치‧경제‧외교에서 흔히 ‘기술 권위주의’(Techno-Authoritarianism)라 불리는 중국 디지털 공간의 통제모델은 빅이슈이다. 기술 권위주의 또는 디지털 권위주의는 언론이나 인권 관련 특정 대상에 대한 억압, 검열, 인터넷 셧다운 및 체제 선전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뜻하며, 어쩌면 미래 글로벌 디지털 문명의 성격을 규정할 수도 있는 거대한 이슈이기도 하다. 아직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고 관심도 미미하지만, 중국 모델의 이해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중요하다. 이에, 몇 차례에 걸쳐 중국의 디지털 공간 통제모델을 해부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바로 중국식 모델의 ‘이념적 기반’에 대한 것이다. 총체적 안보관과 디지털 공간의 통제인터넷이 민간에 개방된 1995년 이래, 중국의 디지털 공간 통제는 주로 외부와의 정보 흐름을 필터링하는 만리방화벽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의 개막 이후, 중국은 외부 위협에의 대응이나 당의 권력 유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의 경제적, 기술적, 지정학적 리더십과 체제의 우월성 확보를 모두 국가안보의 개념에 포함한다. 그리고 디지털 공간의 장악은 중국식 국가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수단으로 간주된다. 중국의 디지털 공간 통제는 무엇보다도 시진핑 주석이 2014년 중앙국가안전위원회에서 처음 제시한 ‘총체적 국가안보관(總體國家安全觀)’이라는 중국 특유의 국가안보 개념에 기반을 둔다. 총체적 국가안보관이란, 중국 공산당의 영도권을 보장하고 당 안팎과 중국 영토 안팎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위협으로부터 당-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요구 사항을 가리킨다. 즉, 중국에서 국가안보는 공산당 중심 정치 체제 시스템의 일부를 구성한다. 총체적 국가안보관에 따르면 국가안보란 기본적으로 정치적 안정이 그 근간이 되어야 하며, 정치적 안정이 이루어져야 경제적 안정도 가능하다. 그리고 정치‧경제적 안정은 군사‧문화‧사회의 안정이 보장해야 한다. 중국과학기술망(中国科技网)이 공식화한 16개 국가안보 영역에는 정치·국토·군사·경제·문화·사회·기술·네트워크·환경·바이오·자원·핵·우주·극지방·심해·해외 이익이 포함되어, 사실상 모든 것의 안보화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최상위 안보인 정치안보는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 유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제도 보호가 그 골자이다. 당-국가의 시민사회에 대한 우위와 디지털 공간의 통제 강화공산당의 영도 하에 사회‧문화를 포괄하는 총체적 안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당이 중국인의 일상을 알 뿐만 아니라 일상을 지도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인의 일상에서 디지털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오프라인 세계는 물론이고 디지털 공간에서도 중국인의 일상을 통제‧지도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중국 사이버공간 관리총국의 문건인 ‘시진핑 주석의 사이버 강국 전략사상을 심도 있게 이행하고 사이버보안 및 정보화 업무를 확고히 추진한다’(2017년)에 따르면, “온라인 공공 의견 작업은 선전 및 이데올로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이 되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세계는 동심원을 형성하고, 당의 지도하에 모든 인민을 동원하고, 모든 면에서 열정을 동원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결국 국가안보가 곧 당이 주창하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의 안보와 동일시됨을 시사한다. 그리고 당-정부는 시민사회에 대하여 우위에 서게 된다. 중국 국가안보법에 따르면 모든 사회 구성원들, 즉 개인, 기업, 단체는 모두 국가안보에 책임을 진다. 이들의 책임은 당이 규정하는 대내외적 위협을 감시, 보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안보개념에 부응하여 중국의 국가안보‧디지털 공간 통제모델은 공산당 최상위 조직에서부터 사회 풀뿌리 조직까지 망라하는 위계질서 아래에서의 사회통제‧관리로 특징지어진다. 최상위 단계인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서기국, 선전국, 정치‧군위원회와 같은 당 기관과 정부부처, 이어서 대도시나 지방 차원의 광역 안보위원회를 거쳐 소규모 커뮤니티, 마을 단위 당위원회 및 기업‧사회단체‧교육기관 당세포, 마지막으로 소지역 단위로 감시‧보고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원으로 이어지는 체제, 즉 당-국가가 사회에 절대적 우위에 서는 체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안면인식 기술과 같이 디지털 공간에 동원되는 기술은 당의 통제‧관리에의 수요와 상호작용하고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통제‧감시를 보완하면서 중국의 기술 권위주의 모델을 강화하게 된다. 당이 규정하는 위협: 통제관리에의 정당성과 세계의 분리그렇다면, 시진핑 시대의 대내외적 위협이란 무엇인가? 중국의 공식 문건은 대체로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위협을 언급한다. 피츠버그대 아시아연구센터의 매튜 존슨이 〈사회주의 방어하기〉라는 논문에서 분석한 중국 공산당 내부 문건에 따르면 시진핑 집권 이전부터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 서구 스타일의 시민사회, 언론 자유, 권력의 분산이 위협요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MERIS의 보고서 〈고삐 풀린(unleased) 총체적 안보〉(2022. 9)는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최근에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서구 연합, 글로벌 위신의 손상, 신장‧홍콩‧타이완 등의 분리주의, 공산당에 대한 대안적 권력 및 이해관계 네트워크가 중국 공산당에 새로운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모든 사회조직을 망라하는 위계적 통제모델은 이러한 위협에 대한 응전에서 그 정당성이 부여된다. 실제로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도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사회 안정에의 위협에 대한 대응에 불과하다. 그리고 위계적 통제모델은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적 기반의 강화와 첨단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당-정부에 협조하는 기술 기업들로 완성되며 궁극적으로는 중국식 모델, 즉 기술 권위주의의 수출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중국 기업인 화웨이나 하이크비전이 추진하는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스마트시티 시스템은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사업과 경쟁하게 될 뿐만 아니라 현지 한국기업의 데이터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중국식 통제관리 모델의 국제적 영향력이 강화될수록 기술의 이용에 관해 상이한 규범을 채택하는 권역과의 대립도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기술 권위주의가 국제적인 논란이자 우리와도 무관할 수 없는 이유이다. 통제‧감시의 이념적 정당성은 당이 부여한다면, 제도적 정당성은 법이 부여한다. 다음 연재에서는 중국식 법치(法治)를 구현하고 국가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중국의 ‘법적 만리장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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